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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염라가 산다 - 제1회 사회평론 어린이·청소년 스토리대상 수상작 ㅣ 사회평론 청소년문학 1
이담 지음 / 사회평론주니어 / 2025년 8월
평점 :
<천국에 염라가 산다>는 익숙한 저승의 풍경을 완전히 뒤집어 놓습니다. 환경 오염으로 환생할 영혼이 부족해지고, 저승이 넘쳐나는 영혼을 관리하기 위해 ‘메타저승’을 세웠다는 설정은, 전통적인 세계관에 SF적인 상상력을 더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줍니다. 21세기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 독특한 설정은 이 소설이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출발점 역할을 합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성장'입니다. 겉모습은 열여섯 살이지만, 능력과 배경 모두 '꼴찌'인 영혼 라희가 염라대왕 실습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승으로 향하는 여정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라희는 중학생 율민의 몸에 붙은 영혼을 데려오는 임무를 수행하며 학교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라희는 단순히 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넘어, 율민, 가영, 이진 등 평범한 학생들과 관계를 맺고 갈등하며 그들의 진심과 사연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는 라희가 겉으로만 염라대왕을 꿈꾸던 존재에서, 타인의 삶과 감정을 진정으로 공감하는 존재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라희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 청소년들의 세계입니다.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지닌 이들의 이야기는 허황된 판타지 속에서 현실적인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라희는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의미, 관계의 소중함, 그리고 책임감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특히 임무와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라희의 모습은 이 소설이 단순한 영웅 서사를 넘어,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이담 작가는 현대 사회의 문제인 환경 오염과 개인의 존엄성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판타지라는 가볍고 흥미로운 장르에 자연스럽게 녹여냈습니다. '영혼의 데이터베이스화'와 같은 설정은 인간의 존재 가치를 데이터로 환원하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풍자하는 듯합니다. 라희가 마지막에 내리는 '모두를 위한 단 하나의 결정'은 단순히 임무의 완수를 넘어, 개개인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를 지키는 선택이 아닐까 짐작하게 합니다.
<천국에 염라가 산다>는 뻔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며, 읽는 내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와 깊은 성찰의 시간을 선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