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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과 함께하는 에니어그램
정신실 지음 / 죠이선교회 / 2014년 1월
평점 :
에니어그램 성격유형이라는 궁금함 때문에 몹시 기다려지는 책이었는데, 프롤로그부터 맘에 쏙 들었다. 내 마음속 가려웠던 부분, 남들이 알까 두려웠던 부분을 이토록 잘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저자처럼 어느 곳에 가든지 나와는 다른 성격으로 부딪히는 교회 언니가 있기 마련인데, 속이 부글 부글 할 때도 있고, 남을 미워하는 나 자신도 너무 싫고, 그 사람이라고 마냥 내가 좋을까? 란 생각도 들기에 속상할 때도 많은데, 에니어그램을 통해서 사람들의 성격유형을 좀 더 알게 되고, 나의 내면의 소리와 남들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는 시간이 참 값지다.
'당신이 없는 자리에서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자의 물음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난 종교인은 아니라서 영성적인 접근이나 그분의 손을 잡고 하는 기도 대신 나의 내면에, 내 마음 깊은 곳에 기도하며,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나는 어떤 두려움을 갖고 있는지 나를 차근차근 알아가보기로 했다. 저자가 추천한 '의식 성찰 일기 쓰기' 대신에 나의 하루를 기록하고 돌아볼 수 있는 '내 마음 쓰기' 로 대신하기로 한다. 오늘 내 마음 변화의 이유가 시시한 이유라서 돌아보니 얼굴 빨개질 만큼 부끄러울지 아직도 화가 날지 궁금해진다.
'1완벽, 2봉사, 3성공, 4특별함, 5지식, 6안전, 7쾌락, 8힘, 9평화' 아홉 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있는 에니어그램 원형 그림을 보았을 때, 5유형 지식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림만 보고 판단하기엔 긴가 민가 했었다. 5유형에 관해 자세히 읽고 난후 확신이 들었다. 난 지식을 갈구 아니 결핍을 느끼는 5유형이었다.
머리 중심 5유형의 핵심감정은 두려움이다. 외부가 두려워서 삶으로부터 움츠러들어 유일하게 안전한 장소인 자신의 내부로 물러나있고, 자신이 아는 것은 물론, 가진 모든 것들을 나누지 않는 인색함이 어둠으로 드리워져 있다는 말에 뜨끔했다. 게다가 자기만의 내적 공허감을 느끼고, 5유형의 근원적인 죄인 탐욕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고 많이 가지고 있는데 난 아직도 몰라 하며 나누지 않는 것이란 말에 정곡을 찔린 기분이다. 요즘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알 수 없는 이 허전함의 정체가 궁금했었는데 내가 5유형이라서 그랬나 보다. 배워도 뭔가 모자란 것 같은 기분, 지식이든 일이든 나누려 하지 않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사서 고생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걸 남에게 애써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난 욕심쟁이 인가? 란 질문에 해답이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나 역시 5유형들이 그러하듯 방어기제로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감정적으로 얽히는 것이 싫고 귀찮아서 냉정함으로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 같다. 무능하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5유형의 근본적인 두려움이라니, 5유형이 왜 지식을 추구하는지 알 것 같다. 5유형인 본회퍼가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 감옥에서 썼다는 말이 나에게도 진리로 나가왔다.
" 가능성을 탐색하지 말고 용감하게 현실을 붙잡을 것. 자유는 사유의 비상이 아니라 오직 행동 속에 있다."
아홉 가지 유형들의 특징을 다 보고 나니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5유형이 맞는지 다른 유형들도 다 나인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저자는 유형의 화살과 날개를 소개해 내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었다. 5유형인 나는 날개로 4유형이나 6유형의 성향을 가져다 쓸 수도 있고, 화살의 순방향인 7유형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 편안한 상태에서는 화살의 역방향인 8유형의 긍정적인 모습도 보인다.
모든 유형들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원형처럼 이어져 있는 것 같다. 같은 유형의 사람이라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화살과 날개가 기능하는 순간들이 다 다를 것이므로.
저자가 강조하는 영성적 접근으로 책을 읽지 않아 난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 교만, 거짓, 질투, 탐욕, 공포, 방종, 파렴치, 게으름의 9가지 유형의 근원적인 죄를 말하는 에니어그램은 영성적 접근이 아니더라도, 공감되며 충분히 이해되고 나를 돌아보고 나를 알아갈 수 있는 강력한 무엇이 느껴진다.
읽어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아서 한 번 더 읽어보고 따로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나의 유형의 부정적인 모습이 보이면 내가 스스로 알아차리고 마음과 이야기 나누고 다독이거나 유형의 긍정적인 요소를 나타내게끔 노력해봐야겠다. 나를 좀 더 알아가는 기분이다. 무엇보다 나와는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사람이 아니듯이 우리들의 관계를 좀 더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