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 줄 알았습니다 - 사랑한다면서 망치는 사람, 인에이블러의 고백
앤절린 밀러 지음, 이미애 옮김 / 윌북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내가좋은엄마인줄알았습니다 .
.
.
사랑이 언제나 아름답게 귀결되지만은 않는다. 때로 사랑은 아름다운 것 이상으로 위험하다. 사랑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 대상을 망칠 수 있다. 그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 채로 방치하거나 지속하기도 한다.
.
이 책은 사랑한다면서 사실은 그 대상을 망치고 있는 ‘인에이블러’의 고백이 담긴 이야기다. 저자는 한 가정의 아내이자, 네 자녀를 둔 엄마다. 게다가 초등학교 교사였고, 교육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배우고 갖춘 사람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이상적인 가정을 이루고 그 안에서 바람직한 아내와 엄마로써 충실하고도 온전하게 역할 수행을 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스스로 ‘인에이블러’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인에이블러’는 ‘조장자’를 의미, 스스로는 어떤 대상을 위하고 돕는다고 여기지만 사실 그것은 상대를 본인에게 의존하게 하고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하며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울증을 앓던 남편과 병을 얻은 아들을 대신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도맡아 사는 것이 아내와 엄마로서 당연한 의무라고 여긴 탓에 ‘인에이블러’를 자처하며 살았고 그것이 결코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 아님을 통렬하게 깨달았다.
.
.
그래서 이 책은 인에이블러와 의존자의 관계를 시작으로 건강한 상호 작용 방식을 성찰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저자가 자신의 가정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글을 써내려가기는 했지만 사실 이는 부모 자식에 한하지 않는다. 친구나 연인 등 많은 관계의 층에서 두루 발견할 수 있는 상호 의존 방식이기도 하다. 그들이 건강하지 못한 의존 관계를 맺는 이유나 원인을 찾고 ‘변화’해야 함을 피력한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무엇을 다듬어 나가야 할 것인가 그것을 통찰하고 스스로 행해야 함을 역설하는 것이다. ‘변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스스로가 ‘인에이블러’임을 인정해야 함이 중요해진다.
.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습관을 지닌 사람과 누군가의 무거운 짐을 모두 내 것처럼 해결해주겠다는 사람의 관계는 결국 둘 다를 무너뜨리는 일이 되고 만다. 이 책은 인에이블러로서 엄마의 아픈 고백을 시작으로 다양한 관계에서 여전히 도사리는 ‘인에이블러’와 ‘의존자’를 위한 지침서이기도 하다. 산다는 것은 험난하기도 하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관계를 맺으며 상호 작용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에게 발전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이끌어가야하는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종속적이거나 무조건적 의존이 아닌 서로 독립적인 방식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찾아가야만 한다.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