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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눈에도 무게가 있다. 이 물방울만큼. 새처럼 가볍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것들에게도 무게가 있다. (p.109)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내게 너무 어려운 소설이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 잘 몰랐고 솔직하게 말하면 관심도 많지않았다. 그냥 날짜만 기억하고 동백꽃 배지정도만 기억한다. 방송에서 다큐로 다룬 프로그램도 본 적도 없다. 그렇게 따지만 오히려 한강의 소설로 알게 되고 배우게 된 게 다행이다. 그럼 이 소설을 역사 소설이라고 봐야 할까.소설에서 소설가 경하는 한강 작가의 자신인 것 같았다. 소설에서 경하가 힘들게 쓴 소설은 <소년이 온다>라고 짐작한다.
한강의 문장을 아름다웠다. 시를 읽는 것 같기도 했다. 장마철에 만나서 그런지 눈이 오는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으니 시원했다. 눈 오는 풍경, 제주도의 폭설을 상상하면서 읽기도 했다. 경하는 제주도에서 사고로 손가락 수술을 한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도로 온다. 집에 남겨둔 새를 돌보려고. 근데 읽으면서도 새가 죽었을 것 같았다.
제주도 시내가 아닌 깊은 산 속 인선의 집까지 눈을 헤치며 가는 경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친구도 없고 무섭지 않았을까. 그리고 소설을 통해 인선의 어머니가 겪은 상처를 읽으면서 당시 제주도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생각했다. 관광지로, 한 달 살기로, 이번 여름에도 휴가에 가고 싶은 섬이 달라 보였다.
엄마가 쪼그려앉길래 나도 옆에 따라 앉았어. 내 기척에 엄마가 돌아보고는 기만히 웃으며 내 빰을 손바닥으로 쓸었어. 뒷머리도, 어꺠도, 등도, 이어서 쓰다듬었어. 뻐근한 사랑이 살갖을 타고 스며들었던 걸 기억해. 골수에 사무치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고통인지. (p.311)
소설은 어려웠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눈 오는 풍경 때문인지 겨울마다 생각날 것 같은 소설이다.