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행.

이제 떠나야겠어 ㅣ 한울림 그림책 컬렉션
샤를로트 벨리에르 지음, 이안 드 아스 그림,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4년 2월

초록빛 강물 위에 뗏목을 타고 있는 생쥐가 그려진 표지가 인상적이다.

제목은 <이제 떠나야겠어>로 다소 비장하고 적극적으로 느껴지는데 주인공으로 보이는 생쥐의 표정이나 몸짓은 위태로워 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왜 떠나야 하는걸까 궁금해진다.

내용이 결코 가볍지 않다.

똇목을 타고 강을 건너가는 것은 인생에 대한 태도와도 비슷하다.

'장대를 단단히 쥐고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잘 잡고'

그래서 배가 뒤집어지지 않도록 아주 조심해야 한다.

생쥐는 강을 건너다가 만난 다람쥐가 어디로 가는지 묻자 "세상을 발견하고 나만의 공간을 찾고 싶었어." 라고 말한다. 자기가 살았던 곳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되고 싶은게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만나는 동물마다 이것을 반복한다. 질문은 점점 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쥐는 더 깊이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대화를 나누다가 자기에게는더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 같거나 상대방에게 유용해보이는 물건을 기꺼이 나눠준다.

강을 건너다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폭풍우로 고생하기도 하는데

아주 작고 연약해보이는 거미가 거미줄로 돛을 고정시켜주어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직접 만나서 겪어보지 않고 상대를 판단하면 안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부분이었다.

생쥐는 힘든 여행을 하지만 길에서 강에서 뜻밖의 곳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나누고 헤어지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지만 각각의 만남은 모두 추억이 되고 소중하게 마음에 새기려고 한다.

생쥐가 떠나온 이유는 보금자리가 불에 타버려서 더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드러나는데 안타까웠다. 난민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살 곳을 잃은 존재들을 대변하는 생쥐로 느껴지기도 했다.

생쥐는 가진 것을 거의 다 나눠주고 점점 홀가분해진다. 다들 자기에게 무언가를 찾으러 떠났다고 하는데 정작 자신은 무얼 찾으러 왔는지, 아는 게 없어서 계속 고민한다.

살다보면 타인과 만나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다른 이들이 해준 말을 통해서 스스로를 알아가게 될 때가 있다.

결국 '나는 나' 인것을 깨달을 테지만 그 단순한 진리에 닿기 위해 겪는 모든 과정과 만남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삶은 순간의 합이고 나는 그냥 내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발적이든 어쩔 수 없이든 나를 찾는 여행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되기를 응원하며 읽게 되는 그림책이다.

#초그신 #초그신서평단 #이제떠나야겠어 #샤를로트 벨리에르 #한울림어린이

방 꾸미기를 통해 나 자신을 더 알아보기

무지개빌라 101호 효미의 방 ㅣ 취미에 진심 1
신지명 지음, 강혜영 그림 / 안녕로빈 / 2023년 11월

<무지개빌라 101호 효미의 방>

새로운 형식의 동화다.

'취미에 진심'이라는 표시가 눈에 들어오는데 읽어보니 왜 그렇게 표시했는지 알 것 같다.

취미에 관한 내용을 스토리로 잘 연결해서 풀어낸 동화다. 

여학생들의 취향을 저격할 거 같은데 방 꾸미기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남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책이다. 복잡하고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 살다가 한적한 동네의 무지개빌라로 이사오게 된 6학년 효미가 주인공이다.

효미는 이사온 김에 이전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기방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번 기회에 자신이 원하는대로 꾸미고 싶어한다. 그러나 효미 엄마는 엄마대로 꾸미려고 생각해둔 스타일이 확고하다. 둘은 사사건건 의견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과 취향을 알아가고 인테리어 스타일에 대한 정보와 소품꾸미기 등 실속있는 정보들이 제공되어 지루하지 않다. 

 일러스트와 방의 구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집꾸미기와 식물 등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내 취향과도 너무 맞아서 술술 읽혔다. 고학년 아이들에게도 참 도움이 될 것 같은 깨알 정보가 많다.

 이사 온 곳에서 효미가 같은 빌라 친구들, 동네, 주변 사람들과 서서히 익숙해져가는 전개도 나쁘지 않고 방꾸미기 과정을 통해 효미가 자기 자신의 성향과 취향에 대해 알아가는 모습도 공감이 된다. 중간중간 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은 잡지의 일부분 같기도 해서 다양한 인테리어 상식과 방정리팁 등을 얻을 수 있다.

 딸과 엄마가 같이 읽고 취향과 덕질, 쇼핑, 소품꾸미기 등으로 이야기 나눌 게 많은 책인 것 같다. 이런 형식의 실생활에 진짜 도움이 되는 동화가 신선하다. 억지스럽게 쓴 기획 동화 느낌이 별로 없다. 분량도 많지 않고 계절별, 월별로 구분된 챕터를 읽으며 효미의 일 년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심쿵한 로맨스는 덤이다. 

평소 알고 있던 인테리어 정보도는다시 한 번 살피고 몰랐던 내용들은 꼼꼼히 살피면서 보게 되었다.

#무지개빌라101호효미의방 #신지명지음 #강혜영그림 #안녕로빈 #동화책

복주머니 요정을 만나봐요~

복주머니 요정 - 설날 그림책
안영은 지음, 보람 그림 / 키즈엠 / 2024년 2월

그림책은 주제별, 시기나 명절별로 활용하기 좋아서 수업에 많이 활용하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세시풍속이나 전통에 대한 내용이 담긴 그림책은 함께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설명도 해줄 수 있고

그에 관해 경험도 나누기 좋고 할 말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해가 다가오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주고 받는다.

서로의 복을 빌어주는 아름다운 문화가 참 좋다.

그런데 새해 복은 누가 전해주는 것일까.

크리스마스 선물은 산타가 주는데 새해 복도 전해주는 존재가 있는걸까.

그런 생각으로 복주머니 요정을 만들어내고 이 그림책을 쓴 건 아닐까 생각하며 읽었다.

건강과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를 빌어주는 우리의 설문화.

그림책에서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궁금해하면서 읽은 책 <복주머니 요정>은 제목에서부터 설에 읽어야 할, 설날과 관련 있는 책이라는게 드러난다.

귀엽고 발랄해보이는 아이가 색동저고리 한복을 입고 아주 커다란 복주머니를 이고 있는 그림의 표지가 새해 느낌을 물씬 풍긴다.

새해에 다섯 가지 복을 찾아 복주머니에 담아야 하는 요정이 등장한다.

첫 복고개를 넘는데 호랑이를 만난다.

전래 동화에 단골 등장 손님인 호랑이.

그런데 모냥 빠지게 극심한 변비에 걸려 누렇게 뜬 호랑이라 막힌 속이 해결되길 원한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요정이 하는 행동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직시하고 살펴보는 게 제일 정확하지.

의사처럼 잘 해결해내는 그녀의 용감한 행동에 복을 받을 거라고 말해주는 호랑이.

그녀는 <용기>복을 얻는다.

이렇게 다섯 개의 복고개를 넘으며 만나는 대왕 문어, 싸우는 사자, 파란 머리 할머니의 곤란한 일을 해결해주고

지혜, 우정, 선행의 복을 받게 된다. 네 가지 복은 모았는데 나머지 하나는 뭘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 아닐까.

그리고 다섯 번째 복인 너무나 중요한 건강복까지 받게 되는 요정은 할 일을 다 해냈다.

올해는 청룡의 해!

그걸 모를리 없는 작가는 푸른 용을 등장시키는 것도 놓치지 않는다.

복주머니는 그득 찼고 모양까지 아름다워졌는데 요정은 그 복주머니를 어떻게 했을까.

아이와 함께 읽으며 우리의 덕담 문화와 복에 대한 이야기, 새해 소망 등을 이야기하면서 두런두런 나눌 말이 많을 것 같다. 새해에 복 많이 받기를 바라며 읽으면 좋을 그림책 <복주머니 요정>

#초그신서평단 #복주머니요정 #안영은 #키즈엠 #설날 #복주머니

나에게 해주는 멋진 말

나에게 해 주는 멋진 말 ㅣ 스콜라 창작 그림책 74
수전 베르데 지음, 피터 H. 레이놀즈 그림, 김여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점>, <느끼는 대로>란 그림책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 피터 H.레이놀즈의 신간입니다.

그는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데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걸 어려워하는걸 보고 미술 교육을 시작했다고 해요. 그래서 창의성과 자기표현력을 중시한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에서 그런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놀라운 사실은그가 7학년 때 ADHD 특징을 많이 보여 집중을 잘 하지 못했는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자신의 장점을 발현하게 되었다고 해요.

<나에게 해주는 멋진 말>도 어찌 보면 자전적인 요소가 들어있는 것 같네요.

우리는 자주 위로가 필요해요.

이 책은 위로와 격려,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책이에요.

뭔가 잘하지 못하고 못나게 느껴질 때, 부정적인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한없이 한심하게 느끼죠.

그런 말들이 우리를 휘두를 때 흔들리지 않고 가만히 멈출줄 알아야 해요.

부정적인 말들이 나를 옭아매지 않도록

나를 탓하고 자꾸 움츠러들지 않도록

자신에게 스스로 용기를 주고 격려해주는 말을 해줄 필요가 있어요.

누구나 걱정이 있고 친구나 가까운 이들에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누구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만큼 실수하기도 해요.

우리 안에서 부정적이고 포기하고 싶은 나와 잘하고 싶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애쓰는 내가 자주 충돌하지요.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고 싶나요?

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나로 충분해.

실수하면서 배우면 돼.

조금 느려도 괜찮아.

노력하는 내가 자랑스러워.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해.

여러분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멋진 말을 스스로가 먼저 말해주세요.

언제 어디서든 나를 사랑하고 내 존재를 긍정하는 말을 해주세요.

그러다보면 어느샌가 단단하고 중심잡힌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을거에요.

충분히 자신감있고 사랑넘치는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도 그런 긍정의 에너지를 나눠주고

멋진 말을 해주게 될거에요.

잊지 마세요.!

지내다보면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힘들고

그래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도 있고 소심해지기도 하겠지만

그럴때도 자신을 믿어주세요.

그리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 자신에게 멋진 말을 해주는 것을 더 열심히 하세요.

나는 나 자체로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니까요.

#초그신 #초그신서평단 #나에게해주는멋진말 #위즈덤하우스 #피터H레이놀즈 #김여진옮김

따듯한 이야기

지우랑 헤어랑 ㅣ 우주나무 그림책 20
안단테 지음, 윤소진 그림 / 우주나무 / 2023년 10월

여자와 개가 서로 다정한 눈길로 마주보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유기견에 대한 이야기로 어느 날, 몹시 건강 상태가 안좋은 개 한마리가 지우씨의 미용실에 오게 된다.

차마 내쫒지 못한 지우씨는 아는 수의사 선생님께 연락해 개의 치료를 돕는다.

가망이 없어보일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던 개는 다행히 건강을 회복하게 되고, 지우씨는 개의 보호자를 찾으려고 애쓴다.

유기견 보호소에 보내지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안락사 당하기 때문에 그것만은 막고자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수의사는 지우씨에게 입양할 것을 권하지만 어렸을 때 키웠던 개를 보낸 이후로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기에 거절한다. 결국은 보호소에 보내지게 되는 개를 보면서 차마 그냥 보낼 수 없었는지 지우씨는 마음을 바꾸고 자신이 입양하겠다고 한다. '헤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적응해가며 마음을 주고받고 의지하며 함께 살아간다.

우연하게 유기견을 만나고 치료해주고 돌보며 마음을 주고 가족이 되어 같이 살아가게 되는 내용이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지만 따듯하고 필요한 이야기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난만큼 유기견도 엄청 늘었다고 한다.

유기견을 3번 임시보호한 경험이 있는데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보면 정말 눈물난다.

동물보호연대에서 일하시고 자비 털어서 아이들 안락사 막아가며 병원 치료 받게 해주시는 분을 보고 진짜 놀라고 감동하고 안쓰러웠다. 살아있는 천사가 아닐까 싶게 그렇게 애쓰시는데 점점 불어나는 병원비과 비용들은 어느순간 감당하기 힘들만큼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부디 추워지는 겨울에 버려지는 유기동물은 없기를,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도 임시보호나 입양가는 아이들이 많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