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일곱 살 때 안 힘들었어요?
정용준 지음, 고지연 그림 / 난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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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빠는 일곱 살 때 안 힘들었어요?, 정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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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나야. 너 왜 자꾸 머리를 풀어?”

머리 묶는 거 싫어.”

?”

바람 부는 걸 느낄 수가 없잖아. 이것 봐요. 지금 이렇게 바람이 불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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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난다 출판사의 첫 책이면서, 난다 서포터즈의 첫 책. 동화는 현실에 찌든 어른이 침범해선 안 될 무언가처럼 생각했는데, 읽고 나선 깨달았다. 이 책은 어른들의 동화다.

 

아빠의 꿈 비행기를 멀리 날린 일곱 살 나나. 이 동화는 꿈과 환상이 많은나나의 성장기이면서, 동시에 나나 아빠의 성장기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끊임없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꿈이 생기는 것이 꿈이라는 나나 아빠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마치 나의 모습 같기도 했다. 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 꿈을 가지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현실이다.

꿈에 대한 우리의 모습은, 솜사탕 구름, 콜라 폭포와 설탕과 젤리의 호수 등을 가진 나나의 나라와는 너무나 다르다. 나나 아빠의 나라처럼 사막처럼 외로운 산과 땅”, “호수처럼 고요하게 잠든 바다의 모습을 할 뿐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주인공 나나는 나를 기억의 바다로 데려갔다. 그리고 가라앉힌 기억들을 바다 위로 띄웠다. 평소였으면 떠올리지도 않았을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었다. 맞다, 그때의 나도 힘들었다. 깜깜한 방문을 여는 게 무서웠던,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았을 때 펑펑 울었던, 집안 사정은 모른 채 엄마를 조르다 크게 혼났던 그 무렵의 내가 기억났다. 방문을 열면 무서운 무언가 있을 것 같았고, 여전히 슬프게 느껴지는 죽음이란 단어를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맞벌이 부모님을 기다리며 혼자 있는 게 너무나 무료했다. 좋은 기억은 아니었고, 그래서 영영 묻어버리고 싶었다. 자라면서 있었던 나쁜 기억들도 상자에 넣어 꽁꽁 싸맨 후 조용히 가라앉혔다.

 

내가 잊고 싶었던 기억은 정말로 나쁘기만 했나? 나쁜 기억에는 좋은 기억도 함께 있다는 나나, 나나의 말에 고민하는 나나의 아빠. 나도 함께 고민했다. 내가 묻어두려 했던 기억 때문에 일곱 살의 기억이 지워지는 것일까. 나나 아빠의 나라에 가득 쌓여 있던 기억 상자들이 떠올랐다. 기억의 바다는 우리의 꿈도 가라앉혔다.

꿈의 세계는 희미해지고 현실 세계만 또렷해지죠. 나중엔 꿈을 꿔도 아침이면 기억할 수도 떠올릴 수도 없는 어른이 된답니다.” 우리는 아마 꿈꾸지 못할 아침만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담디담하고 주문을 외울 테니까. 오늘은 나나 탐험대가 내 꿈에도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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