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
식식 지음 / 책밥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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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 있다면>은 <감정에 체한 밤> 이후 두번째 발매 된 식식 작가의 에세이이다. 사실 에세이를 즐겨 읽지 않아서 어떻게 후기를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가 처음 읽은 에세이는 황경신 작가의 <생각이 나서>이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라는 제목의 글에 빠져서 수십 번 읽고 썼던 기억이 난다. 이 글이 좋아서 책을 사기는 했지만 아직도 완독은 못 했다. 왠지 에세이는 한 번에 다 읽는 것 보다 잠들기 전 읽다가 스르르 기분 좋게 잠드는 게 더 좋다. 하루하루 일정량이 정해져 있는, 몸과 마음의 영양식 하루 견과 같은 느낌. ‘재밌게 읽었다, 완독해서 뿌듯하다’의 느낌을 받는 책은 아니지만 읽은 후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에세이의 좋은 점은 일상 언어가 아닌 단어들로 일상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다. 모두가, 늘 겪고 있을지 모르는 날들이 특별해지는 마법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단어를 이리 저리 움직여 생각지도 못한 곳에 쓰는 것을 볼 때 글 쓰는 사람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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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어바웃 해피니스 - 마음 주치의에게 행복에 대해 물었다
김아리 엮음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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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간다. 하지만 정신과 마음이 아플 때 우리는 쉽사리 정신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것은 물론이고 내 정신상태가 이상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게 무섭기도 하다. 저자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왔다. 비슷한 지능, 학력, 환경에서 누군가는 도전하는 삶을, 누군가는 제발 오늘만 무사히 지나길바라는 수세적인 삶을 살고 누군가는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는데 누군가는 사소한 실수에도 인생 전체가 붕괴되는 걸 보면서 인간의 마음과 선택에 대한 질문들이 생겨났다. 저자는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마음 주치의들에게 물었다. 11명의 마음 주치의들이 그 물음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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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마음 주치의는 김혜남 정신과 전문의이다. 김혜남 선생님은 한창 잘나가던 시절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미국 유학을 포기하였다. 한 달 동안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에 우울해 하던 중 오지도 않은 미래를 끌어다가 현재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래의 목표 대신 책을 쓰자는 생각을 하며 하나를 잃으면 하나가 온다는 세상의 공평함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과거에 후회하고 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해한다. 이런 삶 속에서 어떻게 오늘에 집중하며 살 수 있을까. 김혜남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다.

미래를 불안해하면 미래가 해결이 되나요? 오늘을 열심히 살다보면 미래는 어디론가 가게 마련이죠. 환자들에게 늘 말씀드립니다. “당신이 그렇게 불안해하고 그걸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이 된다면 방 안에 들어가서 걱정만 하세요.”라고요. 덧붙여 이렇게 말씀드리지요. “걱정한다고 해결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현재에 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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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평소에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곤 했다. 내가 느끼는 행복한 순간은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 마실 때. 소중한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으며 웃을 때, 날씨 좋은 날 음악을 들으며 산책할 때 등이 있다. 생각해보면 일상적이고 매일매일 가능한 일인데 왠지 더 거창한 행복이 있을 것만 같다. 순간순간을 떠올려보면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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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아하는 것들 - 작고 소중한 수채화 관찰일기
김이랑 지음 / 책밥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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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랑 <오늘의 좋아하는 것들>

책밥 서포터즈를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내가 평소에 읽지 않는 분야의 책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작고 소중한 수채화 관찰일기라는 부재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오늘의 좋아하는 것들>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작가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담기고 쓰이고 그려져 있다. 그림에 그리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채색 기법 중에서는 수채화를 가장 좋아한다. 수채화의 느낌이 봄을 떠올리게 하고 괜히 아련, 몽글몽글해 지는 기분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놀랐던 점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세세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1년의 일기, 365개의 좋아하는 것을 아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스스로를 잘 알고 자신의 일상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서 부러웠다. 하루에 하나씩 내가 꾸준히 하는 것은 간단히 하루를 요약하는 일기밖에 없다. 1~3, 21, 22. 20살 때는 노느라 못 썼다. 후회하는 일들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에도 부끄러운 이야기들이라 내놓을 수는 없지만 가끔 찾아서 읽어보면 추억에 젖어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거 좋아하는데!’싶은 그림들을 찍어 놓았다. 대상은 같지만 느끼는 감정들은 또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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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책 -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키스 휴스턴 지음, 이은진 옮김 / 김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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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8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12

책의 책 - 키스 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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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휴스턴의 <책의 책>은 읽는 것을 넘어서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소장해야 하는 책이다. 종이, 본문, 삽화, 형태 크게 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000년의 책의 역사를 담은 만큼 두툼한 두께를 자랑한다. 책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역사를 이렇게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 있을까. 책덕후들의 마음에 불을 지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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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루스에서 시작한 책은 전자책으로 진화했다. 가격, 실용성, 편리함 등 많은 장점을 가진 전자책이지만 종이책에서 넘어가기가 어렵다. 종이책이 가진 투박함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댈러스 모닝뉴스>에서는 "책의 촉감, 책 냄새,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좋아한다면, 이 책이 답이다. 가장 책다운 책"이라는 평을 남겼다. 내가 종이책을 놓지 않는 이유가 그대로 담겨져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책만은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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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뽑아라. 가능하면 가장 크고 묵직한 양장본을 찾아라. 찾았으면, 손에 쥐어보라. 책을 펼치고 종이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접착제가 딱딱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라, 냄새를 맡아보라! 책장을 휙휙 넘기며 얼굴을 스치는 산들바람을 느껴보라. 당신이 들고 있는 그 책에 비하면, 컴퓨터 화면이나 태블릿 액정 뒤에 갇힌 전자책은 활성活性이 전혀 없다. -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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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책을 사면 표지, 종이의 촉감, 종이의 재질 등을 보곤 한다. 책 한 권을 만들 때 하나하나 신경 쓰며 작업했을 것을 생각하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책의 책>을 읽은 후로 책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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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양형 이유 - 책망과 옹호, 유죄와 무죄 사이에 서 있는 한 판사의 기록
박주영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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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현직 판사의 판결문에 있던 양형 이유들 그리고 판결문에는 없던 이야기들까지 무엇이 그를 판사봉이 아닌 펜을 들게 했는지 궁금했다.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세상을 보니 온 세상이 울고 있었다는 판사의 말이 시리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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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量刑)이란 판결문 마지막에 이런 형을 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며 어느 정도 판사의 주관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종이 한 장에 적어 넣을 수 없다. 그 안에 담긴 회한과 설움 아픔과 분노를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조금이나마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눈물 흘릴 줄 아는 저자와 같은 판사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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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假定적 삶은 늘 아름답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후회는 가정을 먹고 자란다. 후회는 불만스러운 현재에 기반을 두므로 언제나 처량하다. 타성에 젖어 살다 보면 그때가 결정적 순간이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과거를 회상하다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이물감이 드는 시절이 있으면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며 잠시 고개만 갸우뚱할 뿐이다. 본문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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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부모, 친구, 애인 그리고 ‘나’였을 그에게 세상은 잔인하다. 어찌 보면 우리는 이 세상 속에서 모두가 피해자일지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생각하며 두려워질 때가 있다. 변화의 급류에 휩쓸려 나의 존재마저 위태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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