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수상록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10
미셸 드 몽테뉴 지음, 구영옥 옮김 / 미래와사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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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장르의 아버지 몽테뉴라는 수식어는 책의 제목을 앞서간다.

수상록 이라는 제목도 언 듯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뜻은 단순하다.

그 때 그 때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적은 글’. 그렇다고 절대로 가볍게 읽히는 내용은 아니다. 고전의 의미에 부합하는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깊이가 느껴진다.

이미 16세기에 21세기에도 여전한 이기적인 사람의 본성과 새로이 대두될 사회현상을 꿰뚫어 보는 미래지향적 통찰과 지성에 감탄하게 된다. 근래 부쩍 늘어난 예측불가한 양상의 범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정체되어 있는 법에 관한 저자의 생각이 궁금해 질 정도다.

보르도 시장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학을 전공하고 고등법원의 법관으로 일한 전력이 있으니 무지한 분야는 아닐 것이다. 책에서도 법률을 언급한다.

-습관에 대하여 그리고 기존 법률이 거의 바뀌지 않음에 대하여-

22장에서 습관의 힘이 너무 위대해 자연스레 만들어진 관습법이 익숙하고 일반적이어서 바꿀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내용은 한편으로 그 시대 각 나라의 기이하면서도 상이한 법에 대해 수긍하게 한다. 어떤 사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의 평결보다 대대로 내려온 관습에 따른 진부한 평결이 계속되니 오늘날 미개한 법이 그대로인 것은 아닌가 싶다.

저자는 애초에 법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여러 가지 관계에서 파생되어 만들어졌음을 역설하고 있다.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슬픔, 공포, 우정, 고독, 양심, 영광, 불굴 등의 감정들을 다방면으로 나름의 생각과 기준으로 성찰하고 있지만 맥락은 하나다.

일상을 누리면서 느끼고 추구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감정과 이성의 충돌이 모든 법의 기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상대로 인한 슬픔과 분노가, 실체 없는 공포에 대한 공포가, 진정한 고독을 위해 영혼속에 존재하는 악을 내면에 꽉 붙들고 있어야 하는 힘겨움이 법을 만든 근간이며 문명이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제일 먼저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곳곳에서 말하고 있다. 비록 옮긴이는 저자가 내린 결론을 다르게 정의하지만 말이다.

정년의 연장이나 어떻게 노후를 보내야 하는지, 분노조절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등 오늘날에도 유용한 저자의 선견지명에 연신 감탄한 고전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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