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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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따라 작품현장을 걷는소설가이기도 한 저자의 행로는 글 쓰는 행위에 대한 애착이 강함을 상기시킨다. 단지 뭇 작가들이 쓴 소설의 배경이나 생가, 집필 장소를 허투루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작품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나름대로 성찰하게 하고 작가이기 이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의 생애는 물론이고 소설에 대한 세세한 평은 책에 실린 사진을 더욱 주의 깊게 들여다보게 하는 매체이며 작가 때문이 아니라 그 작가를 회상하는 저자를 따라가고픈 마음이 든다.

미지의 세계는 기억에, 모험은 여행에 관계된다. 세상 어떤 소설도 이 두 가지, 기억과 여행을 근간으로 삼지 않는 것은 없다.”

무엇보다 저자는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소설들이 자전적이면서 방랑하듯 이 곳 저 곳을 다니면서 탄생했다는 이야기로 실재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의 본질을 파헤친다.

불문과를 전공한 이점인지 여정의 처음이 프랑스의 미라보 다리라는 사실은 개인적으로 반갑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르고...’로 시작하는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를 열심히, 정성껏 노트에 썼던 기억이 새롭다.

시인의 연인으로 화가였던 마리 로랑생과의 사랑과 이별의 무대가 되었던 사진 속 다리는 고풍스러우면서 아름답고 난간아래 조각상들은 또 너무 정교해서 이질적인데 유유한 강물은 두 사람의 내밀한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하다.

헤밍웨이가 태어났다는 빅토리아풍의 저택은 생가라는 의미에 알맞을 정도로 완벽하게 구현되어 있어서 작가의 예술적 지향의 발자취를 곱씹게 하고 열 여섯 살부터 시를 무기로 세상에 나아가고자 했던 랭보의 자료들이 망라되어 있는 랭보 박물관은 시인이자 모험가다운 기질만큼 웅장하다. 후지산을 바라보며 <후지 산 백경>이라는 대표적인 사소설을 쓴 다사이 오자무의 덴카차야 2층 기념실은 일본식 특유의 정취가 풍긴다.

프랑스 파리에서 에게해, 대서양, 유럽을 거쳐 저자의 바닷가 서재까지 전 생애를 글쓰기에 바친 작가들의 흔적과 발길을 이렇게 눈으로만 쫓는 것도 피로함이 느껴지는데 이 모든 곳을 직접 다녀온 저자의 열정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같은 작가로서 그들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에너지를 받고자 한 저자의 갈망을 느낄 수 있는 현장답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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