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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평점 :
아주 짧게 이야기하면, 책 속에 언급되어있듯, '흙수저 3인방의 코인탑승기'이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은상, 다해, 지송은 은상의 제안에 이더리움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벌어지는 우여곡절을 담은 소설인데, 나는 참 다해같은 사람이다.
나의 달은 애초에 멀리 있지 않다. 소설 서두의 지송이 같아서, 아주 시간을 꼼꼼하게 쓰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받는 돈만이 가치 있다고 믿는다. 내 가치가 높으면 시간당 큰 돈을 벌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벌지 못한다고. 그저 그런 답답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돈에 크게 욕심이 없기도 하고,-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생각으로 살아왔으니, 돈을 불릴 생각은 잘 안하기도 한다.
중학생 때, 주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차트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멋있어보여서 였을 뿐, 돈을 불리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통장 개설에는 부모님 동의가 필요했고, 나는 부모님을 설득할 요령이 없었기에 당연히 거절 당하고 그대로 자랐다.
작년 3월. 주식의 대폭락장이 왔고, 지인이 말했다. 자기는 지금 매수를 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서 바로 통장 개설을 했다. 잃어도 되는 용돈 조금을 넣어 사고 싶은 걸 하나 정도 샀다. 몇 푼 안되는 돈이고, 잃어도 그만 얻어도 그만이었다. 지금은 약간 후회중이지만.
처음에는 소설 속 은상이와 다해처럼 하루에 한 두번은 계좌를 들여다 봤다. 자꾸만 올라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붉은 색을 띄는 것이 뿌듯했다. 간간히 기사를 찾아봤지만, 그건 '이래서 올랐다'는 근거일뿐, 내가 할 수 있는 분석은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을 찾아보고선, 나는 다시 깨달았다.
나는 그저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 '멋있어서' 따라하는 것일뿐이라는 것을.
나의 달은 멀리 있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그게 그저 달이다. 아마도, 내가 소설 속 인물이었다면 은상이 코인을 하는 모습이 멋있어보여서 따라했을 거다. 그리고 한참 후에, 통장에 넣어두고 만족해하겠지.
여전히 주식을 하지만, 여전히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조각들이다. 달은 아주 멀리 있고, 결국 닿기 위해서 쓰기엔 주식과 코인은, 나와 잘 맞지 않는다. 나는 아주 게으르고, 정보를 좋아하지만 정보에 빠르지는 않으니까.
다만 나의 달은 이름에 있다. 하나 둘 새겨지는 이름이 내가 달까지 쌓는 모래포대다.
소설 속 이야기는 다들 알다시피, 소수의 이야기다. 모험심과 분석, 적절한 대응과 인내가 필요한 소수들에게 가능할 이야기. 나는 그래서 내 이름을 쌓는다.
얼마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쌓여 나의 달에 도달하기를 바라며.
나는 옳다 그르다고 말하는 것보다, 현실 상황을 알려주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하는 데 이 책은 딱 그랬다. 상황을 보여주는 글.
생생해서 너무 좋다. 또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