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무례와 오지랖을 뒤로하고 페미니스트로 살아가기
화사 외 42인 지음, 한국여성민우회 엮음 / 궁리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쎄이 쟝르에 대하여는 동기가 의심될 정도로 최대한의 찬사가 주어졌지만, 이론은 모든 경험과 에쎄이들로부터! 그 이후에! 출발해 그 모든 경험과 에쎄이적 문제포착을 종합하고 분석해 다시 일반화하면서 경험계 젠더장의 차원을 초월해 깊은 심연과 배후의 원인과 문제 발생 및 작동의 원리들을 파헤쳐 간파해냄으로써 사태와 미래를 예측하고 그에 대비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반드시 찾아내지 않으면 안되며 양자는 상호대체될 수 없는 불가결의 영역들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기성의 이론들을 잘 녹여내어 ’쉴 새 없이 교차’시킨 에쎄이들은 훌륭하지만, 기성의 어떤 이론도 설명하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비가시적 문제들을 새롭게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 글들이야말로 그 이름에 값하는 에쎄이들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새로운 출발점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시는 ’한국여성민우회’에는 깊은 존경을 표하며, 그러나 아직 평면적으로만 무차별 나열된 그 작업의 결과들은, 그냥 솔직한 심정을 이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어 말씀드리면 국면의 어떤 곤란과 어떤 위기를 이제 양과 인해전술로라도 타개해보려는 것인가 싶을 만큼 이런 정도를 가볍게 능가하는 남성들의 경험은 마치 아예 전혀 없기라도 하다는 듯 페미니즘이 이토록이나 시시콜콜하고 자질구레한 문제들만을 다루는 작업영역이었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무탈하고 평범한 소시민 개인들의 파편적 경험만을 단순취합하는 것으로는 방법론적으로도 조개페미 수준을 결코 넘어설 수 없을 것이며 이 방법으로는 아무리 조개무지로 산을 쌓아봤자 그리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보다 좀더 걱정되는 것은 벌써 새로운 출발을 위한 대대적인 써베이가 필요할 정도로 그간 축적해왔던 의제들이 이미 고갈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것은 분명 어떤 문제적 징후를 상징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이하는 민우회선생님들께 드리는 말씀은 아니나, 지금의 비교불가능하게 증폭된 무례들이 억울하신 분들은 이것이 그간 여러분들의 광기어린 무례가 몰고온 필연적 인과응보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도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모든 행동은 애초 기대했던 긍정적 효과와 함께 예측 못한 부정적 효과들도 반드시 동시에 일으키며 계속 애써 어느 한 가지만을 바라보고 나머지는 부인하려는 건 자기최면에 불과할 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