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미래 - 4차 산업혁명이 바꿀 삶과 산업의 풍경
이진오 지음 / 틈새책방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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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은 미지의 것을 예측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그 심리를 활용한 트렌드 코리아, 유엔미래 보고서 같은 책들이 새해가 되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이런 책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최신 기술들을 적절하게 언급하여 독자의 흥미를 돋우면서 미래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전망한다. 사실 그런 책은 널렸다. 유명한 기관 혹은 저자가 쓴 책이 특히 많이 알려질 뿐이다. 책 제목인 '밥벌이의 미래'를 보고 기대하게 되는 것은 앞으로 직업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밥벌이가 직업 아닌가? 하지만 이 책은 직업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딱 하나 집중해서 다루는 것이 인공지능 의사다. 결국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담은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도 이 책의 장점을 꼽자면 수많은 미래기술 중 몇 가지만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이다. 많은 책이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으려 노력하는데 반해 저자는 자율 주행,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이 5가지를 선별했다. 하나씩 얘기해보고자 한다.

 

 

1. 자율 주행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미국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차가 시범단계에 들어섰다고 한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머지않아 사고율이 거의 없는 단계에 도달할 것 같다. 자율주행차는 개인과 사회에게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단지 차 안에서 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다가 아니다. 사람이 굳이 차 안에 없더라도 혼자 운전한다. 나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가 유치원에 있는 아이를 데리러 갈 수도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집 앞까지 와서 필요한 곳까지 모셔주기도 할 것이다. 졸음운전의 위험 없이 화물차나 택배 트럭 같은 것이 혼자 이동한다. 굳이 개인 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짐을 차에 넣고 살지 않는 이상 집 앞까지 차가 혼자 왔다 간다. 차량이 줄어들어 교통이 원활해지고 보다 환경친화적인 도시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실상 자율 주행은 앞으로 얘기할 5가지 기술 중 가장 부작용이 적은 기술일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에 온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합의가 필요하다. 자율주행차가 수동주 행차를 따라잡을 때까지 과도기가 존재한다. 만약 사고가 난다면 무조건 인간의 잘못일지 어느 정도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차끼리 사고 발생 시 이제 개인 운전자들이 아니라 자동차 회사의 책임이 될 것이다. 보험사는 이제 대기업들을 상대해야 되고, 대기업들은 보다 안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서 궁극적으로는 자동차끼리의 소통, 자동차와 도시의 소통이 필요하다. 교통이 원활한 도로를 주행한다거나 빈 주차공간을 찾을 때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도움을 받게 된다. 직업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특히 자동차 회사나 운수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한동안은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매출이 오르겠지만 그 이후 공유 차가 많아질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운수업은 말할 필요도 없이 안전하게 24시간 운송할 수 있다면 어느 회사가 이를 마다하겠는가? 사회는 이들을 다른 직업으로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2. 인공지능

   머신러닝, 딥러닝에 관한 책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딥러닝은 인간이 학습방법에 대한 알고리즘을 부여하고 수많은 데이터를 주면 기계 스스로 학습하는 방식이다. 결과의 좋고 나쁨에 따라 스스로 경로의 연결을 강화시키거나 약화시켜 행동방식을 조절한다. 한 분야에만 특화된 것을 약 인공지능, 흔히 영화에 나오는 만능 인공지능을 강 인공지능이라고 하는데 후자는 아직 발전하려면 멀었다.

   저자는 특히 인공지능 의사를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도 가천대에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도입됐고 그 영향으로 암 치료 병원 중 순위권에 들게 됐다고 한다. 의료영역에도 인공지능이 다양한 방법으로 도입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저자는 그로 인해 인간의 자리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치료는 바둑과 달리 이기고 지는 것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려운 치료의 경우 여러 분야의 의사들이 모여서 고민하는 것처럼 병에 대한 판단이 칼로 벤 듯 명료할 수 없다.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것일 뿐 그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만약 판단이 잘못됐을 경우 환자는 설명을 요구할 것이고 이때는 인간 의사를 선호할 것이다. 결국 의료분야에서도 인간과 인공지능이 잘하는 역할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한동안은 인공지능이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에게 의견을 제시하고 의사는 인공지능의 조언을 듣고 진단을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보다 빠른 속도로 일상생활에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개인 주치의다. 이미 스마트 체중계, 스마트워치 등 신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기기들이 많이 도입되었고, 심박수나 혈압 같은 것도 손쉽게 잴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도 오래 지나지 않아 기본적인 질병들을 진단할 수 있는 개인 인공지능 의료기기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진단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히 충족될 것이다.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건강 정보라는 무지막지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무서운 것은 도처에 CCTV가 설치되어 프라이버시라고는 없는 요즘 세상에 신체정보까지 공개된다면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3. 빅데이터

   빅데이터는 디지털화된 모든 정보를 가리키는 말로 일반 컴퓨터로는 처리할 수 없는 데이터의 양과 지금도 엄청나게 쌓이고 있는 무시무시한 속도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빅데이터의 특징은 겉으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요인들의 관계를 집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상에 대해 추론을 하고 인과관계나 상관관계를 파악하여 그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빅데이터의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니다. 단지 현상에 대해 상관관계가 높은 요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판단은 인간에게 맡긴다.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추론 없이 이런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데이터의 양에서 비롯된다.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분명히 경쟁 레이스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다. 소비자의 행동을 보고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 예측하고 생산과 판매를 조절할 수 있다면 낭비가 크게 감소한다. 정부도 이것을 활용하여 국내 전체의 금융 흐름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한다면 대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SNS와 미디어에 항상 노출돼 있는 현대사회에서 빅데이터를 악용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매우 즉각적이고 효과적이다. 페이스북은 가입자 70만 명을 대상으로 부정적인 feed에 노출시킨 뒤 그들의 기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아무도 읽지 않는 회원가입 약관을 근거로 말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분야가 늘어날수록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가 큰 이슈가 될 것이다.

 

4. 사물인터넷

   사물인터넷은 사물이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인터넷으로도 소통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의 원조는 바코드라고 할 수 있는데 바코드가 부착된 물품을 바코드 리더기에 읽히면 재고와 위치가 파악된다. 현재는 기술이 더 발전하여 전자태그를 이용해 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저자는 사물인터넷 하면 떠오르는 스마트홈에 회의적이다. 스마트홈에 대한 발상은 몇십 년 전부터 나왔음에도 여전히 요원하며, 구매 시 즐거움을 준다거나 불편함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든 가전제품을 연결해야 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소통 문제도 있다. 나는 스마트홈이 대중화된다면 사용할 것 같다. 더운 여름날에 집에 들어가기 전 미리 에어컨을 켜 준다거나, 겨울에 목욕물을 미리 받아준다거나, 잘 때 온도를 조절해준다면 충분히 구매의 즐거움을 만족할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수요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스마트홈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은 개인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은행 업무, 거래, 문화생활 등 거의 모든 생활에 필요한 플랫폼인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홈은 편리함이 개인에서 끝나고 만다. 기업이 많은 투자를 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이 되겠지만 그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팩토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최고의 기술이다. 공장 스스로 조립라인 설계, 생산량 조절, 에너지 소비 등을 조절한다. 실제로 현재 스마트팩토리가 도입된 곳에서는 생산성이 향상된 지표를 나타내고 있다. 또 타깃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 소비자의 주문에서 생산까지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더 이상 외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대량생산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를 느끼게 될 부분은 공공부문과 스마트그리드일 것이다. 신호등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도로 전체의 상황을 고려하여 교통 흐름을 조절할 것이다. 이것이 자율 주행과 결합된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라. 그야말로 에스컬레이터 위에 올라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을 네트워크 상에서 조절하는 것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에 더해 점점 보급되고 있는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총체적으로 조절하려는 노력이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전력 사용량이 달라지는 시간대 혹은 계절에 따라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할 수 있고, 여름철 TV에서 나오는 전력 부족에 관한 뉴스는 보지 않게 될 것이다.

 

5. 블록체인

   비트코인 열풍으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는데 정작 그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도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매우 간단하지만 잘 설명해 놓았다. 우선 암호화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1단계는 ID와 암호를 이용하여 사용자에게 서버로의 접근을 허락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취약한 암호화 방식이기 때문에 생체 인식을 이용한 보다 안전성이 높은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2단계는 사용자가 서버로 접속한 뒤에 허용된 일만 하도록 만드는 것인데 블록체인은 여기에서 작동한다. 일반적인 보안은 장부를 겹겹이 쌓은 암호로 보호한다. 블록체인은 장부를 여럿이서 보호한다. 내 장부가 변경되면 나와 연결된 모든 사람의 장부가 변경되어야 한다. 끝이 아니다. 장부는 블록의 형태로 기록되는데, 블록이 추가될 때 이전의 블록 내용까지 기록돼야 한다. 더 추가되면 이전과 그 이전의 블록 내용도 기록된다. 블록이 체인 형식으로 묶여있는 것이다. 해킹을 시도할 때 한 블록을 변경하면 그전 블록의 내용이 바뀌고, 또 그전 블록의 내용이 바뀌고 하는 식으로 연결되어 있어 사실상 뚫는 게 불가능하다고 한다. 비트코인은 장부 대신 숫자를 이용하여 완전무결하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화폐를 만든 것이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장점인 투명성과 안전성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블록체인은 어떤 거래에서든 사용될 수 있고 중앙통제를 벗어난 시스템이다. 문제는 블록체인이 생성될 때마다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의 컴퓨터에서 장부를 관리하던 것을 여러 개의 컴퓨터에서 같은 장부를 관리하려다 보니 에너지가 훨씬 많이 든다. 1년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사용된 전기 에너지가 아일랜드 전체에서 1년간 사용한 전기 에너지와 비슷하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수정이 불가능한 게 가장 큰 장점이지만 단점도 된다. 소수 집단이 엄청난 에너지를 써대고 있어도 그들이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그것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기술의 발전은 좋으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재미있다. “거봐, 내 말이 맞지.”라고 말할 때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될 때는 재미를 넘어서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잘 새겨보면 농업혁명이나 산업혁명처럼 플랫폼의 변화가 생긴다는 의미다.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컨베이어 벨트가 도입되어 이전까지의 생산성을 압도했던 것처럼 앞으로의 기술혁명 또한 급격한 차이를 만들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기존의 일자리가 다른 일자리로 이동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건 어느 정도 비슷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얘기일 것이다. MP3 만들던 사람이 핸드폰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동차 운전하던 사람이 어떤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용하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럴 것이다. 요새는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잘 사용한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먹고사는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들은 달라질 미래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이들의 살 길을 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밥벌이의 미래'라는 제목에서 기대한 것은 그런 방안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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