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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안네프랑크 평전
멜리사 뮐러 지음, 박정미 옮김 / 바움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중학교 1학년 때로 기억을 한다.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하게 된 나라가 바로 네덜란드였다. 이 때만 해도 내가 네덜란드어를 전공할 거라고는 조금도 상상할 수 없었다. 그 때는 히딩크도 모를 때라서 네덜란드하면 튤립, 치즈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고모가 여행 가기 전에 안네의 일기라는 책을 꼭 읽으라고 해서 반 강제에 의해 처음 안네를 알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꾸벅꾸벅 졸면서 읽은 탓에 내 기억에 남은 것은 거의 없다. 그저 안네 프랑크 집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과 거기서 산 영어로 된 책이 나에게 남은 전부이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안네'에 관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이제서야 '안네'에 대해 알아야 겠다는 생각에 평전을 읽기 시작했다.
유대인이었던 '안네'. 그녀는 우리에게 일기로 유명하다. 아마 누구나 한번쯤 읽어봤을 법 하다. 하지만 이 일기와 다르게 평전을 통해서 우리는 그녀를 보다 깊게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그녀의 가족관계이다. 단순한 가계도가 아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누구와 더 감정적인 교류를 많이 하고 반감을 가진 지를 알 수 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오토프랑크, 자신의 아버지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따랐다. 성격적으로 정반대였던 어머니와 언니에 비해 자신을 많이 이해해주고 아껴준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포로수용소에서 어머니와 언니와 함께 있기 전까지는 안네는 그들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안네의 일기를 통해서 알 수 없었던 내용이었다.
또한 안네의 일기는 철저히 안네의 시점에서 씌여져 있어서 오토프랑크나 에디트의 생각을 알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평전에서는 그들의 사고방식을 조금은 알 수가 있다. 안네의 부모는 딸들이 최대한 일상생활의 리듬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세심한 중에 하나가 뒤채(Achterhuis)에서 은신할 때도 안네를 위해 그녀가 좋아했던 배우 사진을 챙겨와 벽에 일일이 붙여주었다. 최대한 은신 전의 삶을 유지해 주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인 것이다.
아버지 뿐만 아니라 어머니 에디트도 포로 수용소에서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알 수 있다. 항상 셋이 붙어 있다가 결국 자식들을 다른 수용소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녀는 딸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굶는 것쯤은 아무일도 아니라 여겼다. 딸들을 최대한 챙기기 위해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너무 굶은 나머지 딸들 보다 일찍 세상을 떴다. 안네는 직접 느끼지는 못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어머니의 사랑을 느꼈을 것이다.
한 유대인 소녀의 일기는 현재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안네는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확실했다. 바로 자신의 일기를 꼭 출판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 상황이었더라면 하루하루 살기에도 힘들었을 텐데 그녀는 달랐다. 13살 여자아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강인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조그만 일에도 스트레스 받고 그걸 극복 못하고 나쁜 선택을 하는 요즘 현대인들에게 그녀의 정신력이 담긴 이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