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정의의 편에 - 지금 이 시대는 정의로운가? 인권변호사 강신옥의 육성회고록
홍윤오 지음 / 새빛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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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사태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1970~80년대 군사 독재 시절 역사적 사건 피해자들을 대변한 대한민국 1세대 인권변호사 강신옥의 회고록이 반가운 이유다.

최근 출간된 '영원히 정의의 편에'는 2021년 7월 숨진 강 변호사의 사위이자 한국일보 기자 출신 홍윤오씨가 생전 인터뷰를 토대로 썼다. 책은 강 변호사의 눈과 입을 빌려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조명한다.

책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1979년 10·26 사태를 일으킨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평가다. 강 변호사는 당시 김수환 추기경의 부탁으로 김재규의 변호를 맡았다. 김재규는 1980년 내란 목적 살인 및 내란미수죄로 사형이 집행됐다. 강 변호사는 회고록에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동기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은 '각하는 갈수록 애국심보다 집권욕이 강해졌다'는 진단이었다"며 "인권과 자유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개인적 소의를 희생한 의인"이라고 평가했다.

김재규 사후에도 그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강 변호사는 "민간인 김재규가 일반 법원이 아닌 계엄 군법회의에서 재판받은 점, 정당한 방어권 기회를 박탈당한 점 등"의 이유를 들며 "재심을 통해 '내란 목적 살인' 죄목 중 '내란 목적'만큼은 빼는 것이 역사적, 사법적 책무이자 김재규의 명예를 최소한이나마 회복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의 편에 설 것을 강조하며 실천한 강 변호사의 개인적 면모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 변호사는 1974년 7월 민청학련 사건 당시 결심 공판에서 "애국 학생들을 국가보안법 등으로 걸어 빨갱이로 몰아 사형을 구형하고 있으니 이는 사법 살인 행위다. 악법에는 저항할 수 있다"고 최후 변론을 했다. 이 변론으로 강 변호사는 법정모욕죄 등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비상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0년,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평소 "정의란 죄 없는 사람에게는 벌을 주지 않고, 죄지은 사람에게는 성역 없이 벌을 주는 것"이라면서 "정의와 불의를 가리는 일에는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좌파와 우파의 차이도 없다"고밝혀 왔다. 정의의 개념조차 진영 논리에 오염된 오늘날, 여전히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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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두런두런
신평 지음 / 새빛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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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강력하게 원하기만 하면 시골에 내려가 도시의 삶과 다르게 사는 것이 결코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시인은 생각만 있을 뿐 행동에 나서지 않아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산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첫발 내딛기가 여간 쉽지 않다. 여전히 마음만 있을 뿐 첫발을 떼기가 어렵다면 거두절미하고 『시골살이 두런두런』을 권한다.

저자 신평은 기자들에게 상당히 알려진 뉴스 메이커다. ‘서울대 법대, 사법고시, 판사, 변호사, 로스쿨 교수’로 이어지는 이력 또한 보통 사람과는 많이 다르다. 성공할 만큼 성공한 사람이 시골에 내려가 한적하게 즐기며 사는 것을 자랑하는데 보통사람에게 따라 하라고? 아니꼬운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걱정 마시라. 그런 정도 책이면 서울신문 귀한 칼럼에 소개할 이유도 없으니까.

화려한 이력과 달리 그가 가족과 함께 경주 교외로 내려가 논밭 농사지으며 살기는 벌써 30년도 넘었다. 법조인으로서 생활이 순탄치 않았던, 90년대 초반 심한 우울증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였다. 중간에 잠시 대학 교수로 경주를 떠났지만 2018년 경주의 집과 농토로 완벽하게 귀환했던 이유는 ‘굴곡 많고 심하게 울렁거렸던, 무엇 하나 제대로 완성하지 못한 채 토막났던, 거듭된 추락으로 ‘세상의 똥구멍’까지 보아야 했던 인생’과의 정면대결이었다.

그러므로 『시골살이 두런두런』은 심신이 몹시 지친 도시인에게는 위로와 치유를, 첫발 떼기를 주저하는 귀촌열망인에게는 결심과 꿈을 주는 책이다. 잘난 체하는 ‘소위 지식인’의 과장과 허풍의 문체는 한 줄도 없는 대신 쉬운 시와 산문으로 편하게 두런두런거리는 시골살이의 사철이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신평의 귀거래사’다. “제 누추한 경험이 다른 이들에게 작은 빛으로 반짝였으면, 연못에 튀는 빗방울이 되었으면 합니다”라는 저자의 발언 또한 ‘어서 첫발을 떼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행복의 제1조건은 더 많은 것을 가짐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작고 소박한 것들에 만족하며 너그럽게 사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저자가 30년 전부터 짓고 가꿔온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경주 시내를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던 신라고석이나 탑돌을 모아 만든 장독대와 축담의 디딤돌을 꼭 밟아 봐야 하리. 이 얼마나 장엄한 장독대인가!
<최보기 칼럼에서>




월경越境
바람이 한여름 더위
그늘로 데리고 가듯
강물이 절벽 옆 깊은 곳에
푸르게 가라앉듯
남은 시간이 가슴 속 응고된
회한의 덩어리 삭여
마른 하품으로 증발시키면
이 하늘 저 하늘
인연의 중력에도 매이지 않고
깃털처럼 가벼이 떠도는 몸
아무렇지 않게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가뿐히 경계선 넘어가리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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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두런두런
신평 지음 / 새빛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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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혜안과 깊은 경륜이 세상을 향한 따스함과 더해져 우리의 삶에서 때때로 받게 되는 무자비한 할퀸 상처에 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나아가서 거친 삶에 길들여 있는 우리들을 평온하게 가라앉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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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생 한동훈
심규진 지음 / 새빛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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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서가 이리 재미있을 줄 몰랐다 이 책은 진영을 떠나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사실 늦게보면 볼수록 손해인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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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생 한동훈
심규진 지음 / 새빛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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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년생 한동훈’은 한동훈 법무장관을 향한 대중적 열기와 의미를 사회심리학적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한 책이다. 정치신인 한동훈의 당면 과제 극복을 위한 제언도 실렸다. 개인 미담집이나 연대기가 아니라 묵직한 ‘이 시대 한국정치 리포트’에 가깝지만 432쪽이 단숨에 읽힐 만큼 흥미진진하다. 
 
한때 노무현 팬이었던 40대 여교수가 어쩌다 이런 책을 쓰게 됐을까. 저자는 한동훈의 부상’을 “베이비부버·586이 지배해온 우리 정치사에서 동원 대상에 머물렀던 X세대가 드디어 정치적 주역으로 등장했다는 선언적 의미”로 해석하며 “말이 잘 통하면서도 듬직한 상사의 모습” “맏형 리더십”을 통해 20·30·40 뉴보수를 잡을 확장성”을 본 것이다.
 
저자는 한 장관의 능력주의’ 서사에 대해 “기존의 능력주의가 가진 촌스러운 짠내, 동정과 눈물을 요구하는 신파 없이 쿨하고 세련됐다”며 특정 정치계파나 팬덤의 힘이 아니라 “자신만의 능력으로 586 정치카르텔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돌파한 것”임을 짚었다.
 
챕터 제목들 ‘마지막 586, 윤석열:극좌 적폐청산의 소명과 과업’ ‘586, 도취와 오만, 청산대상으로 전락한 퇴행적 선민의식’에 저자의 시대관이 드러나며 ‘승리하는 보수의 콘텐츠 전략, 뉴보수의 선명성과 쿨함으로 승부할 것’ ‘청년보수 없이 승리는 없다’ 등엔 미디어 전문가적 통찰이 담겼다.  
 
한 장관의 매력뿐 아니라 그것을 돋보이게 할 동시대 정치·문화·방송계 유명인들 관련 기술도 이 책의 독특한 맛이자 가치다. 한 장관의 세련됨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싸구려 능력주의”와 비교한 대목, 윤 대통령과의 관계성 분석도 눈길을 끈다. 저자가 경험한 미국·싱가포르·호주·스페인 등의 특수성과 보편성 속에 대한민국이 참조할 부분을 골라 능숙하게 풀어낸 점 역시 돋보인다.
 
저자는 정치인 한동훈’을 향해 “아버지유산을 넘어 새로운 먹거리 개척해에 나선 새 시대 리더 모습” “(이민정책·치안·법치 등) 자신만의 민생 관련 정책 브랜드 강화” 등을 주문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과의 관계 등에 있어서도 “갈라치기와 이간질에 능한 정치기술자들 앞에 의연할 것”을 신신당부한다. 
 
이준석은 왜 한동훈이 되지 못했나에 대한 해설, 특히 방송인 김어준을 “586 루저들의 종교지도자” “혐오·증오·불안·열패감·열등감 등을 싸구려 B급 엔터네인먼트 쇼에 녹여내 사회의 하향평준화와 막장화를 자신의 수익모델로 삼는 사이비종교 장사꾼”으로 평가한 것, 그의 정치적 각성이 노무현의 ‘죽음’이었을 뿐 ‘가치·철학’이 아니었다는 지적 등도 주목된다.
(한 언론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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