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겠어
도상희 지음 / 뜻밖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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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혼자서도일상이로맨스겠어 #도상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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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일희일비하는 삶, 외롭지만 내일은 씩씩해지고 싶은 인생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 말과 공감이 절실한 오늘에 지친 우리들에게, 저자가 써 내려간 글들은 잔잔한 파도같이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누구랑 연애 안 해도 혼자서도 일상이 로맨스같다는 말을 듣고 사는 그녀는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에 반하는 재능이 있다. 그 재능으로 오늘도 내일도 꿈꾸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는 그녀는 계속 반하며 이 세상을 대하고 싶다. 세상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사람, 매일 매일 꽃을 선물 받은 것처럼 설레며 살고 싶다는 그녀는 흘러가는 자신의 마음에 귀기울이고 그것을 글로 담아내면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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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p-15p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나는 그것을 보고 있는 게 좋다. 나는 내가 쉬이 반하는 사람인 게 좋다. 그래서 내일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중략)사는 동안 이렇게 계속 반하고 싶다. 계속 반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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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면서도 예민한 그녀의 하루 하루가 때로는 어떤 순간의 특별함으로 떠오르고, 다른 날은 초조하고 두려운 마음의 고독을 만들기도 한다. 그녀의 일상에 독자로 놓인 순간 슬며시 입꼬리를 흘리며 웃어보기도 하다가 어떤 하루에서 던진 그녀의 말은 눈 앞에 떨어진 여린 꽃잎처럼 가슴에 깊게 새겨지기도 한다. ‘발견의 눈이 떠진 날’에 아름다운 능소화를 보는 일, 퇴근길 천도복숭아를 사오면서 올 여름 과일을 자주 사겠다는 사소한 다짐을 해 보는 하루, 어느 엄마가 꼬맹이의 옷을 여며주는 모습을 보고는 애틋하고 슬퍼지는 어떤 날, 이승에서 단 하나의 순간만을 기억해야 한다면 영원히 담고 싶은 날은 미끄러운 길 위의 아버지와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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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나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의 생활을 하는 그녀는 외로움을 껴안고 사는 사람이다. 여기 있는 글들의 반은 짝사랑에, 반은 외로움에 빚졌다는 그녀 자신의 표현처럼 어떤 글에서는 혼자로써 두려운 날들의 쓸쓸한 마음의 흔적이 잔상으로 박힌다. 그럼에도 삶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매일 매일 고민하며 피로하게 살더라도 그것이 나의 책임이고 나의 결정이라고 이야기하며 살자는 그녀는 일상에 긍정적인 자극과 방향을 주는 멋진 사람이기도 하다. 외로움이 오히려 그녀의 밝은 기운을 채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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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글들이 참 좋다. 세상과 사랑에 빠지려 애써온 자신의 하루하루가 우리들의 삶과 연결되었기를 바란다는 기도의 마음이 진심을 울린다. 외로움에 사무쳐 있다가 어느 새 세상을 향해 고개들어 사랑을 희망처럼 설레게 말하는 사람. 아직 오지 않은 사랑에 전하는 진심의 말도, 지난 날 아팠던 사랑에 전하는 오랜만의 안녕같은 말도 솔직하고 숨김이 없어 좋았다. 고향을 벗어나 타지에서 혼자 밥 벌어 먹고 사는 외로움과 고충같은 것을 토로하는가 하면, 직장이나 사회 생활에서 만나는 나이든 사람들의 제멋대로의 충고같은 것을 날카롭게 꼬집어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세계관을 드러내는 이십대 청춘이다. 그래서 여리면서도 강하고 외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되었다. 하고 싶거나 입고 싶거나 고민해야 하거나 그렇게 일상을 로맨스처럼 산다는 것. 예민하고 사랑을 얘기하고 아픔에 쉽게 전이되는 사람. 그럼에도 이 세상을 선물받은 것처럼 설레도록 사랑하고 싶다는 사람. 매일 일희일비하며 살지라도. 앞으로 그녀가 펼치는 세상의 이야기. 예민하고 두렵고 아프고 사랑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다시 기쁘게 만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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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p - 봄이 오면 춘천에 가자. 그리고 경주도. 경주 풀섶에 누워 별을 보면서 당신이 이제는 흉터가 된 이야기들을 해준다면 좋겠어. 아직 딱지 앉지 못한 마음자리에 내가 가 닿아서, 당신이 나와 흩어진 뒤에도 잘 살아나갈 힘이 된다면 좋겠어. 실은 많이 아파지는 사람이라면 좋겠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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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p - 나는 원래 어릴 때 이런 걸 좋아했는데, 점점 사람들이 꽃무늬 옷은 촌스러운 거라고 안 입고 무인양품같이 입는 게 세련된 거라고들 해서 잠시 잊고 살았다. 생각해보니 남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게 제일 촌스럽다. 입고 싶은 거 입으면 되지. 추고 싶으면 춤추면 되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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