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지음, 장호연 옮김 / 허블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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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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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은조쿠 박사가 5,000년의 미래 세계를 목격한 경험을 서술하는 장면.
“수백만 명이 어깨로 피라미드를 떠받쳤고 … 그렇게 자신들이 짊어진 도시 아래에서 태어나고 살다 죽었습니다. 아래 사람들은 피라미드 안에서 사는 왕족들이 먹다 남긴 부스러기와 쓰레기로 연명했죠. 굶주리고 헐벗은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부자들은 잘 지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빛의 파동으로 불멸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죽지 않게 되자 불멸의 사람들은 오히려 죽음을 간절히 바랐습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삶이란 의미가 없으니까요. 예전에는 지옥이 신의 부재라고 생각했지만, 지옥은 죽음의 부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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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샤이닝’에선 고립된 산속 호텔의 관리를 맡은 한 가족이 나온다. 영화 초반엔 문제없이 관리인으로서의 일상을 즐기며 지내지만, 그것도 잠시. 영화 내 주인공들은 얼마 못 가 시간이 흐르는 감각이 무뎌져 버렸다. 마치 다른 시공간에 고립된 것처럼 말이다. 내게 소설 『사라진 세계』는 영화 ‘샤이닝’이 떠오르는 sf소설을 가장한 공포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소설 내 목표는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가까운 미래에 올 지구 종말 ‘터미너스(끝)’를 막는 것이다. 이 오싹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초반엔 알지 못했지만, 주인공들이 소나무 숲에서 길을 잃는 장면에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다시 왔던 곳으로 되돌아 하얀 나무를 지났다. 그들은 …돌아가려 했지만, 길을 잃고 하얀 나무를 다시 지나고 말았다. 은조쿠가 어이가 없었는지 껄껄 웃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소나무 숲을 헤치고 나갔지만, 결국 하얀 나무로 돌아오고 말았다.”

소설 내에는 인물들의 ‘복사본’들도 등장한다. 그것은 미래에서 과거로 온 도플갱어(“메아리”), 한 인간이 복제된 ‘트랜스휴먼’, 심지어는 거울과 거울 사이에 놓여 끊임없이 비치는 어느 존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간여행을 하는 복사본들은 미래를 바꾸기 위해 과거로 오지만, 그것은 또 다른 현재를 또 다른 미래 세계를 만들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막을 새 없이 이어지고 만다.

나는 인간을 정말 두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인간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끝이나 죽음이 아니다. 인간을 두렵게 하는 것은 끝없는 연속성이다. 끝없는 무한함 앞에 인간은 무력해지고 만다. 숫자 8과 같은 모양새로, 아무리 선을 따라가도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무한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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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나는 이 소설 속 세계관에 점차 스며들었다. 마치 내가 시간여행을 하는 듯했다. 좋았던 장면이 많아서 꼽기가 어려웠기에 리뷰쓰는 것을 많이 고민했다. 리뷰를 잘 쓰고 싶은 만큼 재밌는 소설이었고,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라진세계 #톰스웨터리치 #동아시아 #허블 #SF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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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 질문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폴 김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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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미래, 컬처 엔지니어링』, 폴 김·김길홍·나성섭·함돈균 지음
정치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도덕적인 인간일지 라도 그들이 구성하는 사회는 그와 다른 집단 정체성을 이룬다고 했다. 특히 사회 진화를 위해선 개인의 선의지가 아닌 사회의 현실적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실천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주장했다.
이 책은 니부어의 주장을 참고하면서도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담고 있다. 네 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지독히 차가운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현실 문제들의 근본 원인에 대해 비판한다. 그들이 말하는 사회문제의 주요 원인은 ‘교육의 부재’였다. 교육열이 이렇게 높은 사회에서, 교육이 문제라니, 아이러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담화를 듣고 나선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문제들의 한 가운데에 살고 있어서, 이 환경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살았던 나를 각성시켰다.

네 명의 전문가들은 갈등 수용 능력, 리스크 테이킹, 도시 경쟁력, 인재 전쟁, 다양성, 사회적 신뢰, 매뉴얼 없는 사회, 글로벌 시티즌십, 미래학교. 총 아홉 가지의 주제에 대해 담화를 나눈다. 사회 개발 전문가 두 명이 담화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교육 수준이 더 발달 되거나 덜 발달 된 나라의 사례를 들으면서 제대로 된 교육 기반의 중요성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팔레스타인 학교 떨어지는 백린탄의 사례였다. “불이 꺼지지 않고 살이 구멍이 나서 녹을 때까지 타게 만드는 잔인한 무기”를 아이들을 목표로 투하하며, 심지어 맥주를 마시며 구경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었다. “국가적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동류의 인간성에 대한 인정”이 없는, 한마디로 “글로벌 시티즌십”이 없는 이들의 모습이었다.

또 다른 사례는 라오스의 도로 연결 사례였다. 김길홍 국제개발협력가는 라오스 마을 아이들이 작은 사고로 다친 부위를 고치지 않고 살아가는 데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마을을 보건소와 연결하는 도로망 프로젝트에 힘썼다. 이후 마을은 보건 혜택뿐만 아니라 농산물 시장까지 생겼고, 마을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올라갔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도 잠시였다. 도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발달하지 않아 오토바이사고로 운전자가 사망했다.
“제가 그 광경을 보니까 아까 들었던 보람은 사라지고, ‘우리가 보건소에 가깝게 가도록 도와주고 주민들 삶을 향상시키려고 길을 깔아주었는데 이게 또 사람 생명을 앗아가는 길로도 바뀌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운 거예요.”

이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이 네 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다. 기술 발전이 아무리 빨라도 인식, 가치관이 변하지 않으면, 사회 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없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그들의 교육 수준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기계는 작동을 유지할 수 없다. 오늘날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빈곤한 국가에 교육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교육의미래컬처엔지니어링 #폴김 #김길홍 #나성섭 #함돈균 #동아시아 #동아시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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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일곱 살 때 안 힘들었어요?
정용준 지음, 고지연 그림 / 난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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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일곱 살 때 안 힘들었어요?,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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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나야. 너 왜 자꾸 머리를 풀어?”

머리 묶는 거 싫어.”

?”

바람 부는 걸 느낄 수가 없잖아. 이것 봐요. 지금 이렇게 바람이 불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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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난다 출판사의 첫 책이면서, 난다 서포터즈의 첫 책. 동화는 현실에 찌든 어른이 침범해선 안 될 무언가처럼 생각했는데, 읽고 나선 깨달았다. 이 책은 어른들의 동화다.

 

아빠의 꿈 비행기를 멀리 날린 일곱 살 나나. 이 동화는 꿈과 환상이 많은나나의 성장기이면서, 동시에 나나 아빠의 성장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꿈이 생기는 것이 꿈이라는 나나 아빠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마치 나의 모습 같기도 했다. 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꿈을 가지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현실이다.

꿈에 대한 우리의 모습은, 솜사탕 구름, 콜라 폭포와 설탕과 젤리의 호수 등을 가진 나나의 나라와는 너무나 다르다. 나나 아빠의 나라처럼 사막처럼 외로운 산과 땅”, “호수처럼 고요하게 잠든 바다의 모습을 할 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주인공 나나는 나를 기억의 바다로 데려갔다. 그리고 가라앉힌 기억들을 바다 위로 띄웠다. 평소였으면 떠올리지도 않았을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었다. 맞다, 그때의 나도 힘들었다. 깜깜한 방문을 여는 게 무서웠던,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았을 때 펑펑 울었던, 집안 사정은 모른 채 엄마를 조르다 크게 혼났던 그 무렵의 내가 기억났다. 방문을 열면 무서운 무언가 있을 것 같았고, 여전히 슬프게 느껴지는 죽음이란 단어를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맞벌이 부모님을 기다리며 혼자 있는 게 너무나 무료했다. 좋은 기억은 아니었고, 그래서 영영 묻어버리고 싶었다. 자라면서 있었던 나쁜 기억들도 상자에 넣어 꽁꽁 싸맨 후 조용히 가라앉혔다.

 

내가 잊고 싶었던 기억은 정말로 나쁘기만 했나? 나쁜 기억에는 좋은 기억도 함께 있다는 나나, 나나의 말에 고민하는 나나의 아빠. 나도 함께 고민했다. 내가 묻어두려 했던 기억 때문에 일곱 살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일까. 나나 아빠의 나라에 가득 쌓여 있던 기억 상자들이 떠올랐다. 기억의 바다는 우리의 꿈도 가라앉혔다.

꿈의 세계는 희미해지고 현실 세계만 또렷해지죠. 나중엔 꿈을 꿔도 아침이면 기억할 수도 떠올릴 수도 없는 어른이 된답니다.” 우리는 아마 꿈꾸지 못할 아침만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담디담하고 주문을 외울 테니까. 오늘은 나나 탐험대가 내 꿈에도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빠는일곱살때안힘들었어요 #정용준 #난다 #난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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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내 일의 내일 - 인공지능 사회의 최전선
노성열 지음 / 동아시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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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내 일의 내일, 노성열 -

AI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책.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서 활용하는 AI 기술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저자가 말했듯 전문가와 대중을 잇는책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괜찮은 책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기가 끝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는 상태였다. 그리고 AI의 등장이 막연히 두렵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보다 빠르고 똑똑한 기계가 나오면 인간들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기계라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법률, 의료, 금융, 게임, 정치·군사, 예술·스포츠, 언론·마케팅·교육, 윤리 순대로 AI를 설명하고 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의뢰할 수 있는 AI 변호사(법률 AI), 수많은 의료데이터를 읽고 요약해 의료업계에 제공하는 의료 AI, 핀테크의 영역을 확장 시킬 금융 AI 등 각 분야에 AI가 얼마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앞의 네 장에서는 AI의 효율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적혀있다면, 뒤로 갈수록 AI 기술의 한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서술된 듯 느껴졌다. 군사 AI자동 살인에 대한 문제, 예술 AI의 저작권에 대한 문제, AI 알고리즘의 편향과 왜곡에 관한 문제 등 우리가 더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사안에 대해 쓰여있었다. 사실 앞의 챕터만 읽었을 때는 AI의 기술적인 정보들만 전달하는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는, 이 책은 뒤의 네 챕터를 위해 나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AI는 인간의 귀찮은 일거리를 해결하여, 인간이 더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효율적인 도구이다. 그러나 이 도구에도 한계는 있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AI에 대한 여러 담론은 인간이 더 잘 살 수 있게 하기 위한 과제이다. 저자는 개인적으로 ‘AI 시대의 미래상을 꼽았는데, 그것은 바둑 기사들이었다. “AI와의 협업을 통해 더 깊은 바둑의 우주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라고 바둑 기사들은 말했다. 이 바둑 기사들처럼, 우리는 내 일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해, AI의 활용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다.

 

#AI시대내일의내일 #노성열 #동아시아 #동아시아출판사 #동아시아서포터즈 #동아시아신간 #신간 #AI #인공지능 #인공지능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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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 갬빗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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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갬빗 #NinefoxGambit #이윤하 #YoonHaLee #동아시아 #허블

 

켈 보병대 여섯 중대에게 결국 명령하고 말았다. 충성을 다하라고, 충성을 다하는 최고의 방법은 이단자들과 싸우다 패배하는 것이라고. 오직 거짓 승리에 살점을 붙이기 위해서, 오직 역법상의 단 하루를 위해서.

진형 본능에 따라 보병대 연대장은 그녀의 명령을 받들었다. 진형 본능에 따라 해당 중대들은 복종했다. 그걸로 끝이 아닐 것이다. 진형 본능을 가진 수많은 병사들이 그녀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내던질 것이다.”

 

우산 구역의 저항은 즈네브 스토간이 내부 알력 때문에 병력을 빼자마자 그대로 무너져버렸고, 북꾼 구역은 폭동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했다. 체리스는 무엇 때문에 폭동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라가스는 삐딱한 눈으로 그녀를 힐긋보고는 이렇게 대꾸했다. “삶의 부조리함 때문이지요.”

 

그녀는 육두정부의 표준 역법에 맞추어 평생을 살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른 역법에 따라 삶을 가늠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바닷물은 사지가 잘려나가고 증발한 병사들을 기억하며, 위조 동전처럼 함부로 던져진 죽음들을 애도하며 밀려들어오고 빠져나갈 것이다.

 

역법 전쟁은 마음을 다루는 싸움이다.

적절한 숫자를 적절한 마음에 대입한다면, 숫자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이 섬길 가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비로소 육두정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때가 된 것이다.

 

- 요약 (스포 주의)

육두정의 표준 역법 체계 아래 군인으로 자란 주인공 켈 체리스. 체리스는 바늘 요새에서 일어난 역법 부식 사태를 막기 위해 우주 함대를 끌고 떠나게 되고, 도움이 되기 위해 그녀의 몸에는 제다오 장군이 결박된다. 몸은 하나인데, 정신은 두 개. 체리스는 명령을 내리는 제다오의 목소리에 힘겨워하며, 그가 잔인한 학살자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그를 완전히 믿을 순 없었다. 그러나 작전이 시행되고, 체리스는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것들에 힘겨워한다. 세뇌되어 상관의 명령이라면 바로 낭떠러지로 향해야 하는 켈의 진형 본능이 바로 그것이다. 깨닫고 보니 함대를 위해 일하는 전체가 표준 역법의 희생자였다. 제다오가 반역의 의도를 지녔단 것을 알게 된 켈 지휘부는 제다오를 죽이기 위해 폭탄을 던지게 되고, 제다오와 결박되었던 체리스만이 살아남는다. 제다오 장군의 파편을 삼켜 그의 과거를 알게 된 순간 체리스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깨닫게 된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누가 진정한 악이고 누구에게 총구를 겨누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체리스는 제다오의 기억으로 나머지 전쟁을 치르러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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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400페이지를 위해 기꺼이 참고 읽어야 하는 100페이지였다. 이 책의 첫인상은 예쁜 표지 그러나 어려운 세계관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는 세계관 따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주인공들과 소설 배경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였다.

<제국의 기계> 3부작의 첫 작품 나인폭스 갬빗이다. 여우의 첫수, 여우의 꾀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사실 앞부분을 읽을 때는 주인공과 켈 지휘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저 우주 전쟁에 뛰어드는 여성 영웅의 모습만을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성공만을 기다렸지, 이런 반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중반쯤에선 정()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피도 눈물도 없는 육두정부와,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이단들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정리되면서, 작가가 왜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지 할 수 있었다. 한낱 서비터에게 조차 명령 아닌 부탁을, 병사 한 명의 목숨을 소중히 하던 체리스에게, 비인간적인 우주 정부의 폭정과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3부작이니 나머지 두 작품을 기다려야겠다. 체리스는 어디로 향할 것이고, 이 반역의 과정이 너무나 궁금하다. (다음 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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