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열두 발자국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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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 소통하는 대표 과학자의 강연 중 12개를 선별하여 묶은 책. 저자의 생각과 시선을 엿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읽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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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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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로 잘 알려진 정재승 교수의 신간이다. 그간 많은 책을 냈는데 단독으로는 '과학 콘서트'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간 저자가 했던 수많은 강연 중 12개를 뽑아서 녹취록을 들으며 수정 보완한 것을 묶은 것이다. 강연이라는 특성상 정보 전달도 있지만 자기계발적인 특성이 있고, 강연마다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분명하여 하나하나 정리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다. 이런 유의 책을 볼 때 특히 눈여겨보는 것이 흥미로운 연구 사례들이다. 연구 사례들은 의견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자료다. 그래서 그런 예시들과 함께 내용을 정리해 봤다. 총 12개의 챕터와 마지막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1. 첫 번째 발자국.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마시멜로 챌린지 - 스파게티 면, 접착테이프, 실, 마시멜로를 이용해 가장 높이 탑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실험. 유치원생들과 경영 대학원 학생들이 쌓은 탑의 높이를 비교했을 때 유치원생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른들은 문제를 보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좋은 전략을 수립한 다음 최후에 탑을 쌓았다. 반면에 아이들은 처음부터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갔다. 여기서 뼈 때리는 교훈을 얻는다. "처음 시도하는 일에 좋은 계획을 세울 수 없다. 경험이 별로 없는 이들이 계획을 세워봤자 잘못될 가능성이 높고, 계획을 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면 다시 회복할 기회도 없다. 대학원생들이 대체로 좋지 않은 실적을 보이는 이유다. (p.35)". 저자는 결과 중심이 돼야지 계획 중심이 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좋은 결과로 나가기 위해 우선 간단한 계획을 짜놓고 실행해 본 뒤 계획을 수정해 나갈 것을 추천한다. 이것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장기간 숙고해서 정한 방침을 수정할 때 리더의 권위가 손상될까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리더가 평소 팀원들과 소통을 많이 해서 수평적인 관계에 있다면 계획을 변경하더라도 모두가 수긍한다는 것이다.

2. 두 번째 발자국. 결정 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선택의 패러독스’라는 현상이 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는 현상이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이 있는데 잼을 판매할 때 24종류를 진열하는 것보다 6종류를 진열했을 때 구매는 10배, 재구매는 15배 차이가 났다고 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어느 정도 선택지가 있으면 우리는 즐겁게 선택을 하지만 가짓수가 너무 많으면 선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두려움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험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한 가지를 고르고 맘에 들지 않는 경우 바꿔주는 서비스가 있었을 때의 결과는 어땠을까? 우리 사회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는데 잘못 선택했을 경우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다. 책 후반부에 나오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을 위해서 평균적으로 4번의 실패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주는 사회적 제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어느 정도 1장과 중복되는 얘긴데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반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비판을 두려워하여 잘하는 일만 하려고 한다.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여 삶을 살면 나중에 늙어서까지 타인의 기준에서 행복을 바라보게 된다. 내가 스스로 부딪쳐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삶을 살아야 인생 후배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봤을 때 나는 이런 지도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평소 결정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해주는 조언은 "남들에게 스마트하게 보이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킬까 봐 걱정하지 말고 실패해도 별일 없다는 경험을 자주 해야 한다.(p. 138)"와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 어떤 상황도 그보다 비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큰 두려움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p. 139)"고 하는 '메멘토 모리'다. 장례식장 같은 곳을 다녀오면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면서 지금 하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담대해지는 경향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3. 세 번째 발자국.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3장에서는 결핍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는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이를 개선하려고 한다. 등 따습고 배부르면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자녀 양육에 있어서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어린 시절의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뭔가를 원하기 전에 이미 부모가 예체능이니 학원이니 다 정해놓고 뺑뺑이를 돌린다. 그러면 아이는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가까운 곳에서 바람직한 예를 찾을 수 있다. 내 여자친구는 어릴 적에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부모님이 학원에 안 보내줬단다. 그래서 스스로 EBS 교육방송을 찾아서 듣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도저히 따라잡기가 힘들어서 학원을 찾아보고 부모님께 보내달라고 사정했다나. 그렇게 자란 여자친구는 현재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 공짜로 해외도 다니고, 국문과에서 진로를 바꾼 뒤 한의학 전문대학원 수석도 하고 방학을 이용해 회사 인턴도 하는 등 굉장히 주도적인 사람이다. 그 동생도 비슷하게 자랐다. 반면에 나와 내 동생은 부족할 것 없이 자라서 성격이 느긋하고 온순한지만 꽤나 수동적인 편이다. 분명히 결핍과 자율성은 큰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결핍의 부정적인 면으로 기본적인 욕구, 즉 식욕이나 성욕에 대한 결핍이 있으면 시야가 좁아져 그것만 생각하게 되는 현상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런 현상은 일부이기 때문에 자세히 적진 않겠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꼭 숙고해봐야 할 '결핍'이다.

4. 네 번째 발자국.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4장은 분량도 짧고 주제도 명료하다. 놀이는 뇌 발달에 필수적이며 특히 유년기가 긴 인간의 경우 이 시기 동안 다양한 놀이를 통해 뇌를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계획하려면 일뿐만 아니라 놀이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내가 매우 공감했던 것은 해리스 오언 (Harris Owen)의 '오픈 스페이스 테크놀로지'다. 열린 공간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을 녹음한 뒤 그것을 들으면서 창의적인 의견을 취합하는 것인데, 나는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 내가 몸담은 조직은 매우 수직적이라 보스는 이미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회의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보스가 나가고 나서 생산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또 사무실에서보다는 식사를 하거나 출장을 갔을 때 주고받는 대화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업에서는 고려해보면 좋을 만한 방법이다.

5. 다섯 번째 발자국. 우리 뇌도 '새로 고침'할 수 있을까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올해는 알차게 살아보리라 다짐하며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것을 끝까지 실천하는 사람은 1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그렇게 많이?) 왜 그럴까? 바로 떠오르는 대답은 "습관"이다. 뇌는 굉장히 습관적이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기 싫어한다. 재밌는 실험이 있다. 쥐를 가둬놓고 4가지 맛의 사료를 주면 쥐마다 선호하는 맛의 차이는 있지만 맛을 선택하는 비율이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이전 맛의 절반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놀랍도록 습관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우리의 성향을 보여준다. 또 열 번을 같은 맛을 먹으면 그다음, 또 다음 차례에도 그 맛을 선택할 확률이 증가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배스킨라빈스에 가면 31가지나 되는 아이스크림이 있지만 늘 먹는 건 한정돼 있다. 뷔페를 가도 집어오는 음식의 종류는 열 개 내외다. 사람마다 선호도가 있고, 선호도에 따라 습관적으로 선택하지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성격이나 생활습관도 습관에서 비롯된다. 주변에는 "살 빼야지, 술을 끊어야지, 담배 끊어야지, 영어공부해야지"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이 성공하는 것은 몇 년이 지나도록 볼 수가 없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이거나 죽을 만큼의 절박함이 없으면 사람은 웬만하면 바뀌지 않는다. 바뀌고 싶으면 '메멘토 모리'를 실천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해 본 것만 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배움은 경험한 것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거지만 의식적으로 20% 정도는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관점을 흡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기 발전에도 유익할 것이다.

6. 여섯 번째 발자국.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13일의 금요일, 죽을 4, 빨간 글씨로 이름 쓰지 말기 등 우리 사회에는 많은 미신이 있다. 나도 회의 도중 스크린에 떠 있는 한글 문서를 빨간 글씨로 수정하던 중에 "그래도 이름은 좀 다른 색으로 하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신은 왜 믿는 걸까? 나는 어려서부터 나도 모르게 주입된 외부 효과라고 생각한다. 미신이 단순히 징크스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정도로 그치면 괜찮으나, 내 사례처럼 에너지를 추가로 소비해야 하는 경우에는 고쳐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미신을 믿는 것이 '없는 것을 있다고 판단하는 제1종 오류'보다 '있는 것을 없다고 판단하는 제2종 오류'를 범했을 때 치러야 하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우선 믿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서 미신을 믿는 목적은 미래에 다가올 불행을 제어하고 싶어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근데 불행을 예측할 수 있을 때 행복한가?라고 질문하면서 '불행은 예측할 때 더 고통스럽다.'라는 사례를 소개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주장은 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예측이라기보다는 예방 차원 아닐까? 당장은 아프지만 혹시 몰라서 맞는 예방주사처럼 말이다. 어쨌든 저자의 논지에는 동의한다. 나부터도 누가 좋다고 하거나 정보를 주면 생각하기 전에 일단 믿고 보는 성향이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정말 그래? 왜 그렇지?'라고 한 번 생각해보는 회의주의적 태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두 관점을 모두 가져야 할 것 같다.

7. 일곱 번째 발자국.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저자는 창의성에 대한 강연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정도로 이 주제에 관심이 많고, 책에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일단 창의성과 지식은 개념이 조금 다르다. 지식은 공부를 통해 많은 정보를 쌓아두는 거라면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 창조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뇌를 분석해 본 결과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여러 부분의 뇌가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문제를 하나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바라볼 때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저자도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글을 쓸 때 주제에 관련된 책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문학 책 같은 것을 뒤적거린다고 한다. 그러나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효한 이유는 간단한 문제를 풀 때 무의식적으로 해결할 정도의 능력이 된다면 어려운 문제를 풀 때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끊임없이 생각하되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창의성을 갖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겠다.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보다 직접적인 방안으로 창의적인 의견을 많이 접하고 이를 모방하는 것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예수상을 위에서 바라본 그림을 봤다면 옆에서, 아래에서 본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런 모방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운동, 수면 등이 창의성의 주요 요소라고 하나 모두가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들이니 생략한다.

8. 여덟 번째 발자국. 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흔히들 하는 얘기를 비슷하게 하고 있다. 하나 새로 알게 된 것은 현재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빅데이터가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미국 같은 경우는 온라인상의 많은 정보에서 특정 개인을 도출하지 않으면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그런 정보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막고 있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적다고 한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저자는 좀 답답할 것 같긴 하다.

9. 아홉 번째 발자국.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현시점 가장 큰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을 다루는 만큼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깔끔하게 정의를 내려줘서 좋았다. 증기 기관, 컨베이어 벨트, 컴퓨터에 이어서 4차 산업혁명은 현실의 아톰(atom) 세계를 비트 세계와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를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 증강현실, 사물인터넷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의 계보를 잇는 웨어러블 기기가 널리 보급될 것으로 전망한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스마트 워치가 기대보다 흥행에 실패한 현재 저자는 스마트 안경이 얼굴에 가깝기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가 보다 많아서 다음 세대 주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자리와 관련해서 새로웠던 시각은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분야로 옮겨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기계가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약사의 역할이 약을 제조하는 것보다는 사람과 소통하는 쪽에 가까워진다거나 기자의 역할이 취재에 집중된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러나 물론 역할은 바뀌겠으나 나는 일자리의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위와 같은 예들은 돈 있는 사람들의 고급 취향에 가까워질 것 같다. 비행기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처럼 말이다.

  그래서 교육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정해진 문제의 답을 구하는 식으로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경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것, 분야 간 융합을 통한 창조와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 인간은 그런 식으로 사고하고 마치 컴퓨터를 활용하듯 인공지능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그렇다고 너무 겁먹지 말고 엑셀과 같은 인공지능 툴이 개발될 것이니 좀 더 여유를 갖고 지켜보자고 말한다. 컴퓨터가 처음 개발될 때 지금과 같은 세상이 올 줄 몰랐듯 4차 산업이 현실화될 때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약간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된다.

10. 열 번째 발자국.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이전 이야기들의 종합적인 반복이라 생략.

11. 열한 번째 발자국.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는가

  ‘혁신’에 관한 강연으로 앞의 ‘창의성’ 강연과 다소 중복된다.

  크게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첫 번째는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 우리가 생각하기에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은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할 것 같다. 실제로는 빌 게이츠를 비롯하여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실패를 대비하는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이 창업에 성공한다고 한다. 다른 말로 얘기하면 위험한 것과 모호한 것을 잘 구별하기도 한다. 위험한 것은 실패 확률을 알면서 도전하는 것이고, 모호한 것은 확률에 대한 정보 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모호한 것에는 거리를 두는 것이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을 빠르게 뚝딱뚝딱 처리하는 사람들을 선호하지만, 실제 성공하는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에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어찌 보면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위험을 회피하고 결정을 미루라니, 앞 강연에서 실행력을 강조한 말과 모순되는 것 같다. 저자도 그렇게 느꼈는지 실행력을 갖추면서도 섣불리 시도하지 말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위험을 관리할 줄 알아야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건 정말 모순인 것 같다. 양극단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보니 이를 억지로 짜 맞추기 위한 것처럼 들린다. 한 쪽으로의 성향이 강해 실패하는 사람이 다른 쪽으로도 생각해 보고 균형을 잡는 것이 좋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2. 열두 번째 발자국. 뇌라는 우주를 탐험하며, 칼 세이건을 추억하다

  저자는 처음에 '칼 세이건 이펙트', 즉 대중과의 소통을 많이 하는 과학자는 연구능력이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칼 세이건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하나의 과학적 발견이 모두에게 이해되고 감화되는 것이 인류의 진정한 진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13. 인터뷰 특강

  정재승 교수와 나눈 두 개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정재승 교수가 평소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

  우선 바쁜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월~목요일은 KAIST에서 연구를 하고 금~일요일 중에 다른 일을 하며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생각보다 바쁘지 않잖아? 했지만 이 분이 하는 강연 등을 준비하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결코 한가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비결은 새벽 시간 활용이라고 한다. 10시에 잠들어서 4시에 일어나는데, 그때부터 9시까지 한 가지 일을 집중해서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뇌가 가장 힘이 넘치는 시간에 창조적인 일을 하라고 우리에게도 권한다.

  아이디어는 대부분 책에서 얻는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는 양이 늘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근데 정말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은 혼자 캠퍼스를 걷거나 새벽 운전을 하면서 완전히 혼자 시간을 보낼 때라고 한다. 그럴 때 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논문의 단초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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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과학 허세 - 아는 척하기 좋은 실전 과학 지식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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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팟캐스트 '과장창(과학으로 장난치는 게 창피해?)'에 출연하고 있는 궤도의 첫 책이다. 저자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생소한 직업을 갖고 있는데,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팟캐스트뿐만 아니라 유튜브 방송이나 오프라인에서도 활동을 하는 것 같다. 팟캐스트에서 어려운 내용을 적절한 비유와 유머를 섞어서 전달해주는 것을 듣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책을 냈다고 해서 읽어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 이하였다. 챕터마다 한 회 방송분을 담고 있는데 사실 1시간을 떠든다고 해도 내용을 글로 적으면 분량이 얼마 안 된다. 심지어 방송보다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하는데 반대로 내용이 축소되어 겉만 핥는 느낌이다. 또 방송에서는 흥미를 유발했던 유머 요소가 지나치게 들어가 있어 오히려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비유 자체가 재밌는 것들이 많아서 살짝 무겁게 갔어도 될 것 같은데 아쉽다. 내용은 청소년 수준, 유머는 어른들이 알 법한 유머를 섞어서 주 독자층이 애매해진 느낌이다. 방송을 너무 좋게 들어서 책에 대한 평가가 박한 걸 수도 있지만, 책보다는 방송을 훨씬 추천한다.

그래도 '아는 척하기 좋은 실전 과학 지식'이라는 부제처럼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정리해 봤다. 특히 저자가 물리학 전공인 만큼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심해에서 온천여행을 즐겨보자 - 심해의 과학>

  물고기는 부레라는 기관에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상하 이동을 한다. 그런데 수심이 깊어질수록 위에서부터 누르는 수압이 강해져서 부레가 기체로 차 있을 경우 몸이 찌그러질 수 있다. 마치 부푼 풍선을 억지로 심해에 넣으면 터지는 것처럼. 그래서 물고기들은 풍선에 물을 채우듯이 체액으로 부레를 채워서 수압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블랙홀 - 블랙홀의 과학>

  블랙홀은 일반적으로 단어가 주는 인상 때문인지 우주에 뚫린 구멍이 주변 물체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블랙홀은 빛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잡아당기는 죽은 별이다. 지구를 예로 들어보면 질량이 무지하게 큰 지구가 우리를 잡아당기고 있지만 땅이 받치고 있어 우리는 그 안으로 꺼지지 않는다. 만약 지구의 부피가 급작스럽게 줄어들어 점으로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 위에 있던 모든 물체들은 엄청난 속도로 그 중심으로 다 같이 꺼질 것이다. 지구보다 질량이 훨씬 더 큰 별이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잡아당기는 힘이 어마어마하여 주변 물체들이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가까워져도 무시해 버리면서 결국 질량이 더 커진 하나의 물체가 된다.

  더 나아가 빛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블랙홀을 어떻게 관찰했느냐? 우주의 일반적인 별들은 쌍으로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블랙홀이 되면 다른 하나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점차 청소기의 줄처럼 블랙홀 주위를 돌면서 빨려 든다. 빨려 드는 도중 물체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마찰열이 에너지로 분출되고, 우리는 이것을 관측하여 블랙홀이라는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블랙홀이 생기는 이유, 둘 중 하나만 블랙홀이 되는 이유 등은 설명해주지 않아서 아쉽다.

 

<읽지 말라는 글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 귀신의 과학>

  일반적으로 현관문의 센서는 움직임을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움직임을 인식한다는 의미는 가시광선을 인식한다는 것인데 빛이 없는 어두운 상태에서는 그럴 수 없다. 사실은 적외선 센서로 체온을 인식하여 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여름 같은 경우 갑자기 뜨거운 바람이 훅 들어오면 불이 저절로 켜질 수 있다.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 방법 - 지구 멸망의 과학>

- 노르웨이의 한 섬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는 약 89만 종류의 식물 종자를 보관하고 있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다.

-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북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가는데, 이 물은 염분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물의 밀도가 낮아진다. 지구는 적도 부근과 극지방의 물을 순환시키며 열평형을 조절하는데 밀도에 변화가 생기면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적도는 더 뜨겁고 극지방은 더 추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약골의 역습 - 중력의 과학>

  우주의 기본 힘은 네 가지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힘의 크기를 비교해 보자면 중력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약하고 전자기력이 약력의 100배, 강력이 전자기력의 1000배 정도 된다. 전자기력은 우리 주변에서 관찰되는 대부분의 힘이라고 보면 된다. 강력은 원자핵 내부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잡고 있는 힘이고 약력은 주로 핵붕괴를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

  중력은 힘의 세기는 매우 약하지만 작용 범위가 무한대로 보면 된다. 뉴턴의 고전역학에서는 모든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중력이라고 보았다. 현대에 와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침대 위의 볼링공처럼 물체가 갖고 있는 질량에 비례해 주변의 시공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일부 과학자들은 무한대로 작용하는 중력의 세기가 약한 이유가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깨끗했던 내 방이 더러워지는 과정 - 힉스의 과학>

  그리스 시대부터 사람들은 물질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리로부터 4원소설, 원자설이 나왔고 근대에 들어서는 전자, 원자핵의 개념이 정립되었다. 현재는 12개의 기본입자와 그것들을 매개하는 힘으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다고 이해한다. 기본입자는 6개의 쿼크(up, down, top, bottom, charm, strange)와 6개의 렙톤(전자, 뮤온, 타우,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이고 매개하는 입자는 광자, 글루온, Z 보손, W 보손이다. 전자기력은 광자, 강력은 글루온, 약력은 Z 보손과 W 보손이 힘을 매개하는데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중력은 확실히 신비한 점이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 보손이란 입자의 스핀이 정수로 떨어지는 입자들을 의미한다. 스핀은 입자의 운동량으로 스핀이 1인 경우 한 바퀴 돌면 원위치, 2인 경우 반 바퀴 돌면 원위치로 되는 것이다.

  중력자가 발견되지 않은 대신 물체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다. 힉스 입자는 스핀이 0이기 때문에 힉스 보손이 정확한 명칭이고, 스핀이 0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질량이 어떻게 생기는지 알기 위해서는 힉스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진공은 힉스장이라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힉스장은 암흑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우주의 팽창 가속도를 이용해 크기를 측정할 수 있다. 힉스장은 에너지를 조금만 주면 질량을 가진 입자를 만들어낸다. 또 스핀이 0이라는 것은 시공간적 대칭 변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다른 입자와 상관없이 혼자 생겨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힉스 보손은 이렇게 생겨난 입자로 힉스 메커니즘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죽지 않은 좀비 고양이의 탄생 - 양자역학>

  고전역학은 물체의 초기 위치와 속도를 알면 잠시 후 물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작은 입자인 양자의 세계에서는 그런 예측이 불가능하다.

  양자역학의 시작은 빛이 입자이냐 파동이냐 하는 실험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은 빛을 입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이중 슬릿 실험'이 등장한다. 빛이 입자라면 이중 슬릿을 통과했을 때 벽에 두 줄만 나타나야 되는데 마치 파동처럼 여러 줄이 나타났다. 전자도 빛과 같은 형태를 보였다. 신기한 것은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영락없는 입자의 형태를 띤다는 것이었다. 문제 해결의 비밀은 ‘관찰’에 있었다. 우리는 가시광선을 인식하기 때문에 물체가 광자를 반사해서 우리 눈에 들어와야 볼 수 있다. 양자 세계에서는 광자라는 입자가 너무 큰 존재여서 파동을 만나면 그 충격으로 파동이 입자로 붕괴되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원래는 양자역학을 싫어했던 슈뢰딩거가 조롱하려는 의도로 만든 비유였으나 현재는 양자역학을 대표하는 사례가 되었다. 상자 안의 고양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살면서 죽었는지 알 수가 없다. 고양이가 양자처럼 행동하는지 어떻게 아는가? 사실은 알 수 있다. 양자들은 광자의 간섭뿐만 아니라 개수가 늘어나면 서로 간섭하게 되어 입자의 성질을 지니게 된다. 그럼 몇 개가 파동이 입자로 바뀌는 마지노선일까? 현재 탄소 원자 60개로 이루어진 공은 파동의 형태를 띤다. 다음은 크기가 보다 큰 바이러스를 실험하고 있다. 만약 바이러스가 파동성을 띤다면 이중성을 지닌 최초의 생명체가 될 거고 그러면 이를 해석하기 위한 이론들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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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과학 허세 - 아는 척하기 좋은 실전 과학 지식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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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지식과 쉽게 전달하는 능력 모두 갖춘 저자가 능력 발휘를 못한 것 같네요. 팟캐스트 한 회 방송내용을 한 챕터 당 적으려다 보니 내용이 너무 얕습니다. 차라리 방송을 직접 듣는 것을 추천드립니다(과장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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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미래 - 4차 산업혁명이 바꿀 삶과 산업의 풍경
이진오 지음 / 틈새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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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미지의 것을 예측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그 심리를 활용한 트렌드 코리아, 유엔미래 보고서 같은 책들이 새해가 되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이런 책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최신 기술들을 적절하게 언급하여 독자의 흥미를 돋우면서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전망한다. 사실 그런 책은 널렸다. 유명한 기관 혹은 저자가 쓴 책이 특히 많이 알려질 뿐이다. 책 제목인 '밥벌이의 미래'를 보고 기대하게 되는 것은 앞으로 직업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밥벌이가 직업 아닌가? 하지만 이 책은 직업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딱 하나 집중해서 다루는 것이 인공지능 의사다. 결국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담은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도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수많은 미래기술 중 몇 가지만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이다. 많은 책이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으려 노력하는데 반해 저자는 자율 주행,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이 5가지를 선별했다. 하나씩 얘기해보고자 한다.

 

 

1. 자율 주행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미국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차가 시범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머지않아 사고율이 거의 없는 단계에 도달할 것 같다. 자율주행차는 개인과 사회에게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단지 차 안에서 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다가 아니다. 사람이 굳이 차 안에 없더라도 혼자 운전한다. 나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가 유치원에 있는 아이를 데리러 갈 수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집 앞까지 와서 필요한 곳까지 모셔주기도 할 것이다. 졸음운전의 위험 없이 화물차나 택배 트럭 같은 것이 혼자 이동한다. 굳이 개인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짐을 차에 넣고 살지 않는 이상 집 앞까지 차가 혼자 왔다 간다. 차량이 줄어들어 교통이 원활해지고 보다 환경친화적인 도시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실상 자율 주행은 앞으로 얘기할 5가지 기술 중 가장 부작용이 적은 기술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에 온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합의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가 수동주 행차를 따라잡을 때까지 과도기가 존재한다. 만약 사고가 난다면 무조건 인간의 잘못일지 어느 정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차끼리 사고 발생 시 이제 개인 운전자들이 아니라 자동차 회사의 책임이 될 것이다. 보험사는 이제 대기업들을 상대해야 되고, 대기업들은 보다 안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서 궁극적으로는 자동차끼리의 소통, 자동차와 도시의 소통이 필요하다. 교통이 원활한 도로를 주행한다거나 빈 주차공간을 찾을 때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도움을 받게 된다. 직업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특히 자동차 회사나 운수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동안은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매출이 오르겠지만 그 이후 공유 차가 많아질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운수업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안전하게 24시간 운송할 수 있다면 어느 회사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사회는 이들을 다른 직업으로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2.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에 관한 책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딥러닝은 인간이 학습방법에 대한 알고리즘을 부여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주면 기계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이다. 결과의 좋고 나쁨에 따라 스스로 경로의 연결을 강화시키거나 약화시켜 행동방식을 조절한다. 한 분야에만 특화된 것을 약 인공지능, 흔히 영화에 나오는 만능 인공지능을 강 인공지능이라고 하는데 후자는 아직 발전하려면 멀었다.

   저자는 특히 인공지능 의사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도 가천대에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도입됐고 그 영향으로 암 치료 병원 중 순위권에 들게 됐다고 한다. 의료영역에도 인공지능이 다양한 방법으로 도입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저자는 그로 인해 인간의 자리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치료는 바둑과 달리 이기고 지는 것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운 치료의 경우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모여서 고민하는 것처럼 병에 대한 판단이 칼로 벤 듯 명료할 수 없다.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일 뿐 그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만약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환자는 설명을 요구할 것이고 이때는 인간 의사를 선호할 것이다. 결국 의료분야에서도 인간과 인공지능이 잘하는 역할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한동안은 인공지능이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의사는 인공지능의 조언을 듣고 진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보다 빠른 속도로 일상생활에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개인 주치의다. 이미 스마트 체중계, 스마트워치 등 신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기기들이 많이 도입되었고, 심박수나 혈압 같은 것도 손쉽게 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도 오래 지나지 않아 기본적인 질병들을 진단할 수 있는 개인 인공지능 의료기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진단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히 충족될 것이다.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건강 정보라는 무지막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무서운 것은 도처에 CCTV가 설치되어 프라이버시라고는 없는 요즘 세상에 신체정보까지 공개된다면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3. 빅데이터

   빅데이터는 디지털화된 모든 정보를 가리키는 말로 일반 컴퓨터로는 처리할 수 없는 데이터의 양과 지금도 엄청나게 쌓이고 있는 무시무시한 속도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빅데이터의 특징은 겉으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요인들의 관계를 집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상에 대해 추론을 하고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파악하여 그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빅데이터의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니다. 단지 현상에 대해 상관관계가 높은 요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판단은 인간에게 맡긴다.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추론 없이 이런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데이터의 양에서 비롯된다.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분명히 경쟁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소비자의 행동을 보고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 예측하고 생산과 판매를 조절할 수 있다면 낭비가 크게 감소한다. 정부도 이것을 활용하여 국내 전체의 금융 흐름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한다면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SNS와 미디어에 항상 노출돼 있는 현대사회에서 빅데이터를 악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매우 즉각적이고 효과적이다. 페이스북은 가입자 70만 명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feed에 노출시킨 뒤 그들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아무도 읽지 않는 회원가입 약관을 근거로 말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분야가 늘어날수록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가 큰 이슈가 될 것이다.

 

4.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은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인터넷으로도 소통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의 원조는 바코드라고 할 수 있는데 바코드가 부착된 물품을 바코드 리더기에 읽히면 재고와 위치가 파악된다. 현재는 기술이 더 발전하여 전자태그를 이용해 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저자는 사물인터넷 하면 떠오르는 스마트홈에 회의적이다. 스마트홈에 대한 발상은 몇십 년 전부터 나왔음에도 여전히 요원하며, 구매 시 즐거움을 준다거나 불편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가전제품을 연결해야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소통 문제도 있다. 나는 스마트홈이 대중화된다면 사용할 것 같다. 더운 여름날에 집에 들어가기 전 미리 에어컨을 켜 준다거나, 겨울에 목욕물을 미리 받아준다거나, 잘 때 온도를 조절해준다면 충분히 구매의 즐거움을 만족할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수요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스마트홈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은 개인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은행 업무, 거래, 문화생활 등 거의 모든 생활에 필요한 플랫폼인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홈은 편리함이 개인에서 끝나고 만다. 기업이 많은 투자를 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이 되겠지만 그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팩토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최고의 기술이다. 공장 스스로 조립라인 설계, 생산량 조절, 에너지 소비 등을 조절한다. 실제로 현재 스마트팩토리가 도입된 곳에서는 생산성이 향상된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또 타깃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 소비자의 주문에서 생산까지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더 이상 외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대량생산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를 느끼게 될 부분은 공공부문과 스마트그리드일 것이다. 신호등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도로 전체의 상황을 고려하여 교통 흐름을 조절할 것이다. 이것이 자율 주행과 결합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그야말로 에스컬레이터 위에 올라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을 네트워크 상에서 조절하는 것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에 더해 점점 보급되고 있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총체적으로 조절하려는 노력이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전력 사용량이 달라지는 시간대 혹은 계절에 따라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고, 여름철 TV에서 나오는 전력 부족에 관한 뉴스는 보지 않게 될 것이다.

 

5. 블록체인

   비트코인 열풍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는데 정작 그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매우 간단하지만 잘 설명해 놓았다. 우선 암호화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1단계는 ID와 암호를 이용하여 사용자에게 서버로의 접근을 허락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취약한 암호화 방식이기 때문에 생체 인식을 이용한 보다 안전성이 높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2단계는 사용자가 서버로 접속한 뒤에 허용된 일만 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블록체인은 여기에서 작동한다. 일반적인 보안은 장부를 겹겹이 쌓은 암호로 보호한다. 블록체인은 장부를 여럿이서 보호한다. 내 장부가 변경되면 나와 연결된 모든 사람의 장부가 변경되어야 한다. 끝이 아니다. 장부는 블록의 형태로 기록되는데, 블록이 추가될 때 이전의 블록 내용까지 기록돼야 한다. 더 추가되면 이전과 그 이전의 블록 내용도 기록된다. 블록이 체인 형식으로 묶여있는 것이다. 해킹을 시도할 때 한 블록을 변경하면 그전 블록의 내용이 바뀌고, 또 그전 블록의 내용이 바뀌고 하는 식으로 연결되어 있어 사실상 뚫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다. 비트코인은 장부 대신 숫자를 이용하여 완전무결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화폐를 만든 것이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인 투명성과 안전성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블록체인은 어떤 거래에서든 사용될 수 있고 중앙통제를 벗어난 시스템이다. 문제는 블록체인이 생성될 때마다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컴퓨터에서 장부를 관리하던 것을 여러 개의 컴퓨터에서 같은 장부를 관리하려다 보니 에너지가 훨씬 많이 든다. 1년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사용된 전기 에너지가 아일랜드 전체에서 1년간 사용한 전기 에너지와 비슷하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수정이 불가능한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단점도 된다. 소수 집단이 엄청난 에너지를 써대고 있어도 그들이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그것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기술의 발전은 좋으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재미있다. “거봐, 내 말이 맞지.”라고 말할 때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될 때는 재미를 넘어서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잘 새겨보면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처럼 플랫폼의 변화가 생긴다는 의미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컨베이어 벨트가 도입되어 이전까지의 생산성을 압도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기술혁명 또한 급격한 차이를 만들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기존의 일자리가 다른 일자리로 이동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건 어느 정도 비슷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얘기일 것이다. MP3 만들던 사람이 핸드폰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동차 운전하던 사람이 어떤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용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럴 것이다. 요새는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잘 사용한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먹고사는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들은 달라질 미래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이들의 살 길을 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밥벌이의 미래'라는 제목에서 기대한 것은 그런 방안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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