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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중과 소통하는 과학자로 잘 알려진 정재승 교수의 신간이다. 그간 많은 책을 냈는데 단독으로는 '과학 콘서트'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그간 저자가 했던 수많은 강연 중 12개를 뽑아서 녹취록을 들으며 수정 보완한 것을 묶은 것이다. 강연이라는 특성상 정보 전달도 있지만 자기계발적인 특성이 있고, 강연마다 중복되는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전달하는 메시지가 분명하여 하나하나 정리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었다. 이런 유의 책을 볼 때 특히 눈여겨보는 것이 흥미로운 연구 사례들이다. 연구 사례들은 의견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자료다. 그래서 그런 예시들과 함께 내용을 정리해 봤다. 총 12개의 챕터와 마지막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1. 첫 번째 발자국. 선택하는 동안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마시멜로 챌린지 - 스파게티 면, 접착테이프, 실, 마시멜로를 이용해 가장 높이 탑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실험. 유치원생들과 경영 대학원 학생들이 쌓은 탑의 높이를 비교했을 때 유치원생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른들은 문제를 보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좋은 전략을 수립한 다음 최후에 탑을 쌓았다. 반면에 아이들은 처음부터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갔다. 여기서 뼈 때리는 교훈을 얻는다. "처음 시도하는 일에 좋은 계획을 세울 수 없다. 경험이 별로 없는 이들이 계획을 세워봤자 잘못될 가능성이 높고, 계획을 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면 다시 회복할 기회도 없다. 대학원생들이 대체로 좋지 않은 실적을 보이는 이유다. (p.35)". 저자는 결과 중심이 돼야지 계획 중심이 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다. 좋은 결과로 나가기 위해 우선 간단한 계획을 짜놓고 실행해 본 뒤 계획을 수정해 나갈 것을 추천한다. 이것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장기간 숙고해서 정한 방침을 수정할 때 리더의 권위가 손상될까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리더가 평소 팀원들과 소통을 많이 해서 수평적인 관계에 있다면 계획을 변경하더라도 모두가 수긍한다는 것이다.
2. 두 번째 발자국. 결정 장애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선택의 패러독스’라는 현상이 있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의사결정을 방해한다는 현상이다. 이를 증명하는 실험이 있는데 잼을 판매할 때 24종류를 진열하는 것보다 6종류를 진열했을 때 구매는 10배, 재구매는 15배 차이가 났다고 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어느 정도 선택지가 있으면 우리는 즐겁게 선택을 하지만 가짓수가 너무 많으면 선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두려움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험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만약 한 가지를 고르고 맘에 들지 않는 경우 바꿔주는 서비스가 있었을 때의 결과는 어땠을까? 우리 사회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는데 잘못 선택했을 경우 재기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하다. 책 후반부에 나오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을 위해서 평균적으로 4번의 실패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주는 사회적 제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어느 정도 1장과 중복되는 얘긴데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반면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비판을 두려워하여 잘하는 일만 하려고 한다.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여 삶을 살면 나중에 늙어서까지 타인의 기준에서 행복을 바라보게 된다. 내가 스스로 부딪쳐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삶을 살아야 인생 후배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어봤을 때 나는 이런 지도를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평소 결정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게 해주는 조언은 "남들에게 스마트하게 보이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킬까 봐 걱정하지 말고 실패해도 별일 없다는 경험을 자주 해야 한다.(p. 138)"와 "오늘 죽는다고 생각하면 어떤 상황도 그보다 비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큰 두려움 없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p. 139)"고 하는 '메멘토 모리'다. 장례식장 같은 곳을 다녀오면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면서 지금 하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담대해지는 경향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3. 세 번째 발자국.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3장에서는 결핍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서 말한다. 우리는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이를 개선하려고 한다. 등 따습고 배부르면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자녀 양육에 있어서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어린 시절의 나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뭔가를 원하기 전에 이미 부모가 예체능이니 학원이니 다 정해놓고 뺑뺑이를 돌린다. 그러면 아이는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가까운 곳에서 바람직한 예를 찾을 수 있다. 내 여자친구는 어릴 적에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부모님이 학원에 안 보내줬단다. 그래서 스스로 EBS 교육방송을 찾아서 듣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도저히 따라잡기가 힘들어서 학원을 찾아보고 부모님께 보내달라고 사정했다나. 그렇게 자란 여자친구는 현재도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 공짜로 해외도 다니고, 국문과에서 진로를 바꾼 뒤 한의학 전문대학원 수석도 하고 방학을 이용해 회사 인턴도 하는 등 굉장히 주도적인 사람이다. 그 동생도 비슷하게 자랐다. 반면에 나와 내 동생은 부족할 것 없이 자라서 성격이 느긋하고 온순한지만 꽤나 수동적인 편이다. 분명히 결핍과 자율성은 큰 상관관계가 있어 보인다.
결핍의 부정적인 면으로 기본적인 욕구, 즉 식욕이나 성욕에 대한 결핍이 있으면 시야가 좁아져 그것만 생각하게 되는 현상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런 현상은 일부이기 때문에 자세히 적진 않겠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꼭 숙고해봐야 할 '결핍'이다.
4. 네 번째 발자국.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4장은 분량도 짧고 주제도 명료하다. 놀이는 뇌 발달에 필수적이며 특히 유년기가 긴 인간의 경우 이 시기 동안 다양한 놀이를 통해 뇌를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계획하려면 일뿐만 아니라 놀이 또한 함께 고려해야 한다. 내가 매우 공감했던 것은 해리스 오언 (Harris Owen)의 '오픈 스페이스 테크놀로지'다. 열린 공간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것을 녹음한 뒤 그것을 들으면서 창의적인 의견을 취합하는 것인데, 나는 실제로 경험하고 있다. 내가 몸담은 조직은 매우 수직적이라 보스는 이미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회의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보스가 나가고 나서 생산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또 사무실에서보다는 식사를 하거나 출장을 갔을 때 주고받는 대화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업에서는 고려해보면 좋을 만한 방법이다.
5. 다섯 번째 발자국. 우리 뇌도 '새로 고침'할 수 있을까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지난날을 돌아보며 올해는 알차게 살아보리라 다짐하며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것을 끝까지 실천하는 사람은 10퍼센트 정도라고 한다.(그렇게 많이?) 왜 그럴까? 바로 떠오르는 대답은 "습관"이다. 뇌는 굉장히 습관적이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기 싫어한다. 재밌는 실험이 있다. 쥐를 가둬놓고 4가지 맛의 사료를 주면 쥐마다 선호하는 맛의 차이는 있지만 맛을 선택하는 비율이 두 번째, 세 번째로 갈수록 이전 맛의 절반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놀랍도록 습관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우리의 성향을 보여준다. 또 열 번을 같은 맛을 먹으면 그다음, 또 다음 차례에도 그 맛을 선택할 확률이 증가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배스킨라빈스에 가면 31가지나 되는 아이스크림이 있지만 늘 먹는 건 한정돼 있다. 뷔페를 가도 집어오는 음식의 종류는 열 개 내외다. 사람마다 선호도가 있고, 선호도에 따라 습관적으로 선택하지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성격이나 생활습관도 습관에서 비롯된다. 주변에는 "살 빼야지, 술을 끊어야지, 담배 끊어야지, 영어공부해야지"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이 성공하는 것은 몇 년이 지나도록 볼 수가 없다.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이거나 죽을 만큼의 절박함이 없으면 사람은 웬만하면 바뀌지 않는다. 바뀌고 싶으면 '메멘토 모리'를 실천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해 본 것만 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배움은 경험한 것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거지만 의식적으로 20% 정도는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관점을 흡수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자기 발전에도 유익할 것이다.
6. 여섯 번째 발자국.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13일의 금요일, 죽을 4, 빨간 글씨로 이름 쓰지 말기 등 우리 사회에는 많은 미신이 있다. 나도 회의 도중 스크린에 떠 있는 한글 문서를 빨간 글씨로 수정하던 중에 "그래도 이름은 좀 다른 색으로 하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미신은 왜 믿는 걸까? 나는 어려서부터 나도 모르게 주입된 외부 효과라고 생각한다. 미신이 단순히 징크스나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정도로 그치면 괜찮으나, 내 사례처럼 에너지를 추가로 소비해야 하는 경우에는 고쳐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미신을 믿는 것이 '없는 것을 있다고 판단하는 제1종 오류'보다 '있는 것을 없다고 판단하는 제2종 오류'를 범했을 때 치러야 하는 손해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우선 믿고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서 미신을 믿는 목적은 미래에 다가올 불행을 제어하고 싶어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근데 불행을 예측할 수 있을 때 행복한가?라고 질문하면서 '불행은 예측할 때 더 고통스럽다.'라는 사례를 소개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주장은 좀 핀트가 어긋난 것 같다. 예측이라기보다는 예방 차원 아닐까? 당장은 아프지만 혹시 몰라서 맞는 예방주사처럼 말이다. 어쨌든 저자의 논지에는 동의한다. 나부터도 누가 좋다고 하거나 정보를 주면 생각하기 전에 일단 믿고 보는 성향이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정말 그래? 왜 그렇지?'라고 한 번 생각해보는 회의주의적 태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두 관점을 모두 가져야 할 것 같다.
7. 일곱 번째 발자국.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저자는 창의성에 대한 강연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정도로 이 주제에 관심이 많고, 책에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일단 창의성과 지식은 개념이 조금 다르다. 지식은 공부를 통해 많은 정보를 쌓아두는 거라면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들어서 창조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뇌를 분석해 본 결과 창의적인 생각을 할 때 여러 부분의 뇌가 활성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문제를 하나의 관점에서 보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바라볼 때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것이다. 저자도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글을 쓸 때 주제에 관련된 책을 보기보다는 오히려 문학 책 같은 것을 뒤적거린다고 한다. 그러나 지식을 쌓기 위한 노력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1만 시간의 법칙'이 유효한 이유는 간단한 문제를 풀 때 무의식적으로 해결할 정도의 능력이 된다면 어려운 문제를 풀 때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끊임없이 생각하되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창의성을 갖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겠다.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보다 직접적인 방안으로 창의적인 의견을 많이 접하고 이를 모방하는 것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예수상을 위에서 바라본 그림을 봤다면 옆에서, 아래에서 본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이런 모방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 같다. 그 외에도 운동, 수면 등이 창의성의 주요 요소라고 하나 모두가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들이니 생략한다.
8. 여덟 번째 발자국. 인공지능 시대, 인간 지성의 미래는?
인공지능과 관련해서는 흔히들 하는 얘기를 비슷하게 하고 있다. 하나 새로 알게 된 것은 현재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인 빅데이터가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데, 미국 같은 경우는 온라인상의 많은 정보에서 특정 개인을 도출하지 않으면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그런 정보를 사용하는 것 자체를 막고 있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적다고 한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저자는 좀 답답할 것 같긴 하다.
9. 아홉 번째 발자국.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의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현시점 가장 큰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을 다루는 만큼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깔끔하게 정의를 내려줘서 좋았다. 증기 기관, 컨베이어 벨트, 컴퓨터에 이어서 4차 산업혁명은 현실의 아톰(atom) 세계를 비트 세계와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를 활용하기 위한 도구로 증강현실, 사물인터넷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의 계보를 잇는 웨어러블 기기가 널리 보급될 것으로 전망한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스마트 워치가 기대보다 흥행에 실패한 현재 저자는 스마트 안경이 얼굴에 가깝기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정보가 보다 많아서 다음 세대 주자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자리와 관련해서 새로웠던 시각은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분야로 옮겨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기계가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예를 들면 약사의 역할이 약을 제조하는 것보다는 사람과 소통하는 쪽에 가까워진다거나 기자의 역할이 취재에 집중된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러나 물론 역할은 바뀌겠으나 나는 일자리의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본다. 위와 같은 예들은 돈 있는 사람들의 고급 취향에 가까워질 것 같다. 비행기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처럼 말이다.
그래서 교육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정해진 문제의 답을 구하는 식으로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분야를 경쟁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것, 분야 간 융합을 통한 창조와 새로운 문제를 만드는 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 인간은 그런 식으로 사고하고 마치 컴퓨터를 활용하듯 인공지능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그렇다고 너무 겁먹지 말고 엑셀과 같은 인공지능 툴이 개발될 것이니 좀 더 여유를 갖고 지켜보자고 말한다. 컴퓨터가 처음 개발될 때 지금과 같은 세상이 올 줄 몰랐듯 4차 산업이 현실화될 때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약간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된다.
10. 열 번째 발자국.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이전 이야기들의 종합적인 반복이라 생략.
11. 열한 번째 발자국.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에 도전하는가
‘혁신’에 관한 강연으로 앞의 ‘창의성’ 강연과 다소 중복된다.
크게 두 가지를 말하고 있다. 첫 번째는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 우리가 생각하기에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은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할 것 같다. 실제로는 빌 게이츠를 비롯하여 위험을 무릅쓰기보다는 실패를 대비하는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한 사람이 창업에 성공한다고 한다. 다른 말로 얘기하면 위험한 것과 모호한 것을 잘 구별하기도 한다. 위험한 것은 실패 확률을 알면서 도전하는 것이고, 모호한 것은 확률에 대한 정보 없이 도전하는 것이다. 모호한 것에는 거리를 두는 것이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창의적인 사람들은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을 빠르게 뚝딱뚝딱 처리하는 사람들을 선호하지만, 실제 성공하는 사람들은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진 뒤에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어찌 보면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위험을 회피하고 결정을 미루라니, 앞 강연에서 실행력을 강조한 말과 모순되는 것 같다. 저자도 그렇게 느꼈는지 실행력을 갖추면서도 섣불리 시도하지 말고,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위험을 관리할 줄 알아야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건 정말 모순인 것 같다. 양극단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보니 이를 억지로 짜 맞추기 위한 것처럼 들린다. 한 쪽으로의 성향이 강해 실패하는 사람이 다른 쪽으로도 생각해 보고 균형을 잡는 것이 좋다는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12. 열두 번째 발자국. 뇌라는 우주를 탐험하며, 칼 세이건을 추억하다
저자는 처음에 '칼 세이건 이펙트', 즉 대중과의 소통을 많이 하는 과학자는 연구능력이 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칼 세이건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하나의 과학적 발견이 모두에게 이해되고 감화되는 것이 인류의 진정한 진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13. 인터뷰 특강
정재승 교수와 나눈 두 개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정재승 교수가 평소에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
우선 바쁜 스케줄을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월~목요일은 KAIST에서 연구를 하고 금~일요일 중에 다른 일을 하며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생각보다 바쁘지 않잖아? 했지만 이 분이 하는 강연 등을 준비하는 시간을 생각해 보면 결코 한가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비결은 새벽 시간 활용이라고 한다. 10시에 잠들어서 4시에 일어나는데, 그때부터 9시까지 한 가지 일을 집중해서 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뇌가 가장 힘이 넘치는 시간에 창조적인 일을 하라고 우리에게도 권한다.
아이디어는 대부분 책에서 얻는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는 양이 늘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근데 정말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은 혼자 캠퍼스를 걷거나 새벽 운전을 하면서 완전히 혼자 시간을 보낼 때라고 한다. 그럴 때 드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논문의 단초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