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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설 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께 좋은책을 추천합니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의 인문실용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은지라, 그 설흔 저자의 인문실용소설 2편 격으로 나온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라는 책을 주저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저를 실망시키지 않은 책이라서 여러분께 추천책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를 읽고~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음을...


아주 가끔은, 일중독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타 공인하는 일복을 받기도 했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잘 견디지 못하고 계속 뭔가를 찾아 움직인 듯하다.
휴식이 뭔지 모르고, 놀이에 한눈팔지 않았으며, 매사 성실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리 달려와 이룬 게 무엇인가를 짚어보다 허탈함에 빠졌다.


기막힌 능력자도 아니요, 억 소리 나는 연봉자도 아니요, 거대한 일가도 이루지 못했기에...
왠지 모를 억울함에 마음속 ‘치열하게’의 외침을 ‘적당하게’로 바꾸자 소리쳐보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는 이유를 자체 분석 해봤다. 난 왜 이럴까...
그렇게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지난 시간을 거슬러가다 찾았다.

  

범인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쯤... 할아버지께서 직접 써주신 글귀였다. 

 
少年易老學難成이니, 一寸光陰不可輕하라.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盛年不重來하고, 一日難再晨이니,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이 두 번 오지 않으니,
及時當勉勵라. 歲月不待人이니라.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해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려서 뜻도 잘 모른 채 무작정 외웠던 이 구절이 꽤나 범생이었던 내 머릿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항상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거라 여겼던 것 같다.

그 후로 한동안 잊으려 한 이 글귀가 근래에 다시 생각났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라는 책을 읽으면서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 굴뚝같지만 그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사람들을 오가산당으로 초대해 각 사람에 맞는 가르침을 하나씩 전해주는 퇴계의 이야기.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처음 시작할 때 주의할 점, 공부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또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과 사연, 그들을 위한 선생의 배려까지..
소설적 구성을 통해 흥미롭게 이어지는 여러 이야기는 계속 궁금증을 만들고, 자신의 잘못까지 들추며 제자들을 위하는 스승의 모습은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내 상상 속에서는.. 퇴계 이황과.. 병석에 누우셔서도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마치 두 분이 알려주고자 하는 가르침이 같다는 듯.. 

 

“모르면 무조건 물어라. 질문 많은 사람일수록 공부를 잘한다.”
“닭이 알을 품듯 쉼 없이 꾸준히 공부해라.”
“스승 탓, 책 탓 하지 마라. 공부 못하는 사람일수록 탓하길 좋아한다.”
“공부를 하고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른다면 공부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다.”

......

 

우리 할아버지는 남쪽 지방 향교의.. 전교이셨다.
그래서인지 정말 책에서 일러주는 내용과 똑같은 말씀을 늘 하시곤 했다.
말 한마디마다, 개인적으로 내게는... 그렇게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꽤 오래전 그 시절..
할아버지께 직접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참 행운이었음을 깨닫는다.

피곤한 일상과 강박 관념처럼 박혀버린 그 지침들이 버거워, 잠시 농담처럼.. 그때 그 글귀 때문에 내가 쉬지를 못 한다 한탄했건만..


이제 다시 그 말뜻 하나하나를 새기며 또다시 달려가야 하나보다...

다시 명문대에 들어갈 것도 아니요, 대기업에 입사할 것도 아니지만..  결코 그런 측면의 공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테니..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 힘쓰고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삶에 대한 용기를 다져본다.


이것이 우리 할아버지가 어린 나에게...
퇴계 선생이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 아닐까.

 



●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상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공부법! 

 
一. 주일무적主一無敵. 단 하나를 붙들 뿐 딴 데로 가지 말라.
   한 번에 하나씩, 하나가 다 마무리된 후에 다른 공부를 하라.

二. 정제엄숙整齊嚴肅. 항상 몸가짐을 가지런히 하고 마음을 엄숙히 하라.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외부를 가다듬는 형식적인 면 또한 중요하다.

三. 상성성법常惺惺法.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모든 순간에 깨어 있어야 미묘한 변화까지 눈치 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四. 기심수렴 불용일물其心收斂不容一物. 마음을 수렴하여 한 물건도 용납하지 말라. 

   마음을 하나에 집중하여 그 마음과 다른 것은 하나도 침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줄거리

 
 나이 일흔의 퇴계 이황은 어느 날 제자들을 불러놓고 앞으로 나흘간 청량산에 머물며 공부에 관한 가르침을 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제자들은 극구 만류하지만 이황은 고집을 꺾지 않고 자신의 시중을 드는 돌석과 제자 이함형만을 데리고 청량산으로 간다. 이함형은 나이도 어린 데다 선생의 문하에 들어온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은 터라 다른 제자들은 불만을 드러냈지만, 이황은 평소와 달리 제자들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고 자신의 뜻을 완강하게 고집한다. 


 청량산으로 온 이황은 돌석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기록으로 남긴 후 매일 밤 확인을 받으라고 한다. 남몰래 글공부를 해오기는 했지만 제자인 이함형도 있는데 자신이 그런 지시를 받자 돌석은 당황하고, 이황의 깊은 속내를 알 수 없기는 이함형 또한 마찬가지다.
 이황은 평소 자신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편지를 보낸 수많은 사람 가운데 몇몇에게 청량산으로 오라고 했고, 이튿날부터 한 사람씩 방문객이 찾아온다. 처음 온 사람은 마을의 대장장이 배순. 이황은 옛 성현의 일화와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그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고,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데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을 알려준다.


 이황이 평민인 배순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르침을 주고 제자로 삼기까지 하는 모습과, 돌석이 이황의 지시대로 최선을 다해 그날의 가르침을 정리하는 것을 본 이함형은 양반가의 자제로서 갖고 있던 학문과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진심으로 돌석에게 사과한다.
 다음 날 돌석은 누가 찾아올까 궁금해하며 문밖만 바라보는데 뜻밖에도 최 의원의 무남독녀 최난희가 들어선다. 이황은 그녀에게 공부의 고비를 맞았을 때 이겨내는 법과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일깨워준다. 이날 이함형은 돌석에게 선생의 아들과 며느리 이야기를 듣고 선생이 왜 수많은 제자 중에서 자신을 이곳에 데려왔는지 깨닫는다. 이렇게 가르침을 듣고 이를 기록하며 하루 이틀 흘러 나흘째 되는 날, 돌석은 마지막 날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는데…….

 



●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라는 책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 박지원의 글쓰기 비밀은 무엇일까?
연암에게 직접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암 박지원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며 탁월한 글쓰기 이론가다. 게다가 그의 이론과 문장은 비판적.논리적 글쓰기의 정신과 방법을 담고 있어서 오늘날 더욱 유효하다. 연암의 글을 둘러싼 표절 시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연암의 글쓰기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 이책은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팩션인 동시에 실용적인 글쓰기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인문실용소설'이기도 하다.

 

* 연암이 말하는 글쓰기 법칙


1) 정밀하게 독서하라.
2) 관찰하고 통찰하라.
3)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여 뜻을 전달하라.
4)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
5) 11가지 실전수칙을 실천하라.

6) 분발심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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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써틴
볼프강 홀바인.하이케 홀바인 지음, 이병서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얼마전에 읽은 소설(장르소설) 써틴을 소개하고자합니다. 요즘은 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답니다.

소설 추천할 책이 너무 많네요^^

제목은 써틴, 지은이는 볼프강 홀바인, 가격은 16,000원,702페이지의 분량입니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간 아이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 써틴의 감상평~!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피리 부는 사나이. 어렸을 때 이 동화를 읽고 한동안 섬뜩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소설이 그것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것도 모르고 읽었는데, 알고 보니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 소설이었다. 피리 부는 사나이와 그를 따라간 아이들의 뒷이야기, 혹은 피리 부는 사나이에 대한 무서운 진실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저 동화로만 여겼던 이야기에 작가가 나름대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일단, 장면 하나하나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긴장감이 있어서 꽤 두꺼운 분량(700page)에도 불구하고 술술 잘 읽혔던 것 같다. 원래 체질적으로 내용이 긴 책은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속도감이 빨라서 큰 어려움 없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만의 특이한 구성이 눈에 띄는데, 바로 중간중간 보이는 2단 구성이 그것이다. 주인공 여자아이가 우연히 비밀의 문을 발견하고, 그 속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두 개의 세계로 분리된다. 즉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 영혼은 비밀의 문 뒤에 살고, 육체는 현실세계에 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공존하는 두 개의 세계를 책 한 페이지 안에 2단으로 표현했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다. 처음에는 2단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좀 읽어나가다 보니 작가가 상당히 세심하게 준비해둔 장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세계는 하나로 합쳐졌다가 다시 갈라지기를 반복하지만, 맨 마지막에 가면 영원히 하나가 된다. 

 그리고 심각한 상황에서 가끔씩 터지는 썰렁한 유머들도 나름 재미있었다. 특히 자칭 ‘왕박쥐’인 부쉬가 보여주는 엉뚱한 모습들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설 내용을 그나마 덜 무겁게 해주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표지에 나온 음산한 느낌의 집을 연상했더니, 나중에는 그림 속의 집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무서웠다. 아무튼 독특한 구성과 내용의 책이었던 것 같다. 막바지 늦더위를 제대로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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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타의 키 에단 게이지 모험 시리즈 2
윌리엄 디트리히 지음, 이창식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열대야를 잊게 해주는 흥미진진한 모험의 세계로 떠나요~
<로제타의 키>를 읽고…





솔직히 이런 류의 모험소설은 잘 안 읽는 편이다. 영화를 볼 때도 <미이라>나 <인디애나 존스>(너무 옛날 영화인가?ㅋ) 같이 먼지 풀풀 나는 장르는 잘 선택하지 않는 편이고… 그런데 이 책은 전편 <나폴레옹의 피라미드>를 워낙 재미있게 읽은 터라 후속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폴레옹의 피라미드>는 팩션을 좋아하는 친구가 추천해서 읽었는데 결코 ‘모험적이지 않은’ 주인공이 어쩌다 사건에 휘말려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특히 주인공 에단 게이지는 영화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의 젊은 시절 모습이 떠오르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레밍턴 스틸>이나(대체 언젯적 드라마냐!-.-) <007 시리즈>에 나오는 키크고 잘생기고 바람둥이에 적당히 능글맞으면서 사건해결 능력도 있는… 그런 모습이 에단 게이지를 보면 떠오른달까? 그래서 읽는 내내 ‘영화로 만든다면 에단은 피어스 브로스넌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배우는 이제 너무 늙어버렸더군.(그렇다면 네 나이는…?ㅜㅜ)

 



2탄인 <로제타의 키>에서도 여전히 에단 게이지와 나폴레옹이 등장한다. 그 외에도 실존인물들이 많이 나온다고 하는데 살짝 무식하여(;;;) 잘은 모르겠고… 아, 프랑스군과 영국군이 싸우는 아크레 공성전은 실제 있었던 전쟁인데, 에단이 전기기술로(주인공 에단 게이지는 전기기사이다) 나폴레옹 군대를 격파한다는 설정이 재미있었다.


소설 배경이 ‘전기=마법’이라고 여길 정도인 18세기 후반이라 에단의 전기기술은 굉장한 능력으로 발휘되곤 한다. 아마도 작가가 주인공을 전기기사로 설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지 않나 싶다.

에단은 소설 속 인물 중에 거의 유일하게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과학적 사고’가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판타지적 미스터리’를 풀어가는데 핵심 ‘키’가 되고는 한다. 아마 먼지 풀풀 나는 모험소설은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역시 그 때문이 않을까?


전편인 <나폴레옹의 피라미드>에서 우주의 비밀이 담겨 있다는 ‘토트의 서’를 결국 찾지 못하고 책이 끝나 아쉬웠는데, 그 이야기가 <로제타의 키>에서 계속 이어진다. 또한 아스티자(1편의 연인)를 능가하는 미모의 여인도 등장하는데… 에단 게이지의 바람둥이적 능력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스포일러가 될까 싶어 자세한 줄거리는 적지 못하지만 전편에 비해 이야기가 훨씬 더 흥미진진해진 것만은 확실하다. 처음엔 적으로 만나서 나중에는 충직한 부하가 되는 빅 네드 같은 캐릭터도 새로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에단이 나폴레옹하고 맞짱을 뜰 만큼 컸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죽을 고비를 한 여든여덟 번쯤 넘기더니 세상에 무서운 게 없어진 모양이다.

 



책을 놓고 여름용/겨울용 나누는 편은 아니지만, 이 책은 확실히 ‘여름용 소설’이다. 꽤 두껍지만 한번 잡으면 계속 읽게 되고, ‘능구렁이 불사신’ 에단 게이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여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고 있는 분들께 강력 추천한다!(특히 여성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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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기와라 히로시 <소문>

 

“인간이란 누구나 남에 대한 칭찬보다 욕이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고, 또 듣고 싶어하죠.”


누구에게나 ‘소문’에 얽힌 추억이나 경험담이 있을 것이다. 가깝게는 바로 내 자신의 일화부터 멀게는 나와 전혀 관계도 없는 타인에 관한 이야기까지. 소문이란 사실 입증이 모호할수록, 험담이나 비방의 성격이 강할수록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져나가 소문의 대상자를 극단적인 상태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마치 끈적끈적한 거미줄에 걸려든 희생물처럼 헤어 나오려 발버둥 칠수록 몸을 조여 오는 공포와 불안. 소문이란 그 성격에 따라서는 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우리는 이미 그 영향력을 경험해봐서 알고 있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 이유에도, 전직 대통령의 서거 이후 불거진 의혹에도, 영화 <올드보이> 속 오대수의 불행에도 그 시작에는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발단이 되어 이내 세상 모두의 입에 오르내린 소문이 있었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장편소설 <소문>은 바로 ‘소문’이 일으킨 살인사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소문’이 지닌 힘과 악영향에 대해 섬뜩할 만큼 예리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소문을 전달하는 대중들의 마음속 호기심과 이기심, 어리석음에 대해 날카로운 어조로 일침을 가한다.

 

“WOM이 널리 퍼지는 가장 큰 심리적인 요인은 인간의 잠재적인 공포와 불안입니다. 여자애들에게는 무서운 이야기, 기분 나쁜 이야기가 제일 효과적이죠.”

“너 그 소문 들어봤니?”



 

어느 날 시부야의 여고생들을 중심으로 공포의 도시전설이 퍼져나간다.

“한밤중 시부야에는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대.”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소리라며 무시하기엔 왠지 모를 께름칙한 뒷맛이 남는 이야기. 소문의 효과인지 향수 ‘뮈리엘’은 낮은 브랜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데….

사실 이 소문은 신상품 향수 론칭을 위한 홍보전략으로 소비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한 입소문 마케팅, 즉 ‘WOM(word of mouth)’을 활용하기 위해 광고기획사에서 조작해낸 거짓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심의 공원에서 여고생 시체가 발견되는데, 시체는 ‘레인맨 소문’을 입증이라도 하듯 발목이 잘린 채 버려져 있었다. 사건의 전말을 밝히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피해자가 연속해서 발생하고, 그들은 모두 발목 부분을 잘린 채 살해당한 여고생들.

과연 소문이 현실이 된 살인사건인 것일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칼을 파는 사람들이라고. 분명히 칼은 팔았어요. 하지만 그걸로 사람을 죽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잖아요? 안 그래요? 만약에 그 칼을 이용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칼을 판 사람을 누가 비난할 수 있죠? 그걸 흉기로 사용한 사람이 문제죠. 칼이 사람 죽이는 도구라고 생각한 사고방식이 문제예요.”

 

<소문>은 오기와라 히로시만의 스타일로 엮어낸 사이코 서스펜스이자 미스터리 소설이다. 광폭한 사이코패스에 의한 의문의 연속살인사건, 그리고 처참하게 살해된 시체와 현장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펼쳐지는 서스펜스이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스토리에는 오기와라 스타일의 인간미 넘치는 드라마와 따뜻한 유머가 숨어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나 마침내 도달한 마지막 한 문장의 충격적인 반전은 마치 면도날에 베인 상처처럼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잊히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다.

무더운 여름 밤, 매력적인 소설 한 편 감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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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 지식에서 행동을 이끄는 독서력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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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어느새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만 10년이 지났다. 제법 일에 대한 눈이 커졌다고도 할 수 있고, 아래에 부하직원도 생겼지만, 늘 한쪽 눈으로는 다른 나의 세상을 찾기 위해서 노력중이다. 아직 뭔가 부족하고 자신이 없다.

나는 가끔 서점도 간다. 주로 소설을 읽고, 가끔 인문서나 선물로 받거나 회사에서 사준 말랑말랑한 자기계발서도 읽는다. 솔직히 자기계발서는 내 돈으로 직접 사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나 카피가 나를 잡아당기는 듯했다. “책읽기를 배우다..”라니...책표지 앞에 카피 문구처럼 나는 책읽기 자체를 배우려는 여태 생각은 못했다. 그저 교양인이 되려면 책을 그래도 한 달에 한 두 권 정도는 읽어줘야 하고, 또 당연히 소설이나 인문서가 그런 교양에 맞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세 가지 나의 기존 관념을 바꾸는 말들이 와 닿았다.






첫째는 ‘자기계발서’를 무시하지 마라는 것이다. 자기계발서가 아주 감동적이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읽는 독서가들은 없었다. 이 책의 인터뷰이들은 모두들 자기계발서가 가진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기성세대들은 실용서가 너무 뻔하고 얕은 책들이라면서 혀를 차지만, 그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순한 생각이다. 속물적이고 지나치게 기능적인 실용서의 폐단을 모르는 신세대 직장인들은 없었다. 실용서의 한계와 문제점을 피해 필요한 정보와 문제의식을 섭취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더 프로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p.72) 

이 부분을 읽고 나는 크게 반성했다. 나이만 이십대이지 나는 기성세대와 같은 독서관을 가지고 있었다. 각 분야의 책이 가지는 장단점을 헤아려 내게 약이 되는 부분을 취하면서 사는 것이 지금의 젊은 나의 세대의 똑똑한 독서관이었다.




둘째는 ‘시간이 없는 직장인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인터뷰 첫 타자인 신성석 씨의 꼭지 제목이 바로 “책 읽을 시간 없는 사람은 없다”였다. 또 이런 부분도 나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빌 게이츠는 주중에는 30분씩, 주말에는 서너 시간씩 책을 읽는답니다. 제가 아무리 바빠도 빌 게이츠만큼 바쁘진 않잖아요.”

결국 시간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은, 자신이 빌 게이츠보다 바쁜 사람이어야 가능한 핑계였다.^^




셋째로는 ‘책읽기를 하지 않고서 프로페셔널을 꿈꾸지 마라’는 건축가 승효상 님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사실 책읽는 게 한가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단은 일 먼저 배우고, 승진도 하고, 고과도 잘 받고 하는 게 더 현실적인 프로페셔널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 어떤 분야에 있든 그 분야의 본질을 꿰뚫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정수를 찾아낼 수 있는 책읽기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크게 공감했다.




이 책을 읽고서 정말 제대로 된 나만의 책읽기 방법을 정립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지금 이 일을 끝까지 열심히 하든,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가게 되든...어쨌든 뭔가에서 ‘나의 업은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에 대한 책읽기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다짐한 것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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