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지음 / 일레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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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모두에게 드러낸 에세이, 누군가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 아무도 몰래 적어내려간 일기, 그게 아니면 무엇보다 솔직한 시.

제목은 자극적이지만 속에 담긴 글은 아리고 선명하고 투박하다. 그니까 이게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게 아니라는 거지? 주변 사람들에게 “제목은 좀 그런데 진짜 좋아” 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내고 싶은 책. 아무래도 제목이 조금 큰 난관이 될 것 같다. 내 가슴에 묵직하게 남은 감정은 분명 감수성 흐르는 밤에 읽어서 그런건 아닐거다.

중간중간 들어간 소소한 유머도 딱 적당하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미움을 이야기한다. 나를 말하고, 너를 말한다. 책 하나가 마음에 들면 저자의 다른 책에도 손대고 싶어지는데, 심지어 제목이 [가난의 명세서]. 제목부터 쏙 마음에 드는 게 조만간 꼭 읽어봐야지.

나는 인덱스를 아끼지 않게 되는 책을 사랑해.

📖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그 사랑의 대상이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이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무엇보다 자신의 무능력함에 가장 크게 절망한다. 72p

📖 사물이든 사람이든 저마다 익는 시간이 있다. 그리고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는데도 시간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서로에게 팥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151p

📖 사랑하는 사람이 절 똘아이라고 불러줬을 때 가장 원초적으로 기뻐했던 것 같아요. 사랑들이 떠나가자 정신이 돌아와서 행복같은 건 모르고 삽니다. 행복은 일종의 정신질환이었나 봅니다. 212p

📖 우리는 우리 안의 어린이를 돌보며 어른이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246p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 김나연, 일레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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