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한 여행자
르네 바르자벨 지음, 박나리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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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전쟁에 참전하고 있던 피에르 생므누는 부대 이동중 한 집에 초대되는데 그곳에는 불구의 노과학자 노엘 에사이용과 딸 아네트가 있었다. 피에르는 사실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수학자였고 과거 그가 잡지 <월간 수학>에 올린 공식에 대한 질문에 노엘이 답변해준 기억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노엘이 피에르가 질문한 공식에서 힌트를 얻어 노엘리트라는 물질을 만들어낸 것이다. 노엘리트는 과거와 미래를 오가게 할 수 있는 물질이었고 노엘이 건넨 알약들로 가까운 과거에 갔다가 돌아오게 된 피에르는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노엘이 만든 약으로 전쟁기간 2년을 건너뛴 피에르는 파리로 돌아가 다시 노엘과 만나고 노엘은 그에게 자신을 대신해서 노엘리트를 이용한 복장과 장치로 시간여행을 하게 한다. 잠시 적응기간을 가진 피에르는 미래로가서 대재난을 목격하기도하고 결국 10만년후의 미래까지 가보게 된다. 그런데 노엘이 참지못하고 휠체어를 타고 같이 미래를 갔다가 사고를 당해 죽고만다. 그사이 아네트와 가까워진 피에르는 노엘을 되살리기도 하지만 노엘 스스로 하늘을 거스르지 않고 죽게되고 아네트와 결혼을 위해 과거로 가서 도둑질을 하다가 위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다행히 아네트의 도움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아네트는 시간여행장비를 봉인하고 피에르와 결혼을 하게 된다. 피에르는 아네트에게 자신이 마지막 실험을 해야한다며 부탁하고 아네트는 결국 장비를 다시 주게 된다.

피에르의 마지막 실험은 바로 과거의 세계사적 힘을 지닌 인물인 나폴레옹을 죽이고 세계의 판도가 바뀌는지를 알아보는 것. 그런데 총기를 제대로 다뤄보지 못한 피에르의 총탄에 죽은 것은 나폴레옹의 아래서 싸우던 그의 외고조부였다. 그가 죽자 아네트에게 돌아오던 피에르의 존재는 사라지고 아네트는 피에르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나의 조상을 죽이면 나의 존재는 사라지지만 그렇다면 사라진 내가 어떻게 조상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이러한 할아버지 패러독스를 처음 다룬 작품이 바로 이 소설 경솔한 여행자다.

 옮긴이가 말한 평행우주이론이 이 작품에서 다루는 것과 비슷하다가보다는 이 할아버지패러독스의 해답이 될 수 있는 방법중 하나가 아닐까한다.

일단 노엘리트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매우 재밌었던건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물질 노엘리트가 과거나 미래뿐만 아니라 현재를 유지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설정이다. 현재를 유지하니까 늙거나 부패하지않는다. 또한 일부만 현재를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문제의 해답도 있다.

또하나는 미래사회에 대한 부분이다. 작가가 그린 미래세계는 개인의 개성과 감정은 사라진 채 몇몇의 정신적인 조종아래서 각 개인이 전체적인 유기체의 일부분처럼 활동하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한 소제목도 곤충학 여행으로 붙여서 마치 곤충들이 각자의 일을 하듯이 돌아가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것은 현대사회가 각종 직업으로 분업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같지만 훨씬 원초적으로 인간의 모습까지 필요에 의해 목적에 따라 바뀌는 것으로 그려놓았다.

이 소설에서는 설령 과거에 돌아가 중요한 역사적 인물을 제거한다고 해도 큰 역사의 흐름은 바뀌지 않는다는 설정을 해놓았다. 그것은 피에르가 과거에서 실수를 한 덕에 사라진 건축가가 만든 건물이 여전히 미래에 남아있는데서 알 수 있는데 즉 히틀러를 죽여도 다른 누군가가 나치를 만들고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일으킨다는 말이다. 소설 속의 피에르는 이것을 좀 더 확실히 증명해보이려다가 자신의 존재를 사라지게 만든 셈이다. 

이 소설은 한편으로 시대상을 볼 수 있게도 해준다. 아네트의 유모 필로멘은 자신이 되살아난 것이나 노엘이 되살아난 것을 악마의 저주라고 생각하고 노엘조차도 결국에는 신의 의지를 거스르지 않으려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도 죽음을 선택한다. 그 시대의 한계 또는 종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내가 생각하는 단점은 노엘리트의 설정에 대한 것인데 소설의 중반이후 이 물질은 묻혀서 사용하는 것으로 사용법이 굳어지는 느낌인데 초반에는 알약형태로 만들어서 시간단위까지 정확하게 움직이게 해준다. 물론 초반의 진행을 위해서는 이런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겠지만 만약 이동정도가 노엘리트의 양으로 정해진다면 10만년을 여행하는데 노엘리트의 양은 충분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경솔한 여행자는 시간여행을 통한 미래의 여행, 과거에 미치는 영향, 마지막에 할아버지 패러독스까지 작가의 흥미로운 설정들을 느낄 수 있는 SF소설이었다.


<이 서평은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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