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모 작가님의 소설 절창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읽기와 이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강하게 느낀 점은 타인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의 복잡성입니다. 소설은 상대의 생각을 읽는 일이 "대체로 오답을 내게 된다"고 말하며, 관계 속에서 우리가 겪는 고립과 연결의 딜레마를 예리하게 파고듭니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내 해석과 관점이 뒤섞인 서사를 읽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통찰을 던져줍니다. 결국 모두 오답인 동시에 정답일 수 있는 인간 마음의 속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메시지에서, 타인을 향한 확신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상처를 통해 타인을 읽는다는 독특한 설정은 매우 은유적입니다. 이는 우리가 서로의 가장 연약하고 상처 입은 부분을 통해서만 비로소 진정한 연결에 닿을 수 있다는, 아프지만 중요한 진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주인공들이 겪는 비극적인 관계와 그것을 견뎌내는 과정은 단순히 절망적이기보다는 삶의 본질을 직면하게 합니다. 이 비극을 견뎌내는 것이 인생의 거의 전부라는 인식이 오히려 역설적인 생의 의지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구병모 작가님 특유의 날카로운 문장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시선은 이번에도 돋보입니다. 길게 이어지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문장들은 독자에게 집중력을 요구하지만, 일단 그 세계에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아가씨와 오원의 복잡한 관계는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며, 이 소설은 결국 읽는 이로 하여금 읽기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곱씹게 만드는, 사유의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