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얼굴이 더 빨갛다
김시민 지음, 이상열 그림 / 리잼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 얼굴이 더 빨갛게 된건.. 아빠의 첫사랑이 엄마가 아니기에 미안해서 일까요.. 아니면 첫사랑을 생각하는 것이 설레어서 였을까요.. 아이와 엄마의 말에 말갛게 웃는 아빠의 얼굴이 우스워서 한참이나 웃었습니다..

매 페이지마다.. 어쩌면 그리도 솔직하고.. 순수하고.. 담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동시집 한 권을 읽는 자리에서 모두 읽어 버렸습니다.. 그리고서도 마음에 여운이 너무 남아.. 잠이 오질 않더라구요..

 

저는 솔직히 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에 목숨을 거는 글쟁이들이나..  시 읽기에 매료된 사람들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를 읽으며 생각하게 되는 여러 가지 의미들 중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고.. 더더군다나 뒤에 해설을 읽으면.. 으악 소리가 날 만큼.. 뭔가를 꼬아 놓은 듯해서.. 순수하게 글의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느낌은 유명인들의 일기를 읽을 때.. 도대체가 공감할 수 없는 ..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이게 어떤 의미일까.. 어떤 감정일까.. 하는 의문만 잔뜩 떠안은 느낌과 같은 거였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기나 시는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하기 싫은 숙제를 해야 하는 느낌으로..  책을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동시집에 담긴 시들이.. 얼마나.. 얼마나 즐거움을 주는지.. 위트가 넘치고.. 재기 발랄하고.. 맑고.. 세상에 대한 통찰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이토록 가득한 채로 내 머리와 내 가슴과.. 내 몸을 모두 촉촉히 적시고.. 가득가득 채워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시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기에.. 인간의 생각이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기에..  그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따뜻한 동시집을 읽는다면.. 시란.. 솔직하게.. 내 생각을 담아가는 그릇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들에게도 꼭 읽히고 싶었는데.. 제가 권하지 않아도.. 아이가 호기심을 보이며 읽기 시작하더니.. 잠을 자지 않고.. 재미있다며 읽어 나가더라구요.. 

 

이 책의 묘미는 시와 나란히 서 있는 그림입니다.. 얼마나 시의 맛을 잘 살려내는지..  시가 100% 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면.. 그림이 200%의 동시집을 완성해 주고 있습니다..  참 오래간만에.. 가슴을 가득 채우는 책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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