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출판기획 출판기획 시리즈 4
이홍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속으면서 사는 거고, 그러면서 읽는 거다. 그저 막연함과 막막함에 다 알면서 또 뻔히 그러는 거다. 어떤 비책이 숨어 있거나 해답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거나 읽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거고 답답하다는 거다. 그리고 여지없이 실망이 이어지는 거다. 끊임없이 속고 또 속고 또 속아 주면서 찾고 읽고 먹고 다시 토해내는 거다. 

종종 눈에 쏙 들어오는 날카로운 지적도 있고, 밑줄 치고 외워둘 참신한 아이디어도 있고, 뻔함을 알지만 '현실'이라는 핑계로 무시하고 지나치던 것들을 다시 일깨워주는 부분도 있다. 오랜 경험은 아니지만, 치열하게 열심히 일해 온 어느 출판인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나쁠 게 없다.  

또한 종종.  

분명 이 이는 똑똑하고, 아는 것 많고, 경험한 것 많고, 주워들은 것 많지만, 사유가 깊지는 못하고, 진지함이 부족하다. 유쾌하고 발랄한 비유와는 다른 것이다. 이 이의 글을 읽으면서 '비유'와 '은유'가 쓰기에 따라서 얼마나 천박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글을 쓰는 자, 글을 쓰는 자와 함께 일하는 자는 이 점을 항상 경계해야 할 일이다.  

기껏 하나 달린 리뷰에 이런 말("이자의 글은 착하지 않다")을 쓰면 이 이는 또 어느 곳엔가 "아이고, 두야. 아직도 이런 '믿음'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편집자가 있다니. 내 머리를 쥐어박고 싶었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의 글을 읽으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강한 글, 좋은 글은 기교가 빼어나거나 논리가 정연하거나 선언이 격한 게 아니라, 착한 글이다. 성찰의 흔적이 깊이 묻어나는 글이라는 것이다. 착한 글의 힘. 무엇보다 강하다. 

 

* 난데없이 착한 타령으로 끝났다. 21세기에 그다지 필요 없는 덕목인데... 나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거고... 물론, 착하지 않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읽다가 찢어버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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