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의 하나됨을 강조한 동양적 사상전통과는 달리 서양을 지배해 온 관념은 플라톤이든 아니든 간에 상관 없이 우리의 감관계가 이를 수 없는 이상적 세계를 상정하며 그 세계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서 신을 이야기해 왔다. 이러한 초월적이고도 절대적인 존재의 성립자체가 불가능 했던 동양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시각에서 바라본 신의 존재는 어불성설에서부터 신비의 구극까지 그 평가와 도입이 다양하다. 따라서 모호하고 파악불가능한 신에 대한 논설이 이렇게 한국어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지난하고도 혼란스러웠던 우리의 현대사가 긍정적이고 온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가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무신론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았고 또 그러한 환경에서 종교적 사유를 진행했기에 어떤 면에서는 더 동양적이고 또 한국어에 적합한 사고가 진행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양 철학사나 기독교적 신앙에 어느 정도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담고 있는 논의가 서구 사상이 이야기하는 신의 이야기를 보다 더 서양적 사고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학과 우주론으로부터 시작한 신존재에 대한 담론이 핵전쟁이란 극히 현시대에 입각한 문제에까지 다루고 있는 걸 보면 이 책이 담고 있는 문제가 학술과 현실문제를 솜씨 있게 잘 다루고 있다고 할 것이다. 기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현대사회의 물질만능과 무신적인 세계관과 연관되어 있다고도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문제들이 세계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서구열강의 오랜 전통적 사고속에 자리한 신의 존재와도 무관할 수 없다고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양차대전을 비롯한 파란의 세기를 뒤로하고 저술된 신존재의 문제에 천착해 보는 것이 어떨까? 사실 이미 등을 돌린 신의 문제가 우리 앞에 다른 몹으로 나타난 것이 현대사회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 깊어 가는 겨울 신과 세계와 인간의 문제를 이리 조리 맞춰가며, 책의 앞뒷장을 오가는 재미가 그리 소소하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