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피해자들 각각의 몸이 바벨탑이었을지 모르나 어느새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바벨탑이 된다. 말이라는 군도에 붙어 기식하던 땅덩이들이 갈라지더니 흙덩이와 돌덩이로 세분되고 세절되어 풍랑에 흩어진다. 명쾌한 의미 전달을 빌미삼아 말로 선을 넘던 자들은 이제 선이 없는 존재들이 된다. 세상은 말을 잃은 자들과 아직 말을 잃지 않은 자들 두 부류로 나뉘는데 아직 말을 잃지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제대로 된 말을 구사하고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만큼 말의 체계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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