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란 무엇인가 - 우리 시대 공정성에 대한 모든 궁극적 질문의 해답
벤 펜턴 지음, 박정은 옮김 / 아이콤마(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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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책을 읽는 와중에 예고입시 논란이라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미술 실기 평가에서 화지 방향을 가로로 하라는 제시문을 무시하고 세로로 그린 입시생들이 다수 합격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는 내용이었다. 그 조건에 대한 감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면 애초에 그런 규칙을 세운 이유가 무엇이며, 실기 주제는 세로로 그려야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주제였다는 사족도 달렸다.

책의 서론에 나왔던 공정성은 신뢰의 전제 조건임을 상기시킨다. 입시생들이 제시문에 상응해서 가로로 그릴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가로로 그리지 않았다면 당연히 불합격 처리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30년 넘게 기자로 활동한 영국의 언론인인 저자도 수많은 사건사고를 취재하면서 모든 일의 시작과 끝에 공정이 있음을 간파했다. 경제와 정치, 사회와 인간관계에서 어느 때보다 공정성을 부여하고 공정함이 기준점이 된 시대가 된 것은 빈부와 계급의 격차가 전세대보다 더 큰 폭으로 벌어졌기 때문임은 자명하다. 공정이 곧 페어플레이이라는 단어와 동일했을 때조차 지금보다 더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만큼 요원하지 않다는 사실은 예고입시처럼 간단하다면 간단한 사안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예고의 채점기준에 대해 제재를 가할 권한이 있는 곳이 없다는 점 또한 저자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공정한 사회에서 우리는 권한을 위임할 필요성은 인정해야 하지만, 권한을 버릴 필요는 없다.” 공정성을 대표하는 스포츠경기에서 심판은 많은 권한을 가지지만 그 권한은 사람들 사이의 합의된 규칙과 같다. 변수가 많은 경기의 결과에 왈가왈부할 소지가 훨씬 적은 것은 그 때문이다. 다수가 공정성에 기초해 만든 규칙에 동의한 미묘한 위임을 했기 때문에.

책은 공정의 개념과 소용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열거하고 있지만 게 중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공정성은 타고난 것이며 인간의 DNA에 있다는 말이다. 모든 불평등, 불공정, 불의에 대응할 수 있고, 그래서 한편으로 그 차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성질임을 알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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