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빛 하늘 아래
마크 설리번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영화같은 실화이자
실화같은 소설이다

어찌보면 새로운 관점의 전쟁 서적이라고나 할까.

아직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
여전히 ‘전쟁’이라는 현실이 벌어지는 요지경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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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가지 내가 꼭 지키려고 했던 건 있어.

그건 아무리 많은사람이 찬성하는 일이어도, 아무리 겉으로 잘 다듬어져 있어도, 내 생각에 처음부터 끝까지 납득이 가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믿지않겠다는 것이었어. 사람들은 믿는다는 것은 아름답다고 말하지. 하지만 난 믿는다는 것은 어딘가 추하다고 생각해. 나는 당원들이신나게 토론하는 한쪽 구석에서 필사적으로 이것은 아직 내가 다아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 그런 걸 보고 사노는 차갑다고 말했을 거야. 그것도 좋아. - P96

바꾸기 위해 유코와 싸워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나는 물론, 유코의 자살 소식을 들었을 때의 나도, 그리고 유코와의 이야기를 약혼자 세쓰코에게 한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 겨울밤의 나도,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몇 갠가의 생의 풍경이 내 속에 흔적을 남기고 지나가야만 했다.

사람이 무언가를 이해하는 것은 그 이해가 이미 그의 생에 아무의미가 없어졌을 때에야 가능한 걸까 - P123

아니,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얘기할 건 있어.
그렇지만 그걸 조리 있게 얘기하려고 하니 너무 공허하고 빈곤하여 얘기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 - P161

베테랑 학생이 "당이 그런 짓을 하겠냐.
어. 우리는 그럴 때, 그렇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찜찜함을 느꼈던 것 같아. 마음속에서 생기는 반발심을 자신의 소시민성 탓이 아닐까 하고 억누르려고 했지.

따라서 그해 여름, 당에는 과오가 없다는 믿음이 우리 앞에서무너져갔을 때, 우리 속에서 동시에 무너져간 것은 당에 대한 신뢰라기보다 굳이 이성을 억누르면서까지 당을 믿으려고 한 우리의 자아였어.

아니, 자아가 무너졌다고 하는 표현은 너무 우아하네. 역사의법칙성이라든가 사고의 계급성이라든가 하는 언뜻 진실 같은 조잡한 이론보다는, 그런 이름을 빌린 거창한 이론에 위협당해 눈앞에 존재하는 사실을 건전한 이해와 이성으로 판단하기를 포기한 우리에게 자아라는 것이 있기나 했을까. 그때 우리에게 들이밀어진 것은 자아가 부재한다는 것, 우리는 공허함 그 자체라는것이었어. 충격을 받으려 해도 충격을 받을 자아가 소멸해버린거야.


우리는 육전협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하나도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막연한 괴로움에 싸여 그해 여름을 보냈지.
그렇게 여름은 지나갔고 대학을 떠났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돌아왔어. 그와 함께 혼란 속에서 생겨난 다양한 소문도 전해졌지.
차마 들을 수 없는 소문도 있었어. 어느 여성 당원이 동지였던 몇명의 남성 당원에게 불량배한테 당하듯이 겁탈당했다는 소문도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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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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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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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004

"당신을 모르겠어."
그때 야요이는 남편에게 그렇게 말했다.
"왜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남편은 차분하게 그렇게 말했다. - P19

그 여름에 나는 막 열일곱 살이 되었다. 물론 젊었지만, 젊다는것이 유쾌하지는 않았다. 내게는 일곱 살 위인 오빠와 네 살 위인언니가 있었고, 할 가치가 있는 일과 어른이 놀랄 만한 일은 모두그들이 앞서 해버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은 것은 뒤죽박죽비스킷 같은 것들뿐이라고. - P26

자신이 뿌린 씨앗이란 생각은 못하고, 따분한 마음으로 내가 하는 일은 늘 이 모양이라고만 생각했다. - P34

빛났다. 온통 빛의 바다였다. 더구나 그 빛은 쉬지 않고 꿈틀거리며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했다. 조그맣고 무수한 잔물결 하나 하나. 뾰족하고 날카로운 반사 하나 하나. - P38

명백하게 아키히코 씨에게 잘못이 있는데, 그가 오히려 짜증스럽다는 말투로 어떤 말이냐고 묻는 것이 기묘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 P64

돌아본 시호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하고, 사랑이 담뿍 담긴 웃음, 아니 사랑이 온 데로 넘쳐흐를 듯 웃음짓는다. - P75

"우리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없어."
시호가 말했다.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 P89

나는 혼자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 P108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물론 돌아갈 장소를 잃는 것이었다. - P116

지난 1년, 사실은 많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모래를퍼 올리면 우수수 떨어지듯, 그 일들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였던 것처럼 여겨진다. 요즘은, 일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고생각하게 되었다. - P143

시리아, 나라 이름의, 그 너무도 먼 울림에 나는 뭐라 대꾸하면좋을지 순간적으로 당황한다. 모르는 것, 상상할 수 없는 것, 앞으로도 알지 못할 것, 그런 것들은 나를 늘 난감하게 한다. - P146

조심하고 주의하고, 그래봐야 어리석은 짓이다. 당연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었다면 조심 따위 내던지고, 흥분하고 들떠서 영원이니 운명이니 이 세상에 없는 온갖 것을 믿으면서 당장에 동거든 결혼이는 임신이든 해버리는 것이 좋다.
커피를 마시면서, 나는 동생이 모르는 남자를 생각한다.
과거, 빛나는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 P163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나와 동생이 초등학생일 때 돌아가셨다. 어머니를 저세상으로 보내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정말 슬픈 일이었지만, 어머니를 묻고 나자 나는 이제 자유,
란 느낌이 들었다. 자유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고독한 상태를뜻하는 말이다. - P163

그때 내 심장의 일부는 이미 죽었다. 너무나도 외로워 말라비틀어져. - P180

"우하우하란 말이, 왠지, 무서웠어."
상식을 벗어난 말처럼 들렸다. 아빠가 그 말을 하고 나면 목소리는 사라져도 강박적인 명랑함과 쓸쓸함이 공중에 떠다녔던 것처럼. - P193

나이가 한 자릿수였을 때 이미 사람은 무섭다는 것일 알고 있었다. 가령 친부모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속은깊은 어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P196

고 기뻐서, 갑자기 인생이 무서워졌다. 눈 없이 살아왔는데 갑자기 눈을 껴 집어넣어, 선반 위에서 그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먼지투성이 달마상처럼. - P198

사람이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 사랑조차 - 는 것은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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