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와의 이별 - 슈베르머가 전 생에 걸쳐 실천한 재능 나눔, 무소유 이야기
하이데마리 슈베르머 지음, 장혜경 옮김 / 여성신문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무소유.. 이 책을 읽을 때 즈음.. 법정 스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신랑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그 책도 법정스님의 무소유처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속박을 동반한다는 내용이냐며..  법정스님 돌아가시고 아류책들이 여럿 나오나 보다.. 하고 말하더군요..  저도 처음엔 법정스님의 입적으로 사회적인 이슈가 된 무소유와 관련된 에세이집 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책이더라구요..  이 책에서 말하는 무소유는 법정스님께서 말씀하시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정스님께서는 종교인으로 평생을 사신 분입니다.. 그래서 스님의 무소유는 궁극적으로 해탈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자기 자신의 존재도 없다.. 그리고 그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그 자체도 없다.. 무이다.. 라는 불교의 궁극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소유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말씀이셨죠..

 

그런데 이 책을 쓰신 하이데마리 슈베르머는 종교적인 무소유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녀는 풍족한 어린 시절이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린 소녀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기고.. 가난과 폭력.. 부조리 앞에 그대로 노출된 채..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이런 경험은 그녀를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아이로 만들었고.. 그녀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살게 됩니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동화책.. 그녀는 그 동화책을 통해 사랑과 행복.. 꿈을 보았고.. 현실 속에서는 많이 가진 자들이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을 읽은 가난한 이들에게.. 아무것도 나누어 주지 않고.. 조롱하고.. 멸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어린 소녀는 결심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거야. 이 세상에서 전쟁이 사라져야 해. 모든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야 해."

 

그리고 이 결심은 그녀의 삶을.. 이끌어 주는 작은 등대처럼 언제나 그녀를 바르게 이끌어 줍니다..

그녀는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며 세상을 바꾸어 보려 하지만.. 그 제도 안에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으며.. 그녀의 이상을 실현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 곳을 박차고 나섭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을 속박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버리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돈이 사람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엄청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육체 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저당 잡히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혼의 위안과 안식이 될 수 있는 꿈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제안하는 삶의 방식..  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 그것이 재능이 됐든.. 노동이든.. 내가 가진 것과 바꾸어 충당한다..  그렇게 살면 없어서.. 돈이.. 집이.. 없어서 힘들고 아파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최소한의 필요도 그녀는 철저하게 줄이고 또 줄인다.. 

 

나는 봄이 되어.. 너무너무 쇼핑이 하고 싶었다..

옷가게를 그냥 지나가지 못해.. 들르고.. 또 들르고..  하지만 경제적인 걸 생각해서 쉽게 사지도 못하고..

 

이런 나의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의 모습 뿐만 아니라 나를 보고 있는 아이들의 시선까지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자신과 타인을 위해 철저히 깨어있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지금  무엇에 둘러싸여 살고 있는 건지.. 하는 생각도 했다.. 마냥 부끄럽고..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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