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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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 책을 읽을 예정인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150페이지가 조금 못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분량의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책을 잡은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멈추지 말기를. 여러 날에 걸쳐 나눠읽지 말기를. 왜냐하면 읽는 즉시 떡볶이를 먹고 싶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충동을 누르기가 생각보다 몹시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정작 나는 이 책을 한 번에 읽어버리지 못했다. ‘이건 분명 매혹적인 책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요조를 너무 좋아할 뿐 아니라 그녀의 글에 반해서 쉽게 빨리 읽어버릴 수 없었다. 떡볶이를 눈으로 먹듯이 찬찬히 글을 맛보듯 읽었다. 야곰야곰 아껴가며 읽느라 며칠이 걸렸다. 떡볶이를 먹는 식당의 분위기, 떡볶이를 먹는 그 순간과 느낌을 어쩜 이렇게 신선하고 맛깔스럽게 표현하는지. 맛 표현의 달인하면 ‘이영자’가 대표적인 것처럼 앞으로 떡볶이를 볼 때마다 ‘요조’가 생각날 것 같다. 읽을 때마다 당장 떡볶이를 먹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힘들었다. 물론 한 두 번은 책읽기를 멈추고 떡볶이를 먹었다. 그러면서 떡볶이를 쩝쩝대고 먹으며 이 책을 계속계속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이런 나의 반응은 그녀가 매우 바라는 바. 책의 마지막 문장에서 “아마도 나에게 있어 이 책이 최고의 리뷰는 이 책을 읽고 난 당신의 바로 다음 끼니가 떡볶이가 되는 일일 것이다.”라고 그녀가 밝혔기 때문이다.

떡볶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먹는 좋은 간식으로 이만한 게 없다. '떡볶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발음하는 순간 이미 머릿속은 파블로프의 조건 반사처럼 매혹적인 빨간 양념을 입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한 접시의 떡볶이를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 아닐까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침이 고인다.

학교 앞 분식점에서 파는 떡볶이부터 근사한 식당에서 갖은 재료를 넣어 즉석에서 만들어먹는 고급 떡볶이까지 다양하다. 혼자 먹어도 맛있고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고 떡맥도 어울리는 이 대단한 요리를 어쩌면 좋은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흔하다면 흔하고 가볍다면 가벼울 떡볶이라는 소재를 그녀만의 다정하고 소곤대는 느낌으로 잘 풀어놓은 책 <아무튼 떡볶이>를 읽었다. 싱어송 라이터답게 글을 잘 쓴다. 그러나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떡볶이라는 음식의 맛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그녀 인생의 어느 시기나 어느 장소마다 떡볶이를 먹게 되는 그 사연과 함께 먹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져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짐작하건대 ‘혼떡‘도 자주 할 것 같은 그녀는 혼자서 떡볶이를 먹으러 갔을 때는 가게의 사장님과 나눈 이야기나 그 가게의 분위기, 때로는 떡볶이 집의 흥망성쇠를 다루며 안타까워한 사연과 엮어 세심하게 들려준다. 그녀 스스로가 밝힌 대로 ’의미 중독자‘이기 때문에 더욱 진솔하게 느껴진다.

’캐나다 삼촌집‘, ’브라질 떡볶이‘, ’코펜하겐 떡볶이‘같은 낯설고 놀라운 이름의 가게들을 소개한 에피소드들은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장담하건대 그녀가 소개한 떡볶이 집들을 순례하는 사람들이 분명 많아질 것이다. 나 역시 도장깨기 하듯 하나하나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개인적인 바람으로 ’요조와 함께 하는 떡볶이 순례 코스‘라든지 ’요조와 함께 하는 떡볶이 데이트‘같은 이벤트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당장 신청할테다. 그녀와 함께 그녀의 음악이 배경으로 깔린 곳에서 함께 떡볶이를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달콤한 상상을 했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했더니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동을 친다. 내일은 애정하는 우리 동네 떡볶이 맛집에 가야겠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이 책을 읽은 나의 다음 끼는 떡볶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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