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설 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하신 분들께 좋은책을 추천합니다.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의 인문실용소설을 읽고 감명을 받은지라, 그 설흔 저자의 인문실용소설 2편 격으로 나온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라는 책을 주저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저를 실망시키지 않은 책이라서 여러분께 추천책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를 읽고~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음을...


아주 가끔은, 일중독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타 공인하는 일복을 받기도 했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잘 견디지 못하고 계속 뭔가를 찾아 움직인 듯하다.
휴식이 뭔지 모르고, 놀이에 한눈팔지 않았으며, 매사 성실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리 달려와 이룬 게 무엇인가를 짚어보다 허탈함에 빠졌다.


기막힌 능력자도 아니요, 억 소리 나는 연봉자도 아니요, 거대한 일가도 이루지 못했기에...
왠지 모를 억울함에 마음속 ‘치열하게’의 외침을 ‘적당하게’로 바꾸자 소리쳐보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는 이유를 자체 분석 해봤다. 난 왜 이럴까...
그렇게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지난 시간을 거슬러가다 찾았다.

  

범인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쯤... 할아버지께서 직접 써주신 글귀였다. 

 
少年易老學難成이니, 一寸光陰不可輕하라. 
 소년은 쉽게 늙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한순간도 가벼이 여기지 마라.
盛年不重來하고, 一日難再晨이니,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이 두 번 오지 않으니,
及時當勉勵라. 歲月不待人이니라.
 때를 놓치지 말고 부지런히 해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려서 뜻도 잘 모른 채 무작정 외웠던 이 구절이 꽤나 범생이었던 내 머릿속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항상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거라 여겼던 것 같다.

그 후로 한동안 잊으려 한 이 글귀가 근래에 다시 생각났다.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라는 책을 읽으면서다. 

배우고자 하는 마음 굴뚝같지만 그 기회조차 얻기 어려운 사람들을 오가산당으로 초대해 각 사람에 맞는 가르침을 하나씩 전해주는 퇴계의 이야기.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처음 시작할 때 주의할 점, 공부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또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상황과 사연, 그들을 위한 선생의 배려까지..
소설적 구성을 통해 흥미롭게 이어지는 여러 이야기는 계속 궁금증을 만들고, 자신의 잘못까지 들추며 제자들을 위하는 스승의 모습은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내 상상 속에서는.. 퇴계 이황과.. 병석에 누우셔서도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마치 두 분이 알려주고자 하는 가르침이 같다는 듯.. 

 

“모르면 무조건 물어라. 질문 많은 사람일수록 공부를 잘한다.”
“닭이 알을 품듯 쉼 없이 꾸준히 공부해라.”
“스승 탓, 책 탓 하지 마라. 공부 못하는 사람일수록 탓하길 좋아한다.”
“공부를 하고도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른다면 공부를 제대로 한 것이 아니다.”

......

 

우리 할아버지는 남쪽 지방 향교의.. 전교이셨다.
그래서인지 정말 책에서 일러주는 내용과 똑같은 말씀을 늘 하시곤 했다.
말 한마디마다, 개인적으로 내게는... 그렇게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꽤 오래전 그 시절..
할아버지께 직접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참 행운이었음을 깨닫는다.

피곤한 일상과 강박 관념처럼 박혀버린 그 지침들이 버거워, 잠시 농담처럼.. 그때 그 글귀 때문에 내가 쉬지를 못 한다 한탄했건만..


이제 다시 그 말뜻 하나하나를 새기며 또다시 달려가야 하나보다...

다시 명문대에 들어갈 것도 아니요, 대기업에 입사할 것도 아니지만..  결코 그런 측면의 공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테니..


오늘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 힘쓰고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삶에 대한 용기를 다져본다.


이것이 우리 할아버지가 어린 나에게...
퇴계 선생이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것 아닐까.

 



●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일상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공부법! 

 
一. 주일무적主一無敵. 단 하나를 붙들 뿐 딴 데로 가지 말라.
   한 번에 하나씩, 하나가 다 마무리된 후에 다른 공부를 하라.

二. 정제엄숙整齊嚴肅. 항상 몸가짐을 가지런히 하고 마음을 엄숙히 하라.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는 외부를 가다듬는 형식적인 면 또한 중요하다.

三. 상성성법常惺惺法.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모든 순간에 깨어 있어야 미묘한 변화까지 눈치 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

四. 기심수렴 불용일물其心收斂不容一物. 마음을 수렴하여 한 물건도 용납하지 말라. 

   마음을 하나에 집중하여 그 마음과 다른 것은 하나도 침범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  <퇴계에게 공부법을 배우다> 줄거리

 
 나이 일흔의 퇴계 이황은 어느 날 제자들을 불러놓고 앞으로 나흘간 청량산에 머물며 공부에 관한 가르침을 전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제자들은 극구 만류하지만 이황은 고집을 꺾지 않고 자신의 시중을 드는 돌석과 제자 이함형만을 데리고 청량산으로 간다. 이함형은 나이도 어린 데다 선생의 문하에 들어온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은 터라 다른 제자들은 불만을 드러냈지만, 이황은 평소와 달리 제자들의 의견을 귀담아듣지 않고 자신의 뜻을 완강하게 고집한다. 


 청량산으로 온 이황은 돌석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기록으로 남긴 후 매일 밤 확인을 받으라고 한다. 남몰래 글공부를 해오기는 했지만 제자인 이함형도 있는데 자신이 그런 지시를 받자 돌석은 당황하고, 이황의 깊은 속내를 알 수 없기는 이함형 또한 마찬가지다.
 이황은 평소 자신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편지를 보낸 수많은 사람 가운데 몇몇에게 청량산으로 오라고 했고, 이튿날부터 한 사람씩 방문객이 찾아온다. 처음 온 사람은 마을의 대장장이 배순. 이황은 옛 성현의 일화와 자신의 경험담을 곁들여 그에게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고, 공부를 시작하고 싶은데 도무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을 알려준다.


 이황이 평민인 배순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르침을 주고 제자로 삼기까지 하는 모습과, 돌석이 이황의 지시대로 최선을 다해 그날의 가르침을 정리하는 것을 본 이함형은 양반가의 자제로서 갖고 있던 학문과 사람에 대한 편견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진심으로 돌석에게 사과한다.
 다음 날 돌석은 누가 찾아올까 궁금해하며 문밖만 바라보는데 뜻밖에도 최 의원의 무남독녀 최난희가 들어선다. 이황은 그녀에게 공부의 고비를 맞았을 때 이겨내는 법과 공부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일깨워준다. 이날 이함형은 돌석에게 선생의 아들과 며느리 이야기를 듣고 선생이 왜 수많은 제자 중에서 자신을 이곳에 데려왔는지 깨닫는다. 이렇게 가르침을 듣고 이를 기록하며 하루 이틀 흘러 나흘째 되는 날, 돌석은 마지막 날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궁금해하는데…….

 



● <연암에게 글쓰기를 배우다> 라는 책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 박지원의 글쓰기 비밀은 무엇일까?
연암에게 직접 글쓰기를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암 박지원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며 탁월한 글쓰기 이론가다. 게다가 그의 이론과 문장은 비판적.논리적 글쓰기의 정신과 방법을 담고 있어서 오늘날 더욱 유효하다. 연암의 글을 둘러싼 표절 시비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연암의 글쓰기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 이책은 사실과 허구를 결합한 팩션인 동시에 실용적인 글쓰기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차원에서 '인문실용소설'이기도 하다.

 

* 연암이 말하는 글쓰기 법칙


1) 정밀하게 독서하라.
2) 관찰하고 통찰하라.
3) 원칙을 따르되, 적절하게 변통하여 뜻을 전달하라.
4) '사이'의 통합적 관점을 만들라.
5) 11가지 실전수칙을 실천하라.

6) 분발심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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