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의 눈으로 문학을 바라보는 훈련을 통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상처와 천천히 작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토록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도, 그 첫 번째 동기는 '내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서'였으니 말이다. 예전에는  그저 '아름다운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던 소설이 심리학의 눈으로 보면 '우리의 무의식을 이해하는 데 특별한 관점을 제공하는 작품'이 된다. (p.36)

 

엄마는 뭐든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산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도 괜찮다고 하고 가계가 몹시 힘들어도 괜찮다고만 한다. 그때는 몰랐는데 내가 어른이 되고 가고 싶은 직업을 갖지 못하고 힘들게 생활하다 취직을 해 보니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정여울의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를 읽으면서 나는 내내 엄마가 생각났다. 마음을 상담하는 심리학을 생각하면 조금 어려울 것도 같지만 이 책은 무척 편안했다.

 

정여울은 소설을 통해 주인공이 겪은 다양한 트라우마를 소개하면서 심리학으로 설명한다.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극심한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 상처는 매 순간일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스트레스, 돈 때문에 힘들고 어둡고 불안한 미래 때문에 두렵다. 그 상처를 어떻게 다독이느냐가 중요하다. 정여울은 마음 속 상처나 트라우마에 대해 문학을 접목시켜서 가만히 다독이고 어루만지다. 따뜻한 책이다. 직접 읽지 못한 소설이 무척 많았는데 정여울의 글을 통해서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어졌다. 영화로만 보았기에 소설에서는 스칼렛의 불안이 어떻게 묘사되는지 잘 모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는 말이 할 수 있기까지 스칼렛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쩌면 이토록 우리네 인생을 닮았을까? 우리 자신을 보호하려는 그 모든 방어기제들, 즉 자존심과 명예욕과 질투심과 자기연민이야말로 우리에게서 용기를 빼앗아 가는 '내 안의 적들' 아닌가? 우리는 그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관계의 허무를, 무의식의 반격을 성찰할 수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가슴 속에 꿈틀거리고 있는 '자기 안의 스칼릿'을 잘 다독이고 설득하며, 때로는 눈물을 쏙 빼도록 혼구멍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p.110)

 

정여울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고백하는 순간에 그 상처가 반 정도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누가 알까 감추었던 콤플렉스를 드러내라는 말이다. 우선은 내게 솔직하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 있는 트라우마를 직접 꺼내어 본 적이 없다. 친구나 가족에게도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과 상처가 있다. 지난 과거가 후회스럽기도 하고 왜 그때 그렇게 행동했을까 화가 난다. 그런데 여직까지 털어내지 못하고 속상해만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끔 울기도 하는데 정여울의 책을 읽고 나니 그렇게 울어도 괜찮은 것 같다. 좋은 책을 만났다.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