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혼 - 시간을 말하다
크리스토퍼 듀드니 지음, 진우기 옮김 / 예원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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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피곤하다.. 이 책을 읽는게 참 피곤했다.. 이 책을 쓴 작가도 시간의 정의를 내리기 위해 얼마나 피곤해 하던가..

 

작가는 일상의 삶을 살면서 일어나는 사소한 경험들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 경이로움의 순간이 균일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균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에 극도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토록 아름다운 순간이 다른 시간과의 차별 없이 인식되는 게 싫은 모양이다..   마치 25문제.. 각 문항은 모두 5점씩.. 도합 100점을 만점으로 하는 인생.. 그런 건 있을 수 없다. 각각의 문제는 1점이 될 수도, 10점이 될 수도 있다.. 각 문제의 가치는 다르다.. 라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시간에 관한 고찰을 시작하는데..  매 페이지마다.. 시간에 관련된 사상가나 철학자들의 언급, 과학적 연구, 신화들까지.. 다방면을 아우르는 수집이 시작된다..  정말 편집증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사소한 일상의 바람조차도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 주는 도구가 된다.. 바람을 느끼고 나서 시간에 대한 고찰..  비가 오는 모습을 보고 나서 시간에 대한 고찰..  이웃집 풍향계를 보고 나서 시간의 고찰..  그리고선 그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세상의 혼은 시간이다. 시간은 아버지처럼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해 주지만 결국에 만물보다 더 오래 살며 모든 것을 파괴한다..

(이 문장은 시간은 아버지처럼 인간을 존재하게 해 주지만 결국에는 인간보다 더 오래 살며 인간을 파괴한다는 문장을 좀 변형시켜 본 것이다.)  하지만 만물이 모두 파괴 당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분할 가능한 지금을 살고 있다. 지금은 무한히 분할되는 시간이다. (제논의 화살처럼.. 제논의 화살은 결코 과녘에 도달할 수 없다.. 무한히 분할되는 공간을 날아가고 있으므로) 그리므로 우리는 매 시.. 매 분.. 매 초 안에서 불사의 존재인 것이다..     

 

우리는 불사다.. 반의 반을 나누고 그 반을 또 반으로 나누고.. 또 그 반을 반으로 .. 반으로.. 반으로.. 이렇게 시간을 계속 나누다 보면 우리는 결코 죽지 않는다.. 도대체 죽음에 이를 수가 없는 것이다.. 무한히 나뉘어 지는 시간의 속성 때문에.. 하지만..  이런 패러독스는 상식과 충돌한다.. 우리는 과녘을 향해 쏘아진 화살은 과녘에 도달함을 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패러독스.. 우리는 우리가 죽을 것을 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간 속에서 결코 죽음에 이르지 못하는 불사를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자는 것인가.. 행복해 하자는 것인가..

 

아아.. 이 작가는 다른 이들의 시간에 관한 연구를 훔쳐내 우리에게 전달하고는 있으나..  도대체 이 사람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시간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불사다.. 가 이 사람이 내린 결론인가.. 그래서 세상의 혼은 결국 우리 자신이라는 것인지..   자꾸 머리 속이 헝클어져 버린다.. 

 

책은.. 좀 짜증스럽지만..  쭈욱 읽힌다.. 시간에 관한 유사이래의 기록이 총망라되어 있어 여러 가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생각도 좀 했다.. 시간이라는 것에 사람들이 이렇게 공을 들였구나..  그럼 내 시간의 가치는 어떻게 부여되어야 하는가 하고..  오랜만에 이런 책.. 잘 견디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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