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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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번아웃 증후군을 겪었다. 

13년째 다니고 있는 현재의 직장은 전공과는 전혀 다른 분야로 넘어와서 발을 들인 첫 직장이다. 필드에 늦게 들어온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남들보다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절대적인 시간 자체를 많이 들일 필요가 있었다. 


일이 없어도 혼자 남아 내 담당 분야를 넘어서는 프로젝트의 내용을 파악하고자 노력했고, 

이미 써 놓은 문서의 포맷을 수정을 다시 작성하는 연습도 했다. 

그렇게 이삼년 노력해서 나보다 앞선 사람들을 따라잡을 작성이었다. 


문제는 이삼년이 지나고 직급과 연차를 상회하는 업무 능력을 갖췄다고 여겨질 정도가 되었어도 그동안 박차를 가하며 매진하던 습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제나 일을 내 생활의 가장 우선순위에 놓았고, 

24시간 중단없는 IT서비스의 특성상 명절에도 발생하는 이슈 해결을 위해 상시 대기조처럼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쯤 내가 가진 걸 모두 태우는 워커홀릭 생활을 하고 나니 다 타버려서 남은 게 없는 번아웃 증후군이 왔다.


이 책은 나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일에 매진한 손미나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불행하다'는 느낌으로 시작한 번아웃을 겪으면서 자아를 돌보는 방법을 깨달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비슷한 생각의 회로를 돌려봤던 사람으로서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최근 몇 개월간 내가 읽은 책들과 겹치는 내용이 많아서 깊이 몰입하며 읽을 수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걸까?


- 나 자신을 정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 불필요한 욕심과 욕망 버리기

- 내 안의 아이(내면 아이) 돌보기

- 감성지능 높이기 (=이성과 감정의 밸런스 맞추기)

- 진짜 휴식하기 

-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다가오는 것들을 그대로 품고 바라보기


얼핏 당연하다거나 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행해보거나 찐으로 저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연습과 수양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래서, 나는 번아웃을 벗어났을까? 

적절한 타이밍에 필요한 휴식기간을 가지면서 번아웃도 벗어났고,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달리 할 수 있었다. 일이 아닌 나의 마음을 성장시키는 일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위한 방법으로 독서모임을 선택해서 현재는 매우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든 생각인데, 나는 "일"을 "독서"로 바꿔서 다시 워커홀릭이라는 토끼굴에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건 아닌지 살짝 염려가 된다.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고, 욕심을 버려야 한다. 

내 마음과 다시 진지한 대화를 해봐야겠다.

어른스럽고, 성숙하고, 참고 인내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주는 한국 사회에서 실수 없이,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거나 상처 주는 일 없이 살려다 보니 자기 절제를 너무 많이 했을 거에요. - P39

진짜 문제는 마음이 하고 싶은 일 따위는 어느 순간부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거죠. 책임감과 완벽주의에 빠져들어 ‘성취‘와 관계없는 일들은 시간 낭비로 느껴지거든요 - P42

워커홀릭도 일종의 중독이기 때문에 스스로 그 상태를인지하지 못하고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나 또한 그랬다. 일을 많이 했지만 억지로가 아니라 늘 자발적으로 했고 좋은 성과를 냈기 때문에 피로도가 낮아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 걷고 있다는 건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단지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믿었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 당연한 것 같았고 느슨한 시간을 보내면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 P89

인간을 왜 ‘휴먼 빙‘이라고 하는지 아니? ‘being‘,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거야. 우린 ‘휴먼 워킹‘이 아니라 ‘휴먼 빙‘이란 말이야. 그렇게 발버둥 치지 않고 자신의 존재 안에서 의미를 찾을 때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단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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