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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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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건 작가의 장편소설 <급류>는 제목 그대로 예측할 수 없는 삶의 거센 물살에 휘말린 청춘의 상실과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읽는 내내 독자를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감정은 압도적인 상실감과 그 후의 생존 의지입니다. 주인공 도담과 해솔이 비극적인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고 삶이 뒤바뀌는 과정은, 마치 거센 물살이 인물들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감각적이고 시각적으로 묘사되어 한 편의 격렬한 청춘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특히 작가는 '사랑에 빠진다'는 표현에 집중하며,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는 동시에 얼마나 큰 상처와 위험을 줄 수 있는지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이들의 서툴고 불안정한 사랑은 우리에게 사랑은 단순히 빠지는 것이 아니라, 거친 물살 속에서 헤엄쳐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고통스럽고 용감한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근원적인 질문과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결국 <급류>는 자극적인 소재와 날것의 감정 속에서도,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갇힌 인물들이 서로를 통해 상실을 인정하고 비극적인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채 스스로의 삶을 확장해 나가는 고투를 담아냅니다. 이처럼 고통스러운 회복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삶의 불행 앞에서 어떤 태도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만드는 강렬한 자극과 묵직한 위로를 동시에 건네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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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창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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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님의 소설 절창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읽기와 이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느낀 점은 타인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의 복잡성입니다. 소설은 상대의 생각을 읽는 일이 "대체로 오답을 내게 된다"고 말하며, 관계 속에서 우리가 겪는 고립과 연결의 딜레마를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내 해석과 관점이 뒤섞인 서사를 읽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통찰을 던져줍니다. 결국 모두 오답인 동시에 정답일 수 있는 인간 마음의 속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메시지에서, 타인을 향한 확신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상처를 통해 타인을 읽는다는 독특한 설정은 매우 은유적입니다. 이는 우리가 서로의 가장 연약하고 상처 입은 부분을 통해서만 비로소 진정한 연결에 닿을 수 있다는, 아프지만 중요한 진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주인공들이 겪는 비극적인 관계와 그것을 견뎌내는 과정은 단순히 절망적이기보다는 삶의 본질을 직면하게 합니다. 이 비극을 견뎌내는 것이 인생의 거의 전부라는 인식이 오히려 역설적인 생의 의지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구병모 작가님 특유의 날카로운 문장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시선은 이번에도 돋보입니다. 길게 이어지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문장들은 독자에게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일단 그 세계에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아가씨와 오원의 복잡한 관계는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이 소설은 결국 읽는 이로 하여금 읽기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곱씹게 만드는, 사유의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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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연약함) - 전3권 - 바람이 분다, 가라 + 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내 여자의 열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을 읽는 한 해 2
한강 지음 / 알라딘 이벤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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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단편 소설 '내 여자의 열매'는 읽는 내내 기이하고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익숙한 현실 속에 불쑥 튀어나온 초현실적인 설정,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반응은 우리에게 사랑과 생명,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집니다.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은 '변모'라는 비현실적인 현상을 통해 역설적으로 드러나는 현실의 폭력성이었습니다. 주인공의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몸에서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며 식물이 되어갑니다. 이 충격적인 변화 앞에서 남편은 아내를 '돌봐야 할 존재'로 인식하며, 그 변화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고뇌합니다. 하지만 사회는 이러한 기이한 현상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대상화하고 억압하려 듭니다. 아내의 식물화는 아름다운 자연으로의 회귀라기보다는, 인간 사회의 폭력과 무관심 속에서 생명이 어떻게 뒤틀리고 소외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잔혹한 은유처럼 느껴졌습니다.
남편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그의 사랑의 형태와 한계를 곱씹게 합니다. 그는 아내의 변화를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그녀를 지키려 애씁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의 사랑은 때로는 연민과 책임감, 때로는 소유욕과 무기력함이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입니다. 특히 아내가 완전히 식물이 되어버린 후, 그가 아내를 '관찰'하고 '관리'하는 모습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관계의 폭력성을 미묘하게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과연 그는 진정으로 아내를 이해하고 받아들였을까요, 아니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형태로 아내의 존재를 규정하려 했던 것일까요?
또한, '내 여자의 열매'는 생명의 본질과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인간의 형상을 벗어나 식물이 되어버린 아내는 과연 '생명'으로서의 가치를 잃은 것일까요? 오히려 작가는 이 기이한 변모를 통해 생명이란 무엇이며, 어떤 형태로든 존중받아야 할 고유한 존재임을 역설하는 듯했습니다. 식물이 된 아내의 모습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생명 그 자체의 경이로움과 섬뜩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습니다.
이 소설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체 속에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아냅니다. 읽고 나서도 오랫동안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으며, 우리 주변의 익숙한 것들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내 여자의 열매'는 단순히 기이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폭력, 생명과 죽음, 존재와 소외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탐구하며 독자에게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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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염라가 산다 - 제1회 사회평론 어린이·청소년 스토리대상 수상작 사회평론 청소년문학 1
이담 지음 / 사회평론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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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염라가 산다>는 익숙한 저승의 풍경을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환경 오염으로 환생할 영혼이 부족해지고, 저승이 넘쳐나는 영혼을 관리하기 위해 ‘메타저승’을 세웠다는 설정은, 전통적인 세계관에 SF적인 상상력을 더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줍니다. 21세기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 독특한 설정은 이 소설이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출발점 역할을 합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성장'입니다. 겉모습은 열여섯 살이지만, 능력과 배경 모두 '꼴찌'인 영혼 라희가 염라대왕 실습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승으로 향하는 여정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라희는 중학생 율민의 몸에 붙은 영혼을 데려오는 임무를 수행하며 학교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라희는 단순히 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넘어, 율민, 가영, 이진 등 평범한 학생들과 관계를 맺고 갈등하며 그들의 진심과 사연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는 라희가 겉으로만 염라대왕을 꿈꾸던 존재에서, 타인의 삶과 감정을 진정으로 공감하는 존재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라희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 청소년들의 세계입니다.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지닌 이들의 이야기는 허황된 판타지 속에서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라희는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 관계의 소중함, 그리고 책임감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특히 임무와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라희의 모습은 이 소설이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이담 작가는 현대 사회의 문제인 환경 오염과 개인의 존엄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판타지라는 가볍고 흥미로운 장르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영혼의 데이터베이스화'와 같은 설정은 인간의 존재 가치를 데이터로 환원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풍자하는 듯합니다. 라희가 마지막에 내리는 '모두를 위한 단 하나의 결정'은 단순히 임무의 완수를 넘어, 개개인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를 지키는 선택이 아닐까 짐작하게 합니다.

​<천국에 염라가 산다>는 뻔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며, 읽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깊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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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리마스터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한강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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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단순히 채식을 선언한 한 여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소설은 인간 본연의 폭력성과 욕망, 그리고 그에 저항하려는 한 개인의 처절한 몸부림을 강렬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 영혜가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을 선언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를 넘어섭니다. 꿈속에서 보았던 잔혹한 이미지들과 세상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려는 영혜의 시도는 주변 인물들과의 갈등을 야기하고, 그녀를 점점 더 고립된 세계로 이끌어 갑니다.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을 통해 비춰지는 영혜의 모습은 그녀의 내면이 얼마나 깊은 고통과 혼란을 겪고 있는지 보여주며, 독자들은 그들의 시선을 통해 영혜를 이해하려 노력하게 됩니다.

'채식주의자'는 아름답지만 섬뜩한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합니다. 식물로 변해가는 꿈을 꾸는 영혜의 모습은 폭력적인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순수하고 무해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그녀의 열망을 상징합니다. 또한, '몽고반점'으로 대표되는 영혜의 신체적 특징은 억압받고 상처받은 영혼의 흔적처럼 느껴집니다.

이 소설은 아름답고도 잔혹한 문장으로 독자의 심장을 파고듭니다. 불편하고 때로는 충격적인 묘사들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인간 내면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게 합니다. 영혜의 고통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폭력성과 부조리,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이 겪는 소외와 절망감을 예리하게 비판합니다.

'채식주의자'는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깊은 사유를 요구하며, 독자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랫동안 그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인간 존재의 의미, 폭력의 본질, 그리고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분명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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