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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Strong Words - 말대꾸 에세이
딥박 지음, 25일 그림 / 구층책방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저자의 필명까지 하나하나 다 의미있는 글들이다.
글쎄라는 제목도 글의 쎈 힘을 의미하고 딥박이라는 저자의 필명도 본명인 박민호와 깊은생각으로 글을쓰자는 딥을 합쳐 지었다고한다.
문장하나하나에 이중적으로 풀어나간 글들을 보면서 '진짜 똑똑하다,어떻게 이런생각을했지?'라며 저자의 기발함에 박수를 치고싶었다.
하상욱 시인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요즘 사람들 할말 다하고 산다지만 정말 할말 다하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진짜 하고 싶은말 못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속시원하게 짧은글로 대신 말대꾸해주듯 써내려간 글에 위로를 받는다.
힘든 심신을 위로하는 예쁘장한 에세이들도 많지만, 너무 예쁘고 잔잔한 말들보다 이렇게 거침없이 건네는 말이 더 와닿는 것 같다.
312P
김치찌 개맛있다.
(생략) 이처럼 짜증나고,답답하고,걱정만 앞설 때
이런저런 고민보다 'Enter 한 번'의 실행이 좋은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한 번 눌러나보자.
이 짧은 글에 순간적으로 웃음과 탄성이 터지면서,내 인생에서 Enter를 누를 기회가 온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한 번 눌러나보자'라는 생각도 들게했다.
요즘 생각만하고 실행은 못하는 나를 툭 건들여주는 글이었다.
말대꾸 에세이라고해서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많은 않았다.
사람관계, 사회생활, 부모님에 대해서도 마주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나와 비슷한 나이대인 30대 초반의 저자가 쓴 글이라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살면서 눈치보고 혼자 자존감 깎아내리는 일들에 치여 만신창이 일 때마다 읽고싶은 책이다.
[좋았던글]107p 소통의 부재
이처럼 인간에게 소통의 부재는 곧 공포가 된다.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잡음만 많을 뿐,
대화가 오가지 않는 적막감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 내게 친절하지 않은 사람,
말수가 적어 속내를 모르겠는 사람.
때론 평범하게 나를 스쳐 가는 사람들에게서조차
공포를 느끼곤 한다.
'불편함'이란 테두리 안에서 소통의 부재로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는 요즘,
집에 나타난 벌레처럼, 사람이 불편하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