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눈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게리 D. 슈미트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

 백여년 전 미국의 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백인들은 새로운 개척지에 정착해 부를 축적한 후 또 다른 부의 수단으로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아 아메리카로 끌고 왔다. 그러나 링컨의 흑인 해방 전쟁으로 흑인 노예들을 물건처럼 소유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신들과 같은 인간으로 대해야 한다는 사실에  백인들은 분노한다. 그 분노를 그들은 폭력이라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존재하는 그들의 존재를 철저히 부정하는 무시라는 소극적 방법으로 드러내기도 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1911년..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던 가난한 말라가 섬의 주민들은 메인주 주지사의 한 마디

"우리는 우리의 현관문 가까이에 저런 것들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판잣집들을 태워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듬해 주민 모두에게 이주를 명령한다. 머물곳도.. 갈 곳도 없던 주민들은 배에 몸을 싣고 떠돌아다니기도 하고, 이주하지 못한 이들은 심신박약자를 위한 요양원으로 보내졌고, 그들은 그곳에서 사망했다.  그 중 한 아이.. 이름조차 기록되지 못한 한 여자 아이를 작가는 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되살려 내었다.. 리지..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목사의 아들로만 살아야 하는 열세살 소년 터너 .. 목사 아들이 아닌 터너로 살 수 있는 미지의 세계로 떠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이 소년이 만난 미지의 세계는 말라가..  아니 리지가 터너에겐 미지의 세계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리지는 터너가 숨 쉴 수 있게.. 웃을 수 있게.. 세상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용기를 낼 수 있게.. 그리고 영혼을 통한 공감을 느낄 수 있게 .. 손을 잡아 준다.  부드럽고 따뜻한 손..  이 손을 계속 잡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은 죽음을 눈 앞에 둔 콥할머니.. 깜둥이 여자아이가 자신의 집에 들어왔다며 놀라던 깐깐하고 고집스러운 할머니가 터너에게 리지를 도울 기회를 준다.. 갈 곳 없는 리지를 위해 터너는 콥할머니가 자신에게 상속한 집을 내놓으려 하지만 마을 사람 누구도 검은 리지를 마을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리지 또한 그들이 자신을 마을에 들어와 살도록 허락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터너를 곤경에 빠트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이기적인 백인들이 이끄는 대로 요양원으로 향하고.. 그리고.. 삶을 멈추어 버린다..  이것이 리지가 터너와 자신을 구하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 아니었을까.. 

 터너는 이런 과정 속에서 엄격하기만 하던 아버지를 잃는다..  하지만 아버지를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  아버지에게 목사로서의 입신과 출세보다는 진정한 하느님의 목자로 인간을 도와야 함을 일깨우고 아버지 안의 사명감을 깨워.. 마을 사람들에게 맞서게 했다.. 그리고 그 죽음의 순간에 자신의 아들과 진정으로 영혼을 울리는 공명을 할 수 있었으니.. 터너는 아버지를 잃은 것이 아니다.. 

 

 세상은 돌고 빠르게 회전하며, 조수는 흘러 들어왔다가 흘러 나가니,

이 세상에는 모든 진화된 형태들 가운데 서로을 똑바로 바라보는 두 영혼만큼

더 아름답고 더 경이로운 것은 없다.

그리고 그 두 영혼이 헤어지는 것만큼 비참하고 슬픔을 주는 일도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함께함에 크나큰 기쁨이 있으며 서로를 잃음에 크나큰 비탄이 있음을 깨달았다..

 

고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터너.. 서로를 똑바로 바라 본.. 리지와 터너.. 그리고 마지막 순간을 함께한 아버지와 터너..  변하는 세상 가운데서도.. 서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영혼들이 있다면..  그 자체로.. 세상은 아름답다고 말한다..

피부색, 종교, 사상, 가치관.. 이 모든 것들이 달라도.. 인간은 서로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  그렇게 똑바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면 이 세상이 좀더 살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답고 경이로운 곳이 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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