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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 갬빗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인폭스갬빗 #NinefoxGambit #이윤하 #YoonHaLee #동아시아 #허블
켈 보병대 여섯 중대에게 결국 명령하고 말았다. 충성을 다하라고, 충성을 다하는 최고의 방법은 이단자들과 싸우다 패배하는 것이라고. 오직 거짓 승리에 살점을 붙이기 위해서, 오직 역법상의 단 하루를 위해서.
진형 본능에 따라 보병대 연대장은 그녀의 명령을 받들었다. 진형 본능에 따라 해당 중대들은 복종했다. 그걸로 끝이 아닐 것이다. 진형 본능을 가진 수많은 병사들이 그녀의 명령에 따라 목숨을 내던질 것이다.”
우산 구역의 저항은 즈네브 스토간이 내부 알력 때문에 병력을 빼자마자 그대로 무너져버렸고, 북꾼 구역은 폭동으로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했다. 체리스는 무엇 때문에 폭동이 일어났는지 물었다. 라가스는 삐딱한 눈으로 그녀를 힐긋보고는 이렇게 대꾸했다. “삶의 부조리함 때문이지요.”
그녀는 육두정부의 표준 역법에 맞추어 평생을 살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다른 역법에 따라 삶을 가늠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바닷물은 사지가 잘려나가고 증발한 병사들을 기억하며, 위조 동전처럼 함부로 던져진 죽음들을 애도하며 밀려들어오고 빠져나갈 것이다.
역법 전쟁은 마음을 다루는 싸움이다.
적절한 숫자를 적절한 마음에 대입한다면, 숫자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주인이 섬길 가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비로소 육두정을 상대로 전쟁을 벌일 때가 된 것이다.
- 요약 (스포 주의)
육두정의 표준 역법 체계 아래 군인으로 자란 주인공 켈 체리스. 체리스는 바늘 요새에서 일어난 역법 부식 사태를 막기 위해 우주 함대를 끌고 떠나게 되고, 도움이 되기 위해 그녀의 몸에는 제다오 장군이 결박된다. 몸은 하나인데, 정신은 두 개. 체리스는 명령을 내리는 제다오의 목소리에 힘겨워하며, 그가 잔인한 학살자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그를 완전히 믿을 순 없었다. 그러나 작전이 시행되고, 체리스는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것들에 힘겨워한다. 세뇌되어 상관의 명령이라면 바로 낭떠러지로 향해야 하는 켈의 진형 본능이 바로 그것이다. 깨닫고 보니 함대를 위해 일하는 전체가 표준 역법의 희생자였다. 제다오가 반역의 의도를 지녔단 것을 알게 된 켈 지휘부는 제다오를 죽이기 위해 폭탄을 던지게 되고, 제다오와 결박되었던 체리스만이 살아남는다. 제다오 장군의 파편을 삼켜 그의 과거를 알게 된 순간 체리스는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깨닫게 된다.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 누가 진정한 악이고 누구에게 총구를 겨누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체리스는 제다오의 기억으로 나머지 전쟁을 치르러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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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400페이지를 위해 기꺼이 참고 읽어야 하는 100페이지였다. 이 책의 첫인상은 예쁜 표지 그러나 어려운 세계관이었다. 그러나 정확히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는 세계관 따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주인공들과 소설 배경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였다.
<제국의 기계> 3부작의 첫 작품 『나인폭스 갬빗』이다. 여우의 첫수, 여우의 꾀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사실 앞부분을 읽을 때는 주인공과 켈 지휘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저 우주 전쟁에 뛰어드는 여성 영웅의 모습만을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성공만을 기다렸지, 이런 반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중반쯤에선 정(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피도 눈물도 없는 육두정부와,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이단들이,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정리되면서, 작가가 왜 이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는지 할 수 있었다. 한낱 서비터에게 조차 명령 아닌 부탁을, 병사 한 명의 목숨을 소중히 하던 체리스에게, 비인간적인 우주 정부의 폭정과는 맞지 않는 것이었다.
3부작이니 나머지 두 작품을 기다려야겠다. 체리스는 어디로 향할 것이고, 이 반역의 과정이 너무나 궁금하다. (다음 편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