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의 슬픔




  태평양기획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휘문인쇄소의 시멘트 바닥과는 다르게 사무실 전체에 카펫이 깔려있는 것부터 다분히 위압적이었다. 또한 각 부서마다 별도의 공간으로 나누어진 사무실 분위기는 나를 더욱 주눅 들게 만들었다. 회의실 벽면에는 직원들의 모습을 익살스럽게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다. 임 실장은 솜씨가 탁월한 그림 작가의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곧 내 얼굴도 그려서 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실장은 나를 신입사원이라며 직원들에게 소개했다.‘리처드’라는 미국인 사장에게도 인사를 시켰다. 외국인을 처음 본 나는 너무나 놀라서 큰절을 하다시피 허리를 구부려 인사를 했다. 리처드는 임 실장의 소개를 듣고는 벌떡 일어나 나에게 걸어왔다. 눈동자는 파랬고, 몸집은 가히 하마와도 맞먹을  정도였다. 와이셔츠 틈으로 누런 털이 삐져나와 있었고, 팔과 손등까지 털이 숭숭 돋아나 있었다. 그가 악수를 청했다. 그의 커다란 손이 내 작은 손을 덥석 집어삼켰다. 순간 나는 누런 송아지의 엉덩이가 떠올랐다. 그것은 참으로 묘한 우연이었다.

  인사가 끝나고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하지만 내가 회사에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서 도대체 견딜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리처드와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알아보니 영어로 된 책자나 광고물을 대행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나에겐 더없는 고민이기도 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보다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한꺼번에 밀려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새로운 거래처와 영문 IBM 형태를 익히고 제작에 필요한 전문용어를 다시 배워야 했지만, 처음에 걱정한 것보다는 태평양기획에서의 일은 원만하게 풀려나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보다 늦게 입사한 운전사와 친해졌고, 불교에 관심이 많은 미국인 카피라이터와도 잘 어울려 다녔다. 중학교에 다닐 때 기본 단어를 익혀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단순히 단어만 나열했는데 리처드가 알아듣는 것이 신기했고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다소 붙었다.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에 이르렀다.

   첫 봄이 찾아왔다. 거래처들은 저마다 봄 야유회로 술렁였고, 그 술렁임은 봄바람을 타고 태평양기획까지 날아 왔다. 우리 회사도 남이섬으로 봄 야유회를 가기로 결정되었다. 야유회의 아침은 꽤나 부산했다. 캔맥주를 사느라 늦은 리처드는 어린애처럼 수선을 떨었고, 계약을 펑크 낸 버스 때문에 임 실장도 꽤나 바빴다. 그들의 부산함은 오히려 야유회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결혼한 직원들은 가족들도 함께했는데 박 기사의 어린 두 자녀가 흥을 돋우는 데 제법 한몫을 했다. 그리고 리처드 애인도 야유회에 동행했다. 박 기사에게 리처드의 애인 이름이 달님’이라는 말을 듣고 이름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그녀는 검고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찰랑거렸는데, 그 모습이 꽤 매력적으로 너풀거렸다. 허리까지 곱게 빗어 넘긴 그녀의 머리칼은 걸을 때마다 춤을 추듯 일렁거렸다. 사뿐사뿐 걷는 걸음걸이에서 묻어나는 느낌 또한 예사 분위기는 아니었다. 몇몇 직원들은 그녀와 구면인지 목례를 나눴다. 멀리 있던 그녀는 내가 서 있는 곳으로 조금씩 다가왔다.

  그런데 가까이서 그녀의 얼굴을 본 나는 하마터면 까무러칠 뻔했다. 번개처럼 나의 뇌리에 꽂힌 충격적인 영상이 떠올랐다. 나의 뇌리에 박힌 쇠똥과 땀방울과 달아나던 송아지가 한꺼번에 가슴속 어딘가로 끝도 없이 곤두박질치는 느낌이었다.

  ‘아니… 저, 달님은…….’

  그녀의 변한 모습에 나는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녀는 이미 희미한 영상으로 남은 유정숙, 소장수의 딸 유정숙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언제 서울로 상경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리처드의 여자가 되었는지는 더욱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이름이 달님이라니. 그녀의 이름이 달님일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리처드의 여자라니……. 그럴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그러나 이건 꿈이 아니라 눈앞에서 펼쳐진 엄연한 현실이었다. 민기와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생사도 확인하지 않고 충주를 떠나온 지 3여 년 만의 일이다. 나에게 유정숙은 보송보송한 솜털의 땀방울이었다. 나에게 유정숙은 고향 충주에서 식육점과 우시장을 왕래하며 여전히 소녀의 모습으로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유정숙이 그때와는 다른 섹시한 도시여자, 그것도 유정숙이 아닌 달님으로 변모해 있는 게 아닌가! 달님 또한 나를 보고 적잖이 놀란 표정이었다.

 ‘나를 알아본 거야!’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분명  나를 알아본 것 같았는데, 모른 척 시치미를 떼고 전무에게 인사를 하더니 리처드의 옆자리로 가버렸다. 리처드는 달님이 옆으로 오자 싱글벙글 웃으며 어린애처럼 즐거워했다. 나는 의도적으로 달님과는 꽤 떨어진 뒷좌석에 앉았다.

  이윽고 차가 출발했다. 그녀의 뒤통수를 훔쳐보았다. 내 마음은 송두리째 뒤엉켜 좀처럼  진정되지가 않았다. 아무리 우연이라고 해도 이런 우연이 있을까? 유정숙이 달님으로 등장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숨 막히는 사건이었다.

  ‘유정숙이 달님일 리는 없다. 하지만 달님은 분명 유정숙이다.’

  나는 수없이 도리질을 쳤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달님은 선글라스를 끼고 차에서 내렸다. 선글라스 뒤에 숨은 달님의 눈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알 수 없었다. 간혹 나를 눈여겨보는 것 같았지만, 혼자만 느끼는 착각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달님은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할 때도 섬에 도착해서도 나를 모르쇠로 일관했다. 나 또한 그녀를 아는 척하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것 같아, 그녀가 나를 모른 체하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야유회는 한껏 무르익은 봄날을 만끽하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는 손수건 돌리기를 했다. 닭싸움과 씨름과 공놀이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야유회가 진행되는 내내 건성으로 게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우리 팀의 패인에 결정적 원인이 될 때마다 핀잔소리가 들렸지만, 그것까지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야유회는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 어스름해질 때 겨우 끝이 났다. 마지막 배를 타고 섬을 빠져나와 서울로 향했다. 유정숙과 나는 야유회 내내 그리고 서울로 돌아오는  늦은 저녁까지 그저 달님과 나인 채 하루를 마무리했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유정숙의 등장은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달아나던 송아지의 엉덩이, 아스팔트 길 위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쇠똥, 비닐포대를 가져와 쇠똥을 치우던 유정숙의 모습이 나를 괴롭히고 또 괴롭혔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유정숙에 대한 그리움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송아지를 놓아주고 민기가 쏟아내는 붉은 피를 뒤로 하고 도망치지 않았는가! 유정숙은 그 일을 낱낱이 알고 있을 테니 이를 어쩐다……. 그녀에 대한 그리움보다 두려움이 한꺼번에 다가오기도 했다.

   또한 유정숙은 너무 오랜 세월 잊고 지낸 고향의 잔상을 물결처럼 아른거리게 했다. 아버지 무덤의 잡초는 누가 뽑을까? 민기는 살아 있을까? 또 민기 할아버지는……. 달아난 송아지는 어찌 되었을까? 소장수 유 씨는 유정숙이 달님이 된 사실은 알고 있을까? 

  고향이 그리워졌다. 고향의 여름엔 언제나 신바람이 났다. 꼬마였을 적 개여울은  알몸뚱이 그대로 즐거웠다. 햇살이 스며든 맑은 물에 그저 심통이 나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흙탕물을 치고 물거품을 만들곤 했다. 하지만 흙탕물은 한 뼘만큼 흘러가며 다시 맑아졌고, 하동들의 마음도 모두 그랬다. 여울에 미끄러져 발목에 상처가 나도 개의치 않았고, 목덜미와 궁둥이에 찜질했던 모래들이 미처 씻기지 않았어도, 마냥 벗어 제치고 놀기만 하던 여름이 있었다. 따가운 햇볕이 하동들을 시샘하는 한낮이 되면 버드나무 밑으로 숨어버렸다. 낮잠 자는 녀석의 맹꽁이 같은 배위에 모래성을 쌓는 녀석, 나무꼭대기까지 올라가 원숭이처럼 나무를 흔들며 희롱하는 녀석, 개구리나 도마뱀을 잡아 모래에 묻고 장난하는 녀석, 버드나무 줄기를 뽑아 풀피리를 만들어 잠자는 친구의 귀에 불어대는 녀석……. 그래서 여름은 언제나 신바람이 났다.

  꿈같은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주전자를 들고 논밭으로 나가 메뚜기사냥을 했다. 풍성한 벼이삭에 수없이 긁히고 찔리면서도 메뚜기를 잡아 엄마에게 볶아달라고 했다. 들들 볶아지는 메뚜기를 바라보면서 연신 군침을 삼키다가 메뚜기를 먹을 때면 멍석 위에 말려놓은 참깨를 훔쳐 먹는 것보다 더 고소했다. 콩서리도 잊지 못할 가을만의 신바람이었다. 볏짚을 훔치고 논두렁마다 누렇게 익은 콩을 통째로 뽑아 불을 지폈다. 활활 타오르는 불에 콩 터지는 소리를 행여 주인에게 들킬세라, 마음도 콩 볶여지듯 초초했다. 허겁지겁 콩을 주워 먹다보면 덜 익어 비린 콩이나 이미 타버려 쓴 맛이 나는 콩을 먹기 일쑤였다.

  “엣 퉤퉤! 증말 비리구 비리다.”

 동그랗게 둘러앉았던 녀석들이 한바탕 소리 높여 맘껏 웃었다.

  “야, 너 꼭 원세이 같다!”

 “니는 어떻구, 증말 지새끼 같다야!”

 “히힛, 영화에서 본 손오공 같은 걸…….”

  검댕 묻은 친구의 얼굴을 보며 서로들 깔깔대며 웃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하고 외치는 술래놀이는 아슬아슬한 게 즐거웠다.‘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는 밤새도록 마을의 고요와 함께 흘렀다.

“착한 아기 잠 잘 자는 베갯머리에 어머님이 홀로 앉아  꿰매는 바지, 꿰매어도 꿰매어도 밤은 안 깊어…….” 

 그렇게 노랫가락과 함께 가을이 깊어갔다. 마을 공회당에 멍석과 가마니가 깔렸다. 할머니들이 하나 둘 모일 때쯤이면 늦가을의 하늘에는 어쩌면 별들이 그리도 많은지 황홀할 지경이었다. 밤하늘에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별들은 금방이라도 멍석으로 쏟아져 내릴 듯했다.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실타래처럼 끝이 없었다. 곶감 소리에 도망친 호랑이, 주인을 내몰고 천막으로 들어간 낙타, 여우의 칭찬에 입에 물고 있던 물고기를 놓친 까마귀, 강남 못 간 제비와 황금동상의 왕자, 가난한 선비와 올챙이 적 개구리가 준 냄비……. 은은한  옛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그것은 분명 모두에게 무지개였다.

 “오 분단 셋째 줄 일어나. 무지개가 무슨 색인지 말해 봐!”

 “빨주노초파남보!”

  나는 책에서 보고 배운 그대로 대답했지만, 실제로는 무지개가 빨주노초파남보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게 늘 궁금했었다. 어머니가 떠난  후로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가 아니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는 단지 울컥 그리움을 솟구치게 할 뿐이었다.

 어머니는 혹시 바닷가 어디에 살아있는 건 아닐까? 도대체 유정숙은 어떻게 달님이 되었을까? 나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회의실 응접 소파에 누웠다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온몸에는 식은땀이 거머리처럼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모두가  퇴근하고 난 토요일 오후의 나른함이 가져다 준 무기력이었다.

 사무실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적막감이 감돌뿐이었다. 그림 작가가 그린, 벽에 걸려 있는 내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또 다른 내가 나를 내려다보며 조소를 보내는 듯했다. 그때 불현듯 낯설게 느껴지는 전화 벨소리가 주위를 삼켰다. 넋 놓고 있던 차에 놀라서 수화기를 거꾸로 들었다.

 “…….”

 그러나 가는 숨소리만이 느껴질 뿐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수화기를 바로 고쳐 잡았다.

 “…태평양입니까?”

  “예에.”

  잠시 망설이는 듯 짧은 호흡이 들렸고 이어서 조용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만 한 가지 여쭤볼게요. 혹시, 회사에 충주가 고향인 분이 계신가요?”

  “예에? 제 고향이 충주입니다만…….”

  “저, 아시겠어요? 유정숙.”

  너무 놀란 나머지 할 말을 잃은 나는 소파 위로 수화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지금 좀 만날 수 있나요?”

  가느다란 유정숙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튀어나와 소파 속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잽싸게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 …시간은 괜찮지만.”

  “그럼 됐어요. 회사에서 성당 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호수다방’이 있어요. 그곳에서 뵙죠.”

  전화는 이내 끊어졌다. 정신이 멍했다. 마치 둔탁한  쇠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녀가 일방적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전화기를 놓은 후에도, 나는 한동안 수화기를 들고 있었다. 유정숙은 야유회에서 나를 알아봤음에도 그동안 모른 척했던 것이다. 선글라스 뒤에서 야유회 내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는 모르쇠였다. 몹시 불안했다. 도대체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유정숙이 만나자고 한 호수다방은 꽤나 한적한 곳이었다. 그녀는 긴 머리를 곱게 빗어 뒤쪽에 여민 정갈한 모습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야유회에서 느꼈던 섹시해 보였던 생머리의 도시적 이미지와는 또 다른 원숙한 여인의 이미지였다. 그녀는 마치 카멜레온 같았다. 나는 그녀와 마주앉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낯설었다. 그녀는 내가 놓아준 송아지, 민기와의 사건을 모를 리 없는 소장수 유 씨의 딸이었다.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과 솜털과 고향을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을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은 나를 얽매었고 오랜 시간 유정숙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서울은 언제?”

  유정숙이 먼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마치 그동안의 행적을 추궁이라도 당하는 듯 불안하여 겨우 들릴 만한 낮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예에, 벌써 3년 돼갑니다.”

  잔뜩 긴장하여 더듬더듬 말을 이어갔다.

 “그랬군요. 그럼 노수 씨는 송아지가 달아나던 그날, 곧바로 올라온 모양이군요.”

  그녀는 놀랍게도 내 이름은 물론 송아지가 달아난 날, 내가 서울에 상경한 사실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 이름에‘씨’자를 붙여 불렀다. 회사의 여직원들이 나를“노수 씨”라고 부를 때와는 다른 야릇한 느낌을 받았다.

  “예에.”

  “그동안 많이 변했군요. 사투리도 거의 안 쓰고.”

  “매우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태연하게 보이려 애쓰며 대답했다.

  “당연히 그랬을 거예요. 나도 많이 놀랐으니까요. 정말 기막힌 일이죠. 남이섬에서 아는 체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못했어요. 미안해요. 노수 씨는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리처드의  여자가 되었는지 궁금하겠죠? 유정숙이 아니고 달님은 또 뭔지…….”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이듯 차분했다. 그러나 달님도  달님이었지만 그녀가 유정숙임을 알았을 때부터 도망쳐온 고향 소식이 가장 궁금했다.

  “달님은 그냥 달링이 변한 이름이에요.”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던‘달님’이란 이름의 해명이 싱겁게 끝났다. 그녀가 달님’으로 불린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고향의 보름달을 떠올렸다. 나에게는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았던‘달님’인 유정숙이 리처드에게는 그저 달링’이었다니, 씁쓸했다. 이름만으로도 리처드에게 소중한 사람이려니 생각했던 기대가 무너졌다. 리처드의‘달님’과 나의‘달님’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러나 내가 더 궁금한 건 달아난 송아지의 행방, 피 흘리며 쓰러진 민기의 생사, 달아난 송아지의 주인인 그녀의 아버지 유 씨의 이야기였다. 나는 참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덥석 물었다.

  “송아지는?”

  “먼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송아진 왜 놓아 주었죠?”

  그녀는 웃음 섞인 어조로 그러나 약간은 취조하듯 되물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 후 애써 침착하게 대꾸했다.

  “저도 그때 맘 잘 몰라요. 그냥 그렇게 되었어요.”

 굳이 그렇게 대답한 것은 당시의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또 왜 그랬는지 꼬집어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라면 그녀에게 마음을 사로잡힌 탓일 것이다. 아버지 유 씨로부터 벗어나길 원하는 그녀의 간절한 마음을 알았기에, 나는 유 씨의 송아지를 놓아주는 것으로라도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쇠똥을 치우던 유정숙과 내 손아귀에 붙들린 송아지가 교차되면서 나도 모르게 저지른 행동이었다.

 “됐어요. 꼭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미 오래전 일인데요 뭘.”

  그녀가 미소 띤 입술을 오물거리며 눈웃음을 쳤다. 그 눈웃음에 나는 또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솜털 사이사이에 맺혔던 이마의 땀방울에 빨려 들어간 그날 이후로 나는 아직까지 유정숙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녀의 눈웃음에 다시 텀벙 빠진 것이다. 나는 애써 마음을 부여잡았다.

  “그날 별일은 없었어요. 도망가던 소는 바로 찾았고, 친구도 몇 바늘 꿰맬 정도의 상처였고요. 소전에서는 오히려 도망간 노수 씨가 잘 지내나 걱정할 정도로 작은 사건이었어요. 혹시 송아지 주인이 우리 아버지라서 놓아준 것 아녜요?”

  그녀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나는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신경을 쓰며 긴 한숨을 들이켰다. 오랫동안 가슴을 조이며 살게 했던 그날 일이 그렇게 싱겁게 끝난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참으로 오랜 시간 가위 눌리며 괴로워했던 일이었다. 누구에게 확인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가슴앓이가 유정숙으로 인해 말끔히 씻겨 지리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녀와는 참으로 묘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수없이 스쳐지나갔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지금도 그때 왜 그랬는지 잘 생각나질 않습니다. 송아지가 날뛰는 것을 보니까 그냥 불쌍하기도 하구, 괜히 아가씨 생각도 나구.”

  비밀이 엉뚱하게 튀어나왔다. 엉겁결에 말해 놓고는 나도 놀랐다. 늘 마음에 있었지만  그녀에게 말할 수 없던 비밀이었다. 그러나 정작 오랫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해놓고도 그녀가 어찌 받아들일까 걱정이 되었다.

  “괜찮아요. 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 사건은 나하고 상관도 없고 또 그 정도도 이해 못하는 여자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젠 다 잊은 일이기도 하구요.”

  그녀는 그동안 불안했던 내 마음을 말끔히 정리해 주었다. 3년 내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묵직한 체증이 일시에 녹아내렸다. 그녀로 인하여 녹아내리고 있는 것은 비단 체증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땀방울에 녹아내렸고 그녀의 눈웃음에 녹아내리는 내 마음을 그녀는 아마도 모를 것이었다.

  때마침 한 무리의 손님들이 들어와  다방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성경책을  하나씩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근처 교회의 일행인 듯 보였다. 그들은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손님이 그녀와 나뿐임을 확인하고는 마구 떠들기 시작했다. 고작 일행 중 여자 한 명만이 슬금슬금 주변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달님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무리를 힐끗 흘기어보았다. 나와의 대화를 방해받고  있는 것이 몹시 신경 쓰인다는 표정이었다.

  “여기는 시끄럽군요. 다른 곳으로 옮기죠. 내가 저녁 살 테니.”

  유정숙이 대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는 그녀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녀는 주춤주춤 망설이는 나에게 마치 동생을 다루듯 채근했다.

  “어서 일어나세요. 어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술이나 한 잔 해요!”

   나의 겸연쩍은 표정은 무시당했다. 그녀는 이미 카운터에서 돈을 지불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일방적인 행동에 이끌려 다방을 나왔다. 엉겁결에 다방을 나온 나는 말없이 그녀의 발자국을 밟으며 인근 경양식 집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경양식 집은 분위기 있는 조명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었다. 마치 연인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밀폐된 공간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어둡고 익숙하지 않은 낯선 분위기 탓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기둥에 의지해 겨우 균형을  잡았다. 또 소파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주위를 더듬거려야 했다. 컴컴한 탓에 가까스로 자리를 찾아 그녀와 마주앉게 되었다.

  잠시 후 흰 가운을 입은 말쑥한 사내가 커튼을 젖히고 들어왔다. 그가 정중히 메뉴판을 내밀자 그녀는 일방적으로 맥주와 과일안주,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은 내가 낼 테니…….”

  유정숙은 민망해 하는 나의 표정을 금방 알아채고는 선심을 쓰듯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녀의 자유스러운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 리처드와 종종 들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처드가 앉았을지도 모르는 자리에 내가 앉아 있다는 것이 썩 좋지는 않았다. 내가 먼저 유 씨 소식이 궁금해 물었다.

  “그런데 유 씨 아저씨는요?”

 “지금 미아리에 살아요. 아마도 노수 씨를 보면 무척 반가워할 거예요. 주소 알려줄 테니 언제 한번 시간 내서 가 봐요. 나 만났다는 말은 하지말구요.”

  “예에, 그래야죠!”

 “어쩐 일인지 아버지는 그때부터 장사가 잘 안되었어요. 차차 빚을 지기 시작했고, 얼마 안 있다가 정육점 정리하고 집안 모두 상경했죠.”

  맥주와 안주가 도착하자 그녀가 먼저 나의 술잔을 채워주었다.

 “술 잘하세요?”

 “그저 별로…….”

  “남자는 술도 약간은 할 줄 알아야 해요!”

   그녀가 건배를 하자는 뜻으로 잔을 들어 내 코앞으로 들이밀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그녀에게 최소한의 보조는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잔을 부딪쳤다. 그녀는 건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단숨에 잔을 비웠다. 나 또한 술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갑자기 들어온 술이 배 속을 싸늘하게 훑고 내려갔다.

   그녀는 술잔을 놓고 옛일을 회상하듯 달변을 거침없이 털어놓기 시작했다.

  “난 본래 어려서부터 아버질 싫어했죠. 그래서 상경한 후 집을 나와 외국인광고회사에 다니는 친구 집에서 살았어요. 그곳에서 한국에 들어온 리처드를 알게 됐고요. 친구가 다니는 회사 사장과 리처드는 친구였어요. 리처드는 태권도 관련 때문에 한국에 왔다고 했어요.  그러다 리처드가 지금 노수 씨가 다니는 태평양기획을 만든 거죠. 리처드는 뉴욕대 광고학과 출신이거든요. 일 년 전부터는 리처드와 동거하고 있어요. 물론 집에선 전혀 몰라요.”

   아스팔트 위 쇠똥 사건이 있던 그날, 광고회사에 다닌다는 친구가 서울로 상경하면 책임지겠다던 그녀의 말이 생각났다. 결국 그 친구와의 인연이 태평양기획과 연줄이 닿아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녀와의 인연은 문득 우연이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끈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가 단숨에 다음 술잔을 비우고는 또 잔을 부딪쳐 건배를 요청했다.

  “노수 씨하고는 참으로 기이한 만남인데 적어도 이 정도는 해야죠?”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변해 있었다. 짧은 시간에 소녀에서 숙녀로 뒤바뀐 모습을 그녀는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변한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고 낯설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꿈이 있었다고 했다. 간호보조원이 되어 흰색 가운을 입고 환자를 돌보고 싶었던 소박한 소녀시절이 있었다고 했다. 결국 아버지 고집을 꺾지 못해 꿈이 무산되고 오늘에 이른 것을 후회한다고도 했다. 아버지, 소장수 유 씨에 대한 불만이 유달리 많았고 유 씨의  주벽에 앙칼져진 어머니, 몇 년째 무위도식인 오빠, 여동생도 싫다고 했다. 그래도 그 와중에 매달 생활비를 보낸다는 그녀는 집안의 가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리처드와의 동거 사실을 가족들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이 마음 아프다고 했다.

스테이크가 들어오고 맥주를 추가로 더 주문할 때까지도 그녀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리처드는 미국에 부인이 있어요. 언제 미국으로 갈지는 몰라도 나를 꼭 데려가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말을 다 믿지는 않아요. 외국인의 사고방식은 우리와는 다르죠. 언제든지 헤어질 수 있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불안해서 못 견디겠어요. 그래서 이젠 나 자신한테도 결코 자유스럽지 못해요.”

  불현듯 누런 털이 숭숭 난 리처드의 커다란 손이 나의  손을 삼켜버렸던 일이 떠올랐다. 씨름선수 버금갈 정도의 체격인 리처드와 지극히 동양적인 몸집의 유정숙은 그다지 어울리는 그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 그림을 어쩔 수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나를 서글프게 만들었다.

  술기운을 빌어 토해내는 그녀의 하소연이 내 가슴에 또 다른 아픔으로 밀려왔다. 어떻게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토록 스스로를 학대했는지……. 그녀의 눈동자에서 참나무 껍질처럼 붉은 노을이 보였다. 하늘과 땅이 간데없이 붉은 빛으로 고향을 덮을 때면 나는 미친 듯이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그 노을에 있던 어머니 얼굴이 유정숙의 눈동자에 고여 있었다. 취기로 인해 발갛게 상기된 그녀의 양쪽 볼은 사과처럼 익어있었다. 솜털 속의 땀방울이,  생머리의 섹시함이, 머리를 똬리 틀어 여민 원숙함이, 붉은 사과 속에 숨어있었다.

 “…리처드와는 행복합니까?”

  내가 연민을 퍼부었다. 마음 한쪽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유정숙에 대한 향수가 틀림없었다. 그것은 어쩌면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둥글게 살려고 애써요. 모가 나면 정에 맞으니까요.”

  그녀의 눈가에 작은 이슬이 맺혔다. 이슬은 졸린 조명 불빛에도 구슬처럼 빛났다. 이슬은 몇 번의 깜박임으로 이내 사라졌다. 알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한 그녀의 이슬은 비단 술기운 때문만은 아닌 듯 보였다.

 “미안합니다. 공연히 물어봐서.”

  나는 그녀에게 미안했다. 마음을 위로해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이 진정으로 미안했다. 어루만져 주어야 할 상처를 덧낸 격이나 다름없었다.

  “신경 쓰지 말아요. 내 짐을 덜어내려고 한 말 아니에요. 그냥 넋두리 삼아…….”

  그녀는 조금은 후련해졌다는 듯 미소마저 지어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미소에는 슬픔이 있었다. 슬픔을 감추려고 하는 미소가 더없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 후로도 유정숙은 고향 소식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 털어놓고 싶지만, 그럴 상대가 없었을 터였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애꿎은 술만 입안에 털어 넣었다. 마침내 취기가 올라 내 코끝으로 트림이 치받힐 때가 되어서야 그녀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오늘은 고마웠어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유정숙이 먼저 인사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비틀대는 그녀를 잡아주지도 못하고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유정숙은 마침내 내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나는 그녀가 동공에서 자취를 감춰버릴 때까지 끝내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그녀가 사라진 출구만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남은 맥주만을 입안에 또 털어 넣었다.

 

 

  며칠 후 나는 유정숙이 알려준 미아리 산 100번지 주소를 가지고 유 씨를 찾아갔다. 그러나 길이 복잡해 같은 골목을 몇 번씩 오가며 헤맸다. 가파른 골목길은 끝도 없이 하늘 가까이 이어져 있었다. 시골에서처럼 쉽게 집을 찾으리라 생각한 것이 오판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산 수박과 정종은 왜 그렇게도 무거운지 땅바닥에 내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벼랑을 오르고 또 오르는 사이 온몸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옷과 살은 서로 달라붙어 끈적끈적하기까지 했다. 유 씨를 만나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렸다.

  한 시간여를 헤맨 끝에 겨우 유 씨 집을 찾았다. 산 하나를 완전히 점령하며 다닥다닥 붙은 초라한 집들이 빼곡히 들어선 동네였다. 집들이 어찌나 낡았는지 집 모양새를 온전하게 갖추고 있는 집이 하나도 없었다. 여기저기서 모은 자재를 엮어 엉성하게 지은 집이 대부분이었다. 고작 눈비나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청계천과 중랑천의 판잣집이 대대적으로 철거되어, 철거민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들이 산으로 밀려난다더니, 유 씨가 사는 미아리 산 100번지도 그곳에서 밀려난 철거민들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닌가 싶었다. 혹은 시골에서 막 상경한 이들의 둥지인 듯 고달픈 냄새를 가득 품고 있었다. 그 집단의 언저리에 유 씨가 있었다.

  “어이쿠 이게 뉘기여?”

   초저녁인데도 이미 취기가 올라 있는  유 씨는 신기할 정도로 나를  쉽게 알아보았다. 속옷 차림으로 앉아 혼자 술을 마시던 유 씨는 나의 등장으로 인해 외로움과 무료함이 한꺼번에 해갈되었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집을 찾는데 지쳐버린 나는 우선 큰절로 인사만을 대신했다. 

  “그래, 여기는 어떻게 알았어? 서울은 언제 올라온 거구?”

  유 씨는 한꺼번에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했다. 나는 동사무소에서 주소를 알아냈다는 거짓말을 덧붙였다. 물론 도망친 송아지와 민기의 일은 전부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유정숙과의 약속대로 내가 유정숙을 만난 사실을 눈치 챌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도망친 송아지는 바로 잡았지. 충주 바닥에 놈이 가면 어딜 가겠어. 재수가 없는 놈 같아서 이튿날 주덕 장에서 본전에 팔았어. 자네두 알지. 그때가 좋았어. 내가 사겠다고 마음먹은 소는 못 산 게 없었으니까 말여. 배짱두 꽤 있었지.”

  유 씨는 그날 일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내가 고삐를  놓은 것에 대해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소장수 시절을 자랑스럽게 회상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그동안 우시장에서 잔뼈가 굳은 유 씨를 인정하고 대우해 줄 유일한 사람이었다. 유 씨는 나로 인해 우시장을 주름잡던 옛 시절이 더 그리워진 듯했다. 유 씨는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흥분했다.

  “그러다가 안 되기 시작하는데 지랄같이 안 풀리더군. 사는 소마다 밑지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없었어. 일 년 만에 가진 돈 다 까먹었지. 아예 망해버렸어. 제기럴……. 죽어두 고향에서 죽겠다구 했는데, 고향 떠나오니 제대루 되는 게 더 없어. 큰 딸년은 딸년대루 나가  살구, 집안이 엉망이여. 요새는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어. 미치구 환장하겠구먼……. 우시장이 그립네 그려.”

  푸념을 늘어놓은 유 씨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서 입가에는 거품까지 일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유 씨가 망하게 된 것이 공교롭게도 내가 송아지를 놓아준 그 사건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 원망의 화살이 내게 쏟아질까 초조했다. 하지만 기세당당하게 황소를 낚아채고 우시장을 주름잡던 유 씨의 눈매는 술에 절어 빛을 잃고 있었다. 다만 작은 일에도 흥분하던 그의 목소리만이 여전할 뿐이었다.

 “또 그 듣기 싫은 소리, 그 입 좀 가만히 못 혀유!”

  유정숙의 어머니가 혀를 차며 핀잔을 쏟아 부었다. 그래도  손님이라고 내가 사온 정종으로 술상까지 받아 내오던 중이었다. 그녀는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 주었고, 그녀의 환대는 고향처럼 따뜻했다. 유 씨는 늘 그래왔다는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다시 푸념을 늘어놓았다.

  “자식 키우는 게 다 헛것이여. 사내 녀석은 몇 년째 뭔 공부를 한다고 지랄이구, 뭘 하는지 밤낮을 바꿔 처질러 자는 년 하구……. 큰 딸년 아니면 밥도 못 먹을 판이여.”

  무너진 가장의 울분이 쏟아졌다. 유 씨는 유정숙이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비록 아버지에게 반항하는 딸일지라도 가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딸이 대견스럽고 그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유정숙의 소식을 전해줄 수 없었다. 유 씨가 유정숙이 외국인과 동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야기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유 씨의 푸념과 자랑과 회상이 술잔과  함께 서너 차례 오고갔다. 이미 취해 있던 유 씨는 아내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술을 마셨다. 내가 약간의 취기를 느낄 때까지 부부의 푸념과 핀잔은 반복되었다. 푸념과 딱 그만큼의 핀잔이 되풀이되는 집안 분위기가 몹시 짜증스럽다던 유정숙의 하소연이 이해됐다. 더 있다가는 곤란해질 것 같아 은근슬쩍 자리를 정리했다.

 “아저씨,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들르겠습니다.”

  “무슨 소리여, 이렇게 만나기도 어려운데 더 있다가 가게나!”

  나는 유정숙의 어머니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남편이 못마땅해 화가 잔뜩 올라 있었다. 행여 술 취한 남편이 나에게 실수라도 할까 걱정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엉거주춤 일어나 유 씨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아저씨 건강하세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밖으로 나오자 유 씨는 아쉬운 듯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를 따라 나섰다. 그는 골목 어귀를 빠져나와 한참을 배웅했다. 유 씨는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것인지 술친구가 필요해서인지 주춤주춤 망설이다가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잡아끄는 손목의 힘이 황소를 낚아채던 때처럼 힘이 남아 있었다.

 “한잔 더 하세 그랴.”

  나는 유정숙의 어머니 얼굴이 자꾸 떠올라 사양했다. 그러나 유 씨의 성화를 끝내 뿌리치지 못하고 손을 이끄는 대로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동네 작은 구멍가게 옆의 들마루에 앉았다.

  “유 씨, 오늘도 벌써 취했구랴. 적당히 들게나. 몸 생각도 좀 해야지.”

  가게 주인인 듯한 노인이 유 씨를 보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그러나 유 씨는 시큰둥할 뿐 대꾸가 없었다. 유 씨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가게 주인은 유 씨가 술을 시키자 코웃음을 친 것으로 보아 유 씨와 막역한 사이인 듯했다. 

  못마땅한 표정의 가게 주인이 김치 몇 조각과 막걸리를 가지고 나왔다. 유 씨가 막걸리를 한 대접 따랐다. 그리고 보는 사람도 시원할 정도로 한 입에 쏟아 부었다. 막걸리가 턱 밑으로 몇 줄기 흘러내리자 유 씨는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며 맛있게 입맛까지 다셨다.

  술잔이 몇 순배 돌자 유 씨의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내가 알고 지내던 소장수들의 이야기, 국밥집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소전의 풍경까지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였다. 그는 유정숙의 이야기와 민기 할아버지의 죽음까지 터진 봇물처럼 쏟아냈다. 민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놀랐지만, 별 다른 질문은 할 수 없었다. 유 씨의 이야기에는 고향이 있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해져 나는 곧 짬을 내서 고향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간절한 그리움 속에는 민기와 아버지의 산소가 있었다.

  유 씨는 끝내 인사불성이 될 상태까지 막걸리를 마셨다. 마치 그 자리에 꼬꾸라져 죽을 사람처럼 술을 마구 쏟아 부었다. 그리고 꼬부라진 혀로 했던 이야기를 하고 또 했다.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어둠은 혼돈을 먹어치웠다.  유 씨의 혼돈도 나의  혼돈도 모두 집어삼켰다. 산 아래는 야경이 빛나고 있었다. 치열했던 한낮의 열기를 모두 삼켜버린 거대한 고요가 마치 별빛처럼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별빛 없는 도시의 밤은 야경이 곧 별빛이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야경만으로는 참으로 아름다운 산 아래의 밤이었다.

  “자네, 혹시 어머니가 어디 사는지 소식은 알고 있는 겐가?”

  뜬금없이 유 씨는 어머니를 이야기했다. 술기운에 나른해져 기운조차 없던 내 눈에 핏발이 돋았다. 유 씨의 입에서 내 어머니의 이야기가 튀어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유 씨는 내 어머니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어머니가 있는 데를 아세요?”

  “들은 얘기가 있지. 아마 끝섬이라고 했지. 끝섬은 멀리 있다는 뜻일 게야. 섬 이름은 나도 모르네.”

  “누가 얘기했어요?”

 “누구는 이 눔아, 니 애비지.”   

유 씨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짧은 순간이지만 생각했다. 쉰 목소리로  딸꾹질과 함께 쏟아내던 아버지의 마지막 절규가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면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의 행방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찾지 말라는 말뿐이었다. 그러면서 그 중요한 이야기를 유 씨에게는 했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이 눔아, 여적 모르고 있었던 게여?”

  유 씨의 호통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섬에서 무슨 장사를 한다더구먼.”

  유 씨가 한심스럽다는 투로 다시 중얼거렸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어머니 소식을 알게 되었다는 것도 그렇지만 그토록 알 수 없었던 어머니 소식을 이렇게 쉽게 유 씨에게 듣게 된 것이 어이없었다.

  어머니의 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간단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다. 나를 제외한 우시장의 소장수는 모두 알고 있었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단지 나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거처를 알려주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최소한 아들인 나에게는 그 거처를 알려주었어야 옳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행방을 까맣게 잊도록 비밀에 붙여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왜 아버지는 그 비밀을 유 씨에게는 말했던 것인가!

  나는 유 씨를 채근하여 어머니에 대한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더 물었다. 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어찌나 취했던지 유 씨는 마지막 기운까지 소진되어 죽어 널브러진 문어마냥 늘어진 지 오래였다.

  “이제 집에 들어가시죠, 아저씨!”

  그때까지도 가게 주인은 유 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짜증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못마땅한지 주인은 유 씨를 잔뜩 노려보았다. 유 씨가 비틀대며 일어서자 주인은     “또 지독히 퍼 마셨군!”하며 빈정댔다.

 “오늘도 외상인가?”

  가게 주인의 퉁명한 물음에 유 씨는 입 한 번 벙긋하지 않았다. 유 씨는 그의 빈정거림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대꾸조차 없었다. 나는 술값을 계산하고 유 씨에게 줄 담배 한 보루를 산 다음 어깨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골목으로 돌아섰다. 골목은 술에 취해 흔들거렸다. 몇 걸음 걷던 유 씨가 갑자기 담벼락에 비스듬히 버티고 서서 소변을 배설하기 시작했다. 비틀거리며 배설하는 소변 줄기가 지그재그로 춤을 추며 돌담에 그림을 그려놓았다. 그러다가 유 씨는 토악질을 하며 주저앉았다. 그리고 천식환자처럼 기침을 되풀이했다. 놀란 내가 등을 꽤 오래 문질렀음에도 유 씨의 기침과 구토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얼마 후 기침이 멎었을 때 유 씨는 나의 등에 엉겨 붙었다. 술기운 탓도 있겠지만 초여름인데도 날이 더워 유 씨를 업은 등줄기가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에이구 지랄, 술이 원수여.”

  내 등에 업힌 유 씨가 집 안으로 들어서자 그의 아내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한탄했다. 이 지경까지 될 줄은 몰랐다. 무엇보다 유정숙의 어머니에게 미안했다.

  “애비가 저 모양이니 집안 꼴이 이 모양이지!”

   그녀는 혼잣말처럼 또 푸념을 뱉어냈다.

  “우이씨!”

  갑자기 유 씨 입에서 험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아내의 혼잣말을 들었던 모양이었다.  유 씨가 등에서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그리고 난데없이 허공에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힘이 어디서 솟았는지 제법 공격적인 자세까지 나왔다.

  순간 마룻바닥 가장자리에 둔 화병이 유 씨의 발끝에 닿았다. 화병이 유 씨의 발길질에 허공으로 날았고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거울은 조각났다. 마른  꽃가지와 깨진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어지럽게 흩어진 유리 조각 사이로 화병에 채워져 있던 물이 유 씨의 발끝을 적셨다.

  충격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은 나와 유 씨의 얼굴을 모자이크처럼 쪼개어 놓고 징글맞게 비웃고 있었다. 거울은 흔들릴 때마다 또 다른 각도의 모자이크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술독에 빠졌던 흉측한 유 씨와 나의 얼굴은 더욱 볼썽사납게 괴물이 되어 비틀거렸다. 거울이 비틀거리는지 내가 비틀거리는지 알 수 없었다.

  “자알 하는 구랴. 이제 없는 살림까지 다 부수는 구랴!”

  유정숙의 어머니는 한술 더 떠 유 씨를 윽박질렀다. 나는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유 씨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유 씨는 내 힘을 이기지 못하고 고삐 잡힌 송아지처럼 방 안으로 끌려 들어왔다. 마침내 천장을 향해 그가 길게 누워버렸다.

  밖으로 나와 보니 유정숙의 어머니가 깨진 유리 조각을 청승맞은 몸짓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괜찮으이, 그 양반은 잠든 모양이지?”

  “예에.”

  “밤도 늦었는데 자구 가지 그랴.”

  “아닙니다. 가 봐야죠.”

  “그러지 말구 내일 가시구랴. 저 양반 밤새 주정할지두 모르니 옆에 있으면 좀 낫지 않겠슈.”

   나는 마지못해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무거운 고요가 가득했고, 전등불은 전구의 수명이 다 되었는지 깜박거리며 졸고 있었다. 전등 스위치를 내리고 유 씨 옆에 나란히 누웠다. 하지만 도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 유 씨를 보았다. 유 씨는 교도소의 높은 철창을 올려다보듯 방바닥에 달라붙어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허공을 주시하는 듯 보이는 유 씨의 감긴 눈가에 창밖에서 새어 들어온 가로등 불빛이 내려앉았다. 불빛은 유 씨의 움직임에 따라 눈가에서 잠깐 빛났다가 귀밑으로 흘러내렸다. 유 씨는 잠든 것이 아니라 홀로 눈물을 흘리는 듯 보였다.

  내 머릿속에는 온통 시끌벅적했던 충주의 우시장과 아버지,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유정숙이 떠올랐다. 어머니의 바다, 아버지의 쇳소리, 유정숙의 하소연이 나의 마음을 옥죄었다. 눈을 감았다. 나도 유 씨처럼 울고 싶은 서글픈 밤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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