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지의 세계 민음의 시 214
황인찬 지음 / 민음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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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이라는 시인의 이름은 트위터에서 봤다. 이 시집이 나올 때 완전 열광의 도가니였다.(표현이 맞나 모르겠네) <구관조 씻기>라는 시집으로 김수영 문학상 수상을 했다고 한다.

 

 이 시집을 처음 9월에 읽었는데, 그때 나라는 온통 지진의 공포에 휩싸였었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징 않았지만 무서웠다. 지진, 해일, 화산 그런 것들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죽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길지 항상 대비해야 하는 건지. 결국 그 끝을 생각하고 있는 건가. 두렵지만 <희지의 세계>속 희지처럼 혼자 조용히 기도하고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다. 

 

세계의 끝이 아니고, 누군가의 죽음도 아닌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 나는 한 가지 일만 자꾸 생각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서> 중에서 )

 

 이 시집에는 쓸쓸하고 적막한 기운도 있다. 젊은 시인 황인찬은 일부러 독자와 거리를 두는 것도 같다. 요즘 현대인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소통을 원하면서도 결국 혼자의 이야기를 중얼거리는 것. 황인찬의 시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혼자 일기를 쓰는 듯 그렇게 여겨지는 건 나만일까.  저녁, 비, 운동장, 공원, 학교. 한번쯤 지나쳤을 공간이다. 황인찬의 시를 읽어서 그런지 그곳을 지날 때 다르게 보인다.  먼 훗날 그가 쓸 시는 어떨까, 잠깐 상상해본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아무도 하지 않는 대답이 있다 아무도 않지 않는 책걸상도 있다 / 나는 출석부를 읽는다 / 하얗게 비어 있는 출석부다 / 아무도 나쁘지 않은 이름들이고 아무도 불행하지 않은 교실이다 내가 교실을 나가면 / 수업이 끝나겠지 나는 교실에 있다 / 교실은 있다 (<역사수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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