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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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소설 이후 빠르게 읽히는 소설이었다. 재미가 없을까봐 살까 말까를 망설였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려 들어갈 줄은 몰랐다.
살면서 겪게 되는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최은영 작가는 묘하게 심리를 들춰낸다. 치부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훅하고 드러내버려서 놀랍다. 내게 무해한 사람도 그랬는데 이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지금의 나이면서 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열일곱 살의 나이기도 하다는 것도, 내게서 버려진 내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사실도, 그애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관심을 바라면서, 누구도 아닌 나에게 위로받기를 원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면서 지나쳐 온 묻어온 내 상처의 시간들을 가끔은 꿈에서 보기도 하고 멍 할때 훅 하고 들어올 때도 있었다. 그럴 때 놔주지 않고 위로해주지 않고 나를 더 궁지로 몰아넣은 건 나였다. 그 시간의 내가 되어 죄책감을 만든 건 나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끌린 이유는 나와 비슷해서 였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면서 현실도피를 하고 배신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은 것도 나였다.
왜냐고? 나는 착해야했으니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이젠 내가 말하려고 한다.
혜진아! 너 안 착해도 돼. 내 인생이야. 당당하게 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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