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두 손으로 조심히 머그잔을 쥐고는 한 모금 또 한 모금 커피를 마신다. 아니, 음미한다. 우유 거품처럼 부드러운 미소가 주름진 입가에 번진다. 할머니가 잔을 내려놓고는 카페 곳곳에 시선을 둔다. 딱히 별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그런데 할머니의 환한 얼굴이, 그 안온한 미소가 보이지 않는 파도가 되어 가슴 깊숙한 곳까지 밀려든다. 할머니는 지금 카페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나는 유리 너머에 있는 할머니를 바라보다 카페로 다가간다. -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