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씁니다 - 어쩌면 글을 쓰고 싶은 당신이 가장 궁금해할 현실작가 이야기
고혜원.민선이.지미준 외 지음 / 포춘쿠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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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운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운명은 행운일수도 있고 불행일수도 있다. 평생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 헤매는 사람보다는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분야에서 뛰어나야 한다는, 뛰어나고 싶다는 전제조건이 붙으면 불행일수도 있는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들이 창작의 기쁨과 슬픔을 써 내려간 이 책은 행운과 불행 역시 인생과 같아서 번갈아 온다는 것을,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쓸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극작가,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스토리 작가 등 글을 쓴다는 행위는 같아도 방식과 목적은 다른 작가들의 시작과 방황은 언뜻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완전 달라 보이기도 한다. 전공자는 전공자대로 비전공자는 비전공자대로 능력의 한계치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문예창작학과를 나왔지만 단 한 번도 그와 관계된 직업을 가져본 적 없던 극작가는 글쓰기에 자신이 재능이 없음을 일찍이 간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글을 쓰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고 몸이 아픈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다. 애써 외면해왔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던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영감이 되어 어떤 기회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소위 비전공자였던 소설가는 중학생 시절 겪은 사건으로 인해 생긴 트라우마의 상대를 소설 속에 던져놓고 무한 복수하는 상상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목표가 확고해서 정석의 길을 걸어온 시나리오 작가의 고군분투는 글을 쓴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상화되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배로 힘이 든다. 첫 번째 고비가 꿈을 가지면서부터였다는 스토리 작가는 좋아하는 CF기획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공황발작이 오자 자신을 돌보지 않았음을 후회한다. “좋은 걸 좋다 하고 싫은걸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라고 말한 공자의 말을 빌려 방전되는 줄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렸던 무모함을 경고한다.

누구는 영감이 벼락같이 오더라 하고 누구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어댄다. 수많은 장르의 수많은 공모전의 문을 다 두드려대다가 이제 그만 포기할 즈음 문이 열린다. 그것도 갑자기.

작가들의 시작과 방황은 천차만별이지만 기회를 잡은 시점에는 공통점이 있다. 갑자기 열리는 문에도 당황하지 않도록 항상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진부한 이야기는 창작가에 얼마나 유용한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작가들 덕분에 오늘도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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