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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조용히 사랑한다 - 자라지 않는 아이 유유와 아빠의 일곱 해 여행
마리우스 세라 지음, 고인경 옮김 / 푸른숲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생후 5주 된 아이가.. "기지개를 켜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여 병원에 왔다.. 의사는 간질이라고 말하며 아주 심각하다고 말한다.. 아주 심각하다고.. 그리고 모든 게 달라졌다..
마리우스 세라는 둘째 아이가 태어난 후.. 새로운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이 아니라.. 장애아를 둔 부모의 마음으로 세상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장애를 가진 유유를 보며 불쾌하고.. 불편해 한다.. 그런 시선을 느낀 부모는 분노하고.. 또 어떤 이들은 안타까운 연민의 눈으로 유유를 바라본다.. 그럴 때.. 부모는 슬퍼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주려 가족은 여행을 한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꿈꾼다.. 자신의 아들이 할 수 없으나.. 간절히 바랬을 그 무언가를 꿈꾼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소망을 속삭여 줄 수 없어.. 아버지는 끊임없이 아들에 대한 꿈을 꾼다.. 아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리우스 세라처럼 자신만만하고.. 실패를 모르는 강인한 사람이 아들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 했다.. 아들에 관한 글을 쓸 때조차 불친절할 만큼.. 오만한 사람이.. 아들을 바라보며 어떤 말을 했을까..
잘 모르겠다.. 그는 아이와 함께 하는 그 모든 순간을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다..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는 아이가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이와의 여행을 멈추지 않았다.. 왜 그는 아이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을까.. 아이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아이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을까..
난.. 그와 유유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죄스럽다..
하지만.. 유유는 아마 알았을 것이다.. 머리로 인지하지 못했다 해도.. 그 아이의 몸은.. 그 아이의 영혼은 가족의 속삭임.. 따뜻한 손길.. 부드러운 숨결.. 그런 것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는 기억할 것이다.. 잊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 가족을.. 그리고 그 가족으로 인해.. 행복했던 자신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잊지 않을 거라는 말은.. 틀렸다..
아이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잊지 않을 거다.. 가족을.. 그리고 이 따뜻한 햇살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