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의 과학 허세 - 아는 척하기 좋은 실전 과학 지식
궤도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팟캐스트 '과장창(과학으로 장난치는 게 창피해?)'에 출연하고 있는 궤도의 첫 책이다. 저자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생소한 직업을 갖고 있는데, 일반인들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팟캐스트뿐만 아니라 유튜브 방송이나 오프라인에서도 활동을 하는 것 같다. 팟캐스트에서 어려운 내용을 적절한 비유와 유머를 섞어서 전달해주는 것을 듣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책을 냈다고 해서 읽어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 이하였다. 챕터마다 한 회 방송분을 담고 있는데 사실 1시간을 떠든다고 해도 내용을 글로 적으면 분량이 얼마 안 된다. 심지어 방송보다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 하는데 반대로 내용이 축소되어 겉만 핥는 느낌이다. 또 방송에서는 흥미를 유발했던 유머 요소가 지나치게 들어가 있어 오히려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비유 자체가 재밌는 것들이 많아서 살짝 무겁게 갔어도 될 것 같은데 아쉽다. 내용은 청소년 수준, 유머는 어른들이 알 법한 유머를 섞어서 주 독자층이 애매해진 느낌이다. 방송을 너무 좋게 들어서 책에 대한 평가가 박한 걸 수도 있지만, 책보다는 방송을 훨씬 추천한다.

그래도 '아는 척하기 좋은 실전 과학 지식'이라는 부제처럼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을 것들을 정리해 봤다. 특히 저자가 물리학 전공인 만큼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심해에서 온천여행을 즐겨보자 - 심해의 과학>

  물고기는 부레라는 기관에 공기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상하 이동을 한다. 그런데 수심이 깊어질수록 위에서부터 누르는 수압이 강해져서 부레가 기체로 차 있을 경우 몸이 찌그러질 수 있다. 마치 부푼 풍선을 억지로 심해에 넣으면 터지는 것처럼. 그래서 물고기들은 풍선에 물을 채우듯이 체액으로 부레를 채워서 수압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처음 만나는 블랙홀 - 블랙홀의 과학>

  블랙홀은 일반적으로 단어가 주는 인상 때문인지 우주에 뚫린 구멍이 주변 물체를 빨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블랙홀은 빛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잡아당기는 죽은 별이다. 지구를 예로 들어보면 질량이 무지하게 큰 지구가 우리를 잡아당기고 있지만 땅이 받치고 있어 우리는 그 안으로 꺼지지 않는다. 만약 지구의 부피가 급작스럽게 줄어들어 점으로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 위에 있던 모든 물체들은 엄청난 속도로 그 중심으로 다 같이 꺼질 것이다. 지구보다 질량이 훨씬 더 큰 별이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잡아당기는 힘이 어마어마하여 주변 물체들이 핵융합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가까워져도 무시해 버리면서 결국 질량이 더 커진 하나의 물체가 된다.

  더 나아가 빛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블랙홀을 어떻게 관찰했느냐? 우주의 일반적인 별들은 쌍으로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블랙홀이 되면 다른 하나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점차 청소기의 줄처럼 블랙홀 주위를 돌면서 빨려 든다. 빨려 드는 도중 물체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마찰열이 에너지로 분출되고, 우리는 이것을 관측하여 블랙홀이라는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블랙홀이 생기는 이유, 둘 중 하나만 블랙홀이 되는 이유 등은 설명해주지 않아서 아쉽다.

 

<읽지 말라는 글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 귀신의 과학>

  일반적으로 현관문의 센서는 움직임을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움직임을 인식한다는 의미는 가시광선을 인식한다는 것인데 빛이 없는 어두운 상태에서는 그럴 수 없다. 사실은 적외선 센서로 체온을 인식하여 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여름 같은 경우 갑자기 뜨거운 바람이 훅 들어오면 불이 저절로 켜질 수 있다.

 

 

<세계가 멸망하지 않는 방법 - 지구 멸망의 과학>

- 노르웨이의 한 섬에 있는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는 약 89만 종류의 식물 종자를 보관하고 있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다.

-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으면 북대서양으로 흘러들어가는데, 이 물은 염분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물의 밀도가 낮아진다. 지구는 적도 부근과 극지방의 물을 순환시키며 열평형을 조절하는데 밀도에 변화가 생기면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적도는 더 뜨겁고 극지방은 더 추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약골의 역습 - 중력의 과학>

  우주의 기본 힘은 네 가지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 힘의 크기를 비교해 보자면 중력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약하고 전자기력이 약력의 100배, 강력이 전자기력의 1000배 정도 된다. 전자기력은 우리 주변에서 관찰되는 대부분의 힘이라고 보면 된다. 강력은 원자핵 내부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잡고 있는 힘이고 약력은 주로 핵붕괴를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

  중력은 힘의 세기는 매우 약하지만 작용 범위가 무한대로 보면 된다. 뉴턴의 고전역학에서는 모든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중력이라고 보았다. 현대에 와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침대 위의 볼링공처럼 물체가 갖고 있는 질량에 비례해 주변의 시공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일부 과학자들은 무한대로 작용하는 중력의 세기가 약한 이유가 다른 차원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약할 수밖에 없다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깨끗했던 내 방이 더러워지는 과정 - 힉스의 과학>

  그리스 시대부터 사람들은 물질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해했다. 그리로부터 4원소설, 원자설이 나왔고 근대에 들어서는 전자, 원자핵의 개념이 정립되었다. 현재는 12개의 기본입자와 그것들을 매개하는 힘으로 세상이 구성되어 있다고 이해한다. 기본입자는 6개의 쿼크(up, down, top, bottom, charm, strange)와 6개의 렙톤(전자, 뮤온, 타우, 전자 중성미자, 뮤온 중성미자, 타우 중성미자)이고 매개하는 입자는 광자, 글루온, Z 보손, W 보손이다. 전자기력은 광자, 강력은 글루온, 약력은 Z 보손과 W 보손이 힘을 매개하는데 중력을 매개하는 중력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중력은 확실히 신비한 점이 있는 모양이다. 여기서 보손이란 입자의 스핀이 정수로 떨어지는 입자들을 의미한다. 스핀은 입자의 운동량으로 스핀이 1인 경우 한 바퀴 돌면 원위치, 2인 경우 반 바퀴 돌면 원위치로 되는 것이다.

  중력자가 발견되지 않은 대신 물체에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다. 힉스 입자는 스핀이 0이기 때문에 힉스 보손이 정확한 명칭이고, 스핀이 0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질량이 어떻게 생기는지 알기 위해서는 힉스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진공은 힉스장이라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힉스장은 암흑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우주의 팽창 가속도를 이용해 크기를 측정할 수 있다. 힉스장은 에너지를 조금만 주면 질량을 가진 입자를 만들어낸다. 또 스핀이 0이라는 것은 시공간적 대칭 변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다른 입자와 상관없이 혼자 생겨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힉스 보손은 이렇게 생겨난 입자로 힉스 메커니즘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죽지 않은 좀비 고양이의 탄생 - 양자역학>

  고전역학은 물체의 초기 위치와 속도를 알면 잠시 후 물체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작은 입자인 양자의 세계에서는 그런 예측이 불가능하다.

  양자역학의 시작은 빛이 입자이냐 파동이냐 하는 실험에서 출발했다. 사람들은 빛을 입자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이중 슬릿 실험'이 등장한다. 빛이 입자라면 이중 슬릿을 통과했을 때 벽에 두 줄만 나타나야 되는데 마치 파동처럼 여러 줄이 나타났다. 전자도 빛과 같은 형태를 보였다. 신기한 것은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영락없는 입자의 형태를 띤다는 것이었다. 문제 해결의 비밀은 ‘관찰’에 있었다. 우리는 가시광선을 인식하기 때문에 물체가 광자를 반사해서 우리 눈에 들어와야 볼 수 있다. 양자 세계에서는 광자라는 입자가 너무 큰 존재여서 파동을 만나면 그 충격으로 파동이 입자로 붕괴되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원래는 양자역학을 싫어했던 슈뢰딩거가 조롱하려는 의도로 만든 비유였으나 현재는 양자역학을 대표하는 사례가 되었다. 상자 안의 고양이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살면서 죽었는지 알 수가 없다. 고양이가 양자처럼 행동하는지 어떻게 아는가? 사실은 알 수 있다. 양자들은 광자의 간섭뿐만 아니라 개수가 늘어나면 서로 간섭하게 되어 입자의 성질을 지니게 된다. 그럼 몇 개가 파동이 입자로 바뀌는 마지노선일까? 현재 탄소 원자 60개로 이루어진 공은 파동의 형태를 띤다. 다음은 크기가 보다 큰 바이러스를 실험하고 있다. 만약 바이러스가 파동성을 띤다면 이중성을 지닌 최초의 생명체가 될 거고 그러면 이를 해석하기 위한 이론들은 더 복잡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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