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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평점 :
수영은, 수영은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혔다. 나중에 섀넌 헤이스는 그게 바로 상실감이라고 말했다. "마음속에 구멍이 난 것 같죠. 안 그래요?"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누군가가 당신 마음속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가지고 가버린 거죠. (p.41)
한 여자가 점프를 하고 있는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일보문학상을 탄 수상작이라는 걸 모르고 읽었다. 그리고 제목도 넘 예쁘다. <디어 랄프 로렌>은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를 떠올리는 제목이다. 표지랑 제목만 보고는 연애소설이 아닐까 기대했다. 연애소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다. 처음에는 좀 재미가 없었다.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종수와 수영의 고등학교 시절 부분이 좋았다. 수영이 완전체를 이루고 싶었던 랄프 로렌 스타일. 시계가 있어야 정말 완벽, 그 자체인데. 내가 수영이라도 그렇게 생각한다. 랄프 로렌이 시계를 만들고 그 시계를 구매해서 퍼펙트한 랄프 로렌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 ㅎ
현재에서 종수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나 과거에 종수가 수영과 함께 랄프 로렌에서 편지를 쓰는 모습은 비슷했다. 고등학생 종수는 수영의 일을 도와주는 거라 생각했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의 눈에는 즐거움이 보였다. 종수가 알려지지 않은 랄프 로렌의 개인사를 추적한 것도 처음에는 그냥 할 일이 없어서 시간 때우기로 한 것 같았는데 점점 헨리 카터, 조셉 프랭클, 레이첼 잭슨 여사, 섀넌 헤이스와 만나는 게 즐거웠다. 지루했지만, 갈피를 잡을 수 없었지만 나중에는 괜찮은 소설이라고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