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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먼트
혼다 다카요시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기억의 종착지를 찾아 떠나는 여행_ 모먼트

개인적으로 혼다 다카요시의 작품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의 신작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서점으로 달려갔다. 그중 제일 눈길을 사로잡은 소설 <모먼트>는 표지에서부터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노란빛이 아름다운 유채꽃밭을 뛰어가려는 소년의 손에는 리본이 달려 있고, 그 위로는 종이비행기가 날아다닌다.
그리고 제목 아래에 놓여 있는 카피 한 줄,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무엇을 소원하겠습니까? 한 줄의 카피로 죽음과 하늘의 연관관계가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직시한 나는 바로 책을 구입해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책은 4편의 단편소설이 이어져 있었는데, 각각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대학생 간다는 각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도 방관하기도 때로는 그의 인생 전체를 간섭하기도 하며 그들과 함께 성장해간다.
책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죽음도 삶의 일부라는 거창한 주제의식을 내세우지도, 죽음을 경견하게만 표현하고 있지 않아 더욱 읽기가 가볍고, 그래서 오히려 더 주제의 무게움이 밀착하게 내려앉는다.
술술 읽혀가는 혼다 다카요시의 산뜻한 문체도 읽는 맛을 더해줘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했다.

사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의 주고받는 대화들은 병원, 환자라는 단어가 짐짓 자주 등장해 읽는 이마저 호흡이 길어질 수 있는 부분을 재치 있게 매꿔가고 있다. 또 나로서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들 반전들도 재미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난 죽음을 앞둔 순간, 무엇을 바라게 될까?
어떤 느낌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까?
“호의도 멋대로 밀어붙이면 그야말로 민폐일세.”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나는 웃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그 사람이 살아 있지 않았더라면, 저 역시 그 사람과 알게 될 일도 없었고 얘기할 일도 없었고 호의적인 감정을 가질 일도 없었겠죠. 살아 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자신에 대한 호의와 악의, 선의와 미움 같은 감정이 생기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 호의에는 그 사람이 살아 있다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습니다. 굳이 책임 얘기를 하자면 그 사람에게 있습니다. 자기만의 사정으로 멋대로 죽고 싶다면 자신과 관련된 모든 사람의 동의를 구해야죠.”
-313p. 마지막 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