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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평점 :
행복이란.
본래 정유정 작가의 팬인지라, 신간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결제를 했다. 예약 결제를 해두고 책이 집에 오기만을 기다렸다. 책이 집에 온 후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종일 꽂아두었고, 그리하여 책이 내게 온 지 며칠이 지나고서야 결국 한 장씩 읽히게 되었다.
책의 제목에서 유추한 것이 참 많았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등을 보았으니 <완전한 행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악당이 나오겠지. 그 희생양은 잘 모르겠지만, 종의 기원처럼 안쓰러운 인물이 나오겠지.
아주 생각한 흐름대로 흘러간 것은 아니지만, 예상할 수 있는 정도였다. - 나름 나는 추리, 스릴러 소설 마니아니까.- 그리고 예상할 수 있음에도 재밌어서 즐겁게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작가의 말에 나온 것처럼,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라는 문장처럼, 우리는 행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하고, 꼭 행복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 그게 삶의 이유라고.
글쎄. 내 주변은 벌써 다양한 이유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많다. 우리는 행복해야할까.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너는 행복하니. 나는 답했다. 너와 함께 놀고 있으니, 나는 행복하지. 다시 친구가 물었다. 이 행복은 그럼 나와 헤어지면 끝나는 것 아니니. 나는 다시 답했다. 지금의 기억을 다시 꺼낼 수 있으니, 꺼내는 순간마다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반문했다. 너는 행복하지 않느냐고. 친구는 답이 없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실제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기쁘다는 감정이, 즐겁다는 감정이 행복함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행복함은,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음이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순간. 어떤 이는, 맛있는 것을 먹는 순간을, 어떤 이는 웃음이 나오는 순간을, 사랑하는 이와 있는 순간을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러기 잘했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꼭 행복해야 할까? 라는 질문에 나는 항상, 그건 아니지만, 하고 답한다.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이라는 것은, 마약과도 같아서 중독적이다. 어느 순간 점점 더 많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 하고 싶은 일이 조금씩 늘어나면, 나에게 바라는 것이 조금씩 늘어나고 지난 번과 동일한 선택에서는 큰 행복을 느낄 수는 없다.
나도, 한동안은 그 중독적인 향에 빠져, 허우적거린 적이 있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내 행복의 기준은 무얼해도 새로운 행복을 맛보기 힘들게 만들었고, 주변의 웃음들을 보고 들으며 점점 더 바닥으로 치닫았다.
그냥 그러다 알았다.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고. 행복하지 않으려 내버려둠으로써 편안함을 찾았다. 그리고 주변의 작은 것들, 그것들 역시 행복이었음을 알았다. 지금의, 나만의 정의도 생겼고.
글 속의 유나는, 이상적인 행복의 기준을 세워두고 그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려는 인물이었다. 번듯한 가족, 직장, 혈연, 건강, 화목. 나는 유나가 지독히 안쓰러웠다. 어떻게든 행복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스스로 곁에 놓인 작은 행복들을 놓쳐버리고, 기준을 맞추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모습이, 어리숙해보이기도 했다.
유나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도 행복하려면, 이라는 가정 앞에서 다양한 물리적 조건을 내놓으니까. 중산층, 몇 평형대 아파트.
그리고 그걸 위해 발벗고 뛰는 무수한 사람들도 존재하니까.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완전한 행복은 존재할까. 나는 행복할까. 나는 행복해야할까. 내 기준은 행복에 부합하는가. 정의에 오류는 없는가.
한참을 생각한 후에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나는 행복하지 않고,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지 않아도 되고, 행복해도 된다.
그냥, 그걸 알고 있으면 된다. 나는 그걸로 됐다.
오랜만에 집어든 책이 정유정 작가의 신작이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