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라는 말에 할머니가 슬쩍 얼굴을 붉힌다. 자, 찍을게요. 말하자 화면 가득 환한 미소가 번진다. 셔터를 누르기 직전 앵글 속 할머니가 조금씩 변해간다. 까맣게 핀 검버섯과 굵고 선명한 주름이 사라진다. 움푹 파인 회색 눈이 커지더니, 또렷하게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가 된다. 푸석하고 짧은 곱슬머리가 풀어져 귀밑에서 찰랑거린다. 바람에 까만 비단이 흔들리듯 흑단 머리카락이 남실거린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75세 최옥분씨가 아니다. 두 볼이 통통하고 발갛게 달아오른 열다섯 옥분이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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