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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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잠깐 연예인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성격상, 오래 누군가를 좋아하지 못해서, 아주 잠시간-그래도 한 주에서 한 달 가량은 좋아한다-덕질을 해본 적이 있다.

팬 카페에 가입하고, 팬 미팅을 가보기도 하고, 영화와 드라마, 출연작들을 다 찾아보는 것은 물론.

그 짧은 시간동안, 글쎄, 어떤 기분이었을까. <최애, 타오르다>의 주인공인 야마시타 아카리처럼, 아, 그냥 같은 세상에 있지만 그렇게 멀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지도 모르겠다.

내가 중고등학생 때도, 아이돌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참 많았다. 초등학생 때도, 좋아하는 아이돌이 같은 아이들끼리 모여다녔고, 그 아이돌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일희일비하곤 했다.

사실, 나 이전의 세대, 그러니까 엄마 세대도 비슷했다. 응답하라 시리즈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을, 우리는 아주 오래도록 아이돌 문화, 최애 문화에 빠져있었던거다.

이게 이제야 이슈가 되고, 이렇게 글로 나오는 것은, 아무도 '최애 문화'를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아이돌이 밥 먹여주니?"라는 말부터 그 뒤에 이어질 많은 잔소리들까지.

<최애, 타오르다>가 이만큼 유명해진 건, 거의 모두가 겪어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일거다. 아주 현실성있고,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마사키를 덕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으니까.

내가 덕질의 무용함을 깨달은 것은, 팬미팅 때였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있는 연예인과 얼굴도 보이지 않을 사람들 속의 하나인 나. 그리 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거리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아카리의 감정 변화에 더 공감이 되었다. 엄청나게 애정을 쏟아부어도, 아카리는 그를 다알수 없으니까.

아주 새롭고 공감가는 책이었다.

책을 펼치고, 읽었을 뿐인데 여운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리고 서평은 두서가 없어졌군.

아무튼.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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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의 자리
정해연 지음 / 엘릭시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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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어드는 책은 역시, 추리, 혹은 스릴러소설이다.

먼저, 추천여부를 이야기 하면... 반 정도?

몰입도는 엄청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후루룩 읽었으니까.

하지만, 뭔가, 추리하는 재미는 없다. 그건 또 스릴러의 묘미이긴 하지만.

스릴러 소설에 가깝다. 사건이 벌어지고, 시선을 따라 새로운 사실들을 파헤치는.

모든 정보를 내려놓고 추측하는 재미를 원한다면 백하시길.

여하튼.

채다현의 실종 사건 이야기, 라고 요약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현의 실종 이후의 이야기, 숨은 이야기, 그리고 끝자락에 나오는 범인의 심리가 아주 독특하고 현실적이었다.

사건의 흐름과 장면 묘사도 생생해, 영화를 한편 보는 것만 같았고...

오랜만에 후루룩 읽기 좋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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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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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짧게 이야기하면, 책 속에 언급되어있듯, '흙수저 3인방의 코인탑승기'이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은상, 다해, 지송은 은상의 제안에 이더리움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담은 소설인데, 나는 참 다해같은 사람이다.

나의 달은 애초에 멀리 있지 않다. 소설 서두의 지송이 같아서, 아주 시간을 꼼꼼하게 쓰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는 돈만이 가치 있다고 믿는다. 내 가치가 높으면 시간당 큰 돈을 벌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벌지 못한다고. 그저 그런 답답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돈에 크게 욕심이 없기도 하고,-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생각으로 살아왔으니, 돈을 불릴 생각은 잘 안하기도 한다.

중학생 때, 주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차트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멋있어보여서 였을 뿐, 돈을 불리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통장 개설에는 부모님 동의가 필요했고, 나는 부모님을 설득할 요령이 없었기에 당연히 거절 당하고 그대로 자랐다.

작년 3월. 주식의 대폭락장이 왔고, 지인이 말했다. 자기는 지금 매수를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서 바로 통장 개설을 했다. 잃어도 되는 용돈 조금을 넣어 사고 싶은 걸 하나 정도 샀다. 몇 푼 안되는 돈이고, 잃어도 그만 얻어도 그만이었다. 지금은 약간 후회중이지만.

처음에는 소설 속 은상이와 다해처럼 하루에 한 두번은 계좌를 들여다 봤다. 자꾸만 올라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붉은 색을 띄는 것이 뿌듯했다. 간간히 기사를 찾아봤지만, 그건 '이래서 올랐다'는 근거일뿐, 내가 할 수 있는 분석은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을 찾아보고선, 나는 다시 깨달았다.

나는 그저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멋있어서' 따라하는 것일뿐이라는 것을.

나의 달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그게 그저 달이다. 아마도, 내가 소설 속 인물이었다면 은상이 코인을 하는 모습이 멋있어보여서 따라했을 거다. 그리고 한참 후에, 통장에 넣어두고 만족해하겠지.

여전히 주식을 하지만, 여전히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조각들이다. 달은 아주 멀리 있고, 결국 닿기 위해서 쓰기엔 주식과 코인은, 나와 잘 맞지 않는다. 나는 아주 게으르고, 정보를 좋아하지만 정보에 빠르지는 않으니까.

다만 나의 달은 이름에 있다. 하나 둘 새겨지는 이름이 내가 달까지 쌓는 모래포대다.

소설 속 이야기는 다들 알다시피, 소수의 이야기다. 모험심과 분석, 적절한 대응과 인내가 필요한 소수들에게 가능할 이야기. 나는 그래서 내 이름을 쌓는다.

얼마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쌓여 나의 달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나는 옳다 그르다고 말하는 것보다, 현실 상황을 알려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는 데 이 책은 딱 그랬다. 상황을 보여주는 글.

생생해서 너무 좋다. 또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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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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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본래 정유정 작가의 팬인지라,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결제를 했다. 예약 결제를 해두고 책이 집에 오기만을 기다렸다. 책이 집에 온 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종일 꽂아두었고, 그리하여 책이 내게 온 지 며칠이 지나고서야 결국 한 장씩 읽히게 되었다.

책의 제목에서 유추한 것이 참 많았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을 보았으니 <완전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악당이 나오겠지. 그 희생양은 잘 모르겠지만, 종의 기원처럼 안쓰러운 인물이 나오겠지.

아주 생각한 흐름대로 흘러간 것은 아니지만, 예상할 수 있는 정도였다. - 나름 나는 추리, 스릴러 소설 마니아니까.- 그리고 예상할 수 있음에도 재밌어서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라는 문장처럼,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하고, 꼭 행복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 그게 삶의 이유라고.

글쎄. 내 주변은 벌써 다양한 이유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우리는 행복해야할까.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너는 행복하니. 나는 답했다. 너와 함께 놀고 있으니, 나는 행복하지. 다시 친구가 물었다. 이 행복은 그럼 나와 헤어지면 끝나는 것 아니니. 나는 다시 답했다. 지금의 기억을 다시 꺼낼 수 있으니, 꺼내는 순간마다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반문했다. 너는 행복하지 않느냐고. 친구는 답이 없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실제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기쁘다는 감정이, 즐겁다는 감정이 행복함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함은,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음이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순간. 어떤 이는,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을, 어떤 이는 웃음이 나오는 순간을, 사랑하는 이와 있는 순간을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러기 잘했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행복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나는 항상, 그건 아니지만, 하고 답한다.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이라는 것은, 마약과도 같아서 중독적이다. 어느 순간 점점 더 많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조금씩 늘어나면, 나에게 바라는 것이 조금씩 늘어나고 지난 번과 동일한 선택에서는 큰 행복을 느낄 수는 없다.

나도, 한동안은 그 중독적인 향에 빠져, 허우적거린 적이 있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내 행복의 기준은 무얼해도 새로운 행복을 맛보기 힘들게 만들었고, 주변의 웃음들을 보고 들으며 점점 더 바닥으로 치닫았다.

그냥 그러다 알았다.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고. 행복하지 않으려 내버려둠으로써 편안함을 찾았다. 그리고 주변의 작은 것들, 그것들 역시 행복이었음을 알았다. 지금의, 나만의 정의도 생겼고.

글 속의 유나는, 이상적인 행복의 기준을 세워두고 그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려는 인물이었다. 번듯한 가족, 직장, 혈연, 건강, 화목. 나는 유나가 지독히 안쓰러웠다. 어떻게든 행복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스스로 곁에 놓인 작은 행복들을 놓쳐버리고, 기준을 맞추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모습이, 어리숙해보이기도 했다.

유나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도 행복하려면, 이라는 가정 앞에서 다양한 물리적 조건을 내놓으니까. 중산층, 몇 평형대 아파트.

그리고 그걸 위해 발벗고 뛰는 무수한 사람들도 존재하니까.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완전한 행복은 존재할까. 나는 행복할까. 나는 행복해야할까. 내 기준은 행복에 부합하는가. 정의에 오류는 없는가.

한참을 생각한 후에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나는 행복하지 않고,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지 않아도 되고, 행복해도 된다.

그냥, 그걸 알고 있으면 된다. 나는 그걸로 됐다.

오랜만에 집어든 책이 정유정 작가의 신작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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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문학동네 청소년 53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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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잘 읽지 않는데다, 과학을 녹여쓴 글이라 어려워서 접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웬걸, 책장에 꽂힌 책들의 삼분의 일은 SF소설이다. 어렵게 생각했던 것들이 이미 나에게 선택되어 읽히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역시 비슷한 과정을 따라 나의 책상 위에 놓이게 되었다.

세상이 멸망하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 자리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이렇게 한 줄로 요약하고 싶다. 리아도, 세은도, 싱 국장도, 제롬도, 단도, 리우도, 루카도. 그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낸 이야기.

제네시스에서는 밖에 소중한 사람들이 없는 아이들을 데려와 달에 메세지를 새기고, 지구로 날아드는 소행성을 부수는 일을 하도록 한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만들고 지킨다.

우리에게 남은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진부한 질문을 던지자. 울 것이고, 화도 낼 것이고, 가슴이 답답할 지도 모른다. 믿기지 않고, 그저 인터넷의 거짓 뉴스라며 웃어넘길지도 모르겠지. 중요한 사실은, 나도 우리도 모두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속 아이들과 같은 선택을 하리라는 것이다.

SF소설이 사랑받는 이유를 생각했다. 우리가 사는, 멀지 않은 미래에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가능성 있는 미래를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떠올릴 수 있기에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미래는 멀지만, 죽음은 가까이에 있고, 우리는 죽음을 이렇게라도 떠올리지 않으면 그 존재의 소중함을 놓치기 쉬우니까.

소설 속 그들이 사랑한 지구는 끝내 다시 살아나게 될까.

아주 먼 이야기 같지만, 지금의 우리 주변 상황을 보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인것같기도 하다. 다른 형태로 변주되어 결국엔 다가올 미래. 우리는 글 속에서 미래를 대비하고, 슬퍼하고, 위안받으려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세계에서, 소설 속의 일이 펼쳐진다면 나는 아마도 회사에 나가고, 농담삼아 웃을 것같다. 아주 과거부터 걱정은 해왔지만, 나 혼자만으로 되지 않는 다는 사실에 체념하며.

#궤도의밖에서나의룸메이트에게 #문학동네 #전삼혜 #북클럽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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