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지나가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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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른이 되고 어른은 노인이 되는 동안 결핍은 보완되고 상처는 치유되는 것, 혹은 삶이란 둥근 테두리 안에서 부드럽게 합쳐지고 공평하게 섞이는 것이므로 아픈 것도 없고 억울할 것도 없는 것, 그런 환상이 가능할까. 누군가 죽은 자리에서 누군가는 태어나는 방식으로 무심히 순환하며 평형을 유지하는 이 세상에서 꿈에서 본 죽은 노인을 기억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그러나 민에게 일러 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자명한 건 오직 하나, 미니 회전목마를 타기엔 민 역시 몸집이 너무 커져 버렸다는 것뿐이었다. (p.188~189)


조해진의 <여름을 지나가다>는 제목 때문에 궁금해졌다. 유독 힘들게 지나는 이 여름이 진짜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코로나19로도 힘든데 장마에 폭염까지. 아, 정말 지친다. 그런데 신간이 아니란다. 벌써 5년이나 지난 개정판이다. 양장본에 표지도 예쁘고 소장하기 좋다. 


소설에는 세 명이 나온다. 부동산중개소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민은 매물로 나온 빈집을 떠돈다. 부동산중개인이라 가능한 설정이구나 싶다. 이전 거주인이 살았던 흔적을 따라 살면서 과거를 잊으려 한다. 집이 망한 수호는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가구점을 낸 아버지의 빚 때문이다. 엄마와 여동생도 일자리를 찾는다. 수호는 주운 지갑의 신분증으로 쇼핑센터 창고에서 일하다 쇼핑센터 옥상의 놀이동산에서 일한다 부모가 쇼핑을 할 때 아이들이 노는 작은 놀이동산. 연주는 놀이동산의 책임자다. 열심히 일했더니 책임자가 되었다. 돈을 벌어서 카페를 차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현실은 너무 힘들다. 연주는 새로운 선우(수호)가 맘에 든다. 수호도 연주와 친하게 지내지만 가까 신분증을 숨겨야 했다. 


민은 회계사무소의 회계사였고 결혼을 약속한 사람도 있었다. 부동사 매물로 나온 수호의 가구점에서 민과 수호는 만났다. 수호가 아팠을 때 민이 보살폈다. 민, 수호, 연주 모두가 힘들게 살아간다. 민은 회계사무소의 회계사였고 결혼을 약속한 사람도 있었다.빚 때문에 독촉장과 문자를 받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수호가 제일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하고. 민은 회계사무소의 회계사였고 결혼을 약속한 사람도 있었다. 흔히 인생을 계절에 비유하는데 민, 수호, 연주에게 여름이 얼마나 지겨울까. 쓸쓸하면서도 안타까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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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 개정판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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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을 다시 읽으면 새로운 느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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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넘 길다. 비가 많이 온다. 방콕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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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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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두 사람이 있다. 옥상에서 나란하게 서 있는 사람이다. 친구일까. 자매일까. 혹시 연인일까. <완득이>, <아몬드>를 이어 정말 대단한 소설이라는 광고 때문에 더욱 궁금했지만 표지가 뭔가 끌려서 더 읽고 싶었다. 화재 사건에서 혼자 살아남은 열여덟 살 유원의 이야기다. 언니가 자신을 살렸다. 집에 불이 났는데 언니가 나를 이불에 감싸서 던졌다. 그리고 언니는 죽었다. 자신을 받아 준 아저씨는 그 이후 다른  삶이 엉망이 되었다. 유원에게 세상은 거울 같았을 것 같다. 공포스러운 거울이라고 할까.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같은 사건을 우리는 여전히 기억한다. 유원에게 일어난 사건을 사람들도 다 안다. 유원은 얼마니 힘들었을까. 자라면서 더 세상이 싫어졌을 것 같다. 자신을 살리고 죽은 언니에 대한 죄책감도 있고. 


이상하게 언니가 죽고 동생이 살아남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권여선의 <레몬>이 생각났다 언니가 죽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사는 것. <레몬>에서는 언니를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이지만. 


나는 엄마의 하나 남은 딸이자, 언니가 선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품이다. 이미 끝난 언니의 삶을 연장시키며 보조하는 존재. 너무 과한 생각일까? (p.148)


엄마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플 것 같다. 자신을 보면서 큰딸인 언니가 생각나니까.  엄마와의 관계로 힘들다. 유원에서 수현이 있어 다행이다. 사춘기 시절에 친구란 진짜 좋은 거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소설이지만 현재 유원과 같은 시간을 사는 이들도 있겠구나 싶다.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아도. 살아남았으니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강요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오래 생각날 것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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