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맨발의 청춘
후지와라 신지 지음, 김현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맨발의 청춘"이라 하면 엄앵란과 신성일 주연의 우리 영화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의 원작이 일본 소설이었다니..
영화를 본 적은 없어도.. 우리 나라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어떤 소설인지.. 읽어 보고 싶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거부감이 그토록 강한데도 불구하고.. 일본 소설이 끊임없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유를 지금부터 거의 50년 전의 소설을 읽어 봄으로써.. 가늠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맨발의 청춘은 후지와라 신지의 단편소설 10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각각의 소설은 모두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의 독특한 사랑의 방식이 담겨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또 40년대 이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패전 후의 일본의 사회상을 자세히 볼 수 있었고.. 일본인들에게 패전이 주는 패배감이나 상실감이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었는지도 알 것 같았다..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은 전체적으로 낭만적 사랑을 추구하지만.. 그 사랑에는 대부분 비극을 내포하고 있는 듯이 보여졌다.. 그것은 아마도 사회 전체에 팽배해 있었던 암울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하게 마음이 편했다.. 최근 읽은 책들에 나오는 인간군들은 지극히 개인주의적 캐릭터이다.. 지나치게 쿨하고.. 합리적이고.. 모호하다.. 다른 이들에게 곁을 주지 않고.. 외로움에 지쳐 타인을 배타적인 시선으로 관찰한다.. 그리고 말에 담긴 독설은 아마도 읽는 나에게 버거웠었나 보다.. 이렇게 순애보적인 사랑에 가슴을 애태우며.. 사회의 편견과 부조리에 망가져도.. 어찌그리 따뜻하게 미소지으며 우는지.. 마치 동화책을 읽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등장인물들의 순한 마음이 그들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위로가 되었다.. 가끔은 이렇게 오래된 책들을 읽어 줘야 할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시대적 배경이 현재와는 차이가 있는 책이라면.. 이 책의 배경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 그리고 이 책을 낸 의도 등을 설명해 주는 글이 있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