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 사용 설명서
전석순 지음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철수 사용 설명서' 제목만으로도 뭔가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중에 진짜 '철수'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어서 그런지 친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 내용보다는 발상자체가 기발해서 보기 읽기 시작했다. 1학년 초등학교 교과서 단골 손님인 거의 대명사가 된 '철수'를 주인공으로 그것을 마치 기계에 대입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책 구성 또한 진짜 우리가 기계를 구입했을 때 있을 법한 내용들로 되어 있다. '주의하기''연애모드''학습모드' 등 그런 소제목 하나하나가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고 있었다.


 이런 재미있는 구성에 비해 내용은 솔직히 조금은 씁쓸하다. 나도 취업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철수'입장에 공감 백배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내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는데(대학 오기 전까지는 오로지 대학만 보면서 살고, 대학에 와서는 그 동안 못논 것 보상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미친듯이 놀다보니 이제 졸업이 코앞인 셈이다.) 취업을 앞두고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나는 이제껏 무얼 하고 살았나?' 하고 자책 모드에 들어가게 된다. '철수'는 세상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추어 자신의 설명서를 작성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설명서 자체가 어쩌면 모순인 셈이다. 아버지가 원하는 철수, 어머니가 원하는 철수, 남자친구로서 원하는 철수, 기업이 원하는 철수 이 철수는 모두 다르다. 그것을 다 충족시키는 철수란 존재하기 힘들다. 실제 화장품만 보더라도 자외선 차단도 되고, 커버력도 좋고, 수분감도 좋고, 유분기는 적은 그런 만능 화장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중에서 한 분야를 특화할 뿐이다. 이 점은 정말 작가가 제대로 현 젊은이들의 잘못된 생각을 콕 찝은 것 같다. 사실 도서관이나 취업을 앞둔 사람들은 자신을 특화시키기 보다는 남들 하는 만큼 기본 스펙은 갖추기 바쁘다. 즉 자신만의 특화를 살리기엔 뭔가 부족한 것이다.


  결국 철수는 자신의 사용설명서를 만드는데 어쩌면 실패를 했다고 본다. 대신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어쩌면 자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잘못이라는 점이다. 이 또한 놀라운 깨달음이었다. 나 또한 남들과 문제를 만들기 싫어서 최대한 남들에게 맞추기 위해서 아둥바둥하고 나를 바꾸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나 어쩌면 그 문제라는게 내 잘못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를 잘못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도 있었던 것이다. 난 왜 이 사실을 이제야 알았을까?

  하루하루가 경쟁의 연속이고, 취업난에 허덕이고, 학자금 대출에 돈에 쪼들리는 청춘들에게 어쩌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난 지금 궁금한 것은 분명 장편소설로 앞에 떡~하니 써있는데, 책 두께는 동화책 수준만큼 얇다는 점이다. 그래도 두께에 비해 내용은 알차다.!! 오랜만에 내 마음에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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